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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7인의 경영철학]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CEO 

자신의 꿈을 끝까지 밀고 나가라 

이기준 객원기자

21세기 최대의 M&A 실패 사례로 꼽히는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막대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실업자를 낳았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새로운 사업을 싹틔운 사람도 있었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CEO 얘기다. 30대 중반 나이에 워너뮤직 부사장 자리까지 오르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는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에 반대해 사직서를 냈다. “내가 반대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 위선이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거침없고 저돌적인 페르난데스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망설임 없이 사표를 던졌던 것처럼 페르난데스는 늘 마음이 가는 대로 돌진했다. 영국에서 저비용항공사(LCC) 이지젯과 라이언에어의 성공을 지켜봤던 그는 아시아에서도 같은 사업을 하면 승산이 있으리라고 봤다. 2001년 페르난데스는 부채 120억원을 짊어지고 있는 에어아시아를 1링깃(약 280원)에 인수했다.

당시 에어아시아는 직원 250명에 항공기는 단 두 대뿐이었다. 게다가 미국 9·11 테러와 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증후군) 유행 등으로 여행업계가 침체된 시점이었다. 주변에서 모두가 인수를 만류했지만 그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인터넷을 통해 고객에게 표를 직접 판매하는 등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수익성 높은 노선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2년 만에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오늘날 에어아시아의 항공기는 230여 대, 직원은 2만여 명에 달한다.

“그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여러분의 삶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페르난데스는 기회가 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독단에 빠지거나 오만해지기 쉽다. 한 가지 중요한 차이는, 페르난데스는 그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정도로 지혜로웠다는 데 있다. “똑똑함과 멍청함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페르난데스는 말했다. “내가 에어아시아 사업에 실패했더라면 인수는 멍청한 짓이 됐을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면서도 그 여정에서는 다른 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여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다. 젊어서부터 성질이 급했던 페르난데스는 20대 나이에 워너뮤직에서 첫 승진을 하자 빨리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고 싶어 안달했다. 그런 페르난데스에게 한 상사가 “천천히 인내심을 갖고 경험을 쌓아라. 빨리 올라갈수록 빨리 내려오게 된다”고 충고했다.

페르난데스는 이를 인생 최고의 조언이었다고 돌이킨다. “나는 성질이 급하고 말실수가 잦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늘 그의 충고를 마음속에 간직해왔다”고 페르난데스는 말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모든 걸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다.”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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