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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7인의 경영철학] 마크 파커 나이키 CEO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 

이기준 객원기자

나이키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의류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 340억 달러, 시가총액 1050억 달러, 미국 시장 점유율 21.1%(운동화)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마크 파커가 나이키 CEO에 취임한 2006년에도 나이키는 이미 세계 최고였다. 필 나이트라는 전설적 경영자의 뒤를 이어 이 거대 기업을 이어받은 파커는 어깨가 무거울 만도 했다. 나이트가 SC존슨에서 직접 영입한 CEO 윌리엄 페레즈가 취임 1년 만에 나이트와의 불화로 사임하면서 회사 분위기도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신발 디자이너 출신인 데다 외부 활동도 거의 없었던 내부 인사인 파커는 화제의 인물이 아니었다. 당시 언론은 파커의 취임보다 페레즈의 사임에 훨씬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파커의 놀라운 경영 실적은 업계의 시선을 자신으로 돌리기에 충분했다. 나이키의 지난해 매출은 2006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고 시가총액은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나이키를 한 단계 더 상승시킨 원동력은 디테일에 집중하는 파커의 경영 방침에서 나왔다. 신발 디자이너 출신인 파커는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직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그는 나이키에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편집과 증폭(edit and amplify)이다. “디자인과 경영은 편집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편집을 중시했다.

당시 나이키는 기업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진행되는 사업도 많고 검토해야 할 아이디어도 산더미 같았다. 이는 회사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나이키 R&D 그룹에서 개발 중인 신제품 아이디어만 350개나 됐다. 파커는 팀원들과 열띤 논의 끝에 이를 50개로 ‘편집(edit out)’했다. 지난해 10월엔 판매 협력사를 3만 개에서 40개로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규모를 줄이는 대신 협력사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매장 품질을 높여 협력사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전략이다.

파커는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할 수는 없다. 때로는 승자를 택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직원들에게 모든 사안을 일일이 지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직원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진다.”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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