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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콘텐트 사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스마트스터디의 키즈 콘텐트 브랜드 ‘핑크퐁’을 사례로 들었다. 이 총리는 “콘텐트 산업은 미래의 가장 유망한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로 1조3000억 달러의 자동차 시장을 능가했다”고 말했다. 애플과 아마존 같은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콘텐트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핑크퐁을 꼽은 것이다.
핑크퐁 브랜드의 성장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지난 2월 14일 기준 유튜브에선 전체 채널 총구독자가 2200만 명, 누적 조회 수가 130억 회를 넘어섰다. 특히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 영문 버전 ‘베이비 샤크’는 조회 수가 23억 건에 달한다. ‘베이비 샤크’ 송은 올해 초 빌보드 차트 32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호랑이도 곶감도 아닌 바로 핑크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성공요인 1 | 언제 어디서든 ‘8초 인트로’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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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핑크퐁을 개발하면서 캐릭터가 등장하는 동요를 브랜딩하기로 결정했다. 핑크퐁이 등장하는 모든 콘텐트의 도입부에 빠짐없이 8초 길이의 인트로를 재생한 것”이라며 “동요 ‘곰 세 마리’를 부르더라도 아이들에게 곰 세 마리가 아닌 핑크퐁 캐릭터를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핑크퐁의 동요 앨범엔 항상 ‘핑크퐁!’이라는 징글(jingle, 짧은 구절에 멜로디를 붙인 곡)이 등장한다.
영상 콘텐트에서 8초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 유아들의 집중 시간이 성인보다 짧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핑크퐁!’ 소리와 함께 분홍색 여우 캐릭터가 등장하는 로고 영상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들 정도로 아이들이 먼저 인지하고 좋아한다. 김 대표는 “지난 8년간 플랫폼에 상관없이 모든 콘텐트 앞에 인트로를 일관되게 노출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핑크퐁!’ 징글을 소리상표로 등록했다.
김 대표는 “‘브랜드를 위해서라면 3년 이상 지긋하게 밀어붙여라’라는 말이 있다. 브랜딩에는 그 어떤 것보다 지구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끝없는 집착’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핑크퐁 브랜드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기까지 인트로를 일관성 있게 노출하기 위한 집착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아직 확신이 없다면 최대한 많이 노출하는 일에 꾸준히, 끈질기게 집착하라”는 조언이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귀여운 뚜루루 뚜루~’로 이어지는 노래·동영상 ‘아기 상어’도 같은 맥락이다. 북아메리카 지역의 구전동요인 ‘베이비 샤크(Baby Shark)’를 재편곡해 2016년 2월부터 유튜브와 네이버 등 동영상 플랫폼과 국내 포털에 유통했다. 경쾌한 멜로디에 귀여운 이미지, 여기에 짤막한 후크(Hook) 가사가 중독성을 더하며 2년이 지난 지난해 큰 히트를 쳤다. 우리나라 동요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100위 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성공요인 2 | 수많은 유통 파이프, 다양한 컬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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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를 ‘전국노래자랑 효과’라고 말했다. 전국의 군 단위로 행사를 진행해 2년 정도면 프로그램이 끝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후 지방 축제 현장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고, 같은 도시에서 두세 번 진행해도 새로운 반응이 나오면서 장수 프로그램이 됐다는 분석이다. 파워 브랜드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를 가능하게 했다. 수 많은 콘텐트 유통 파이프가 생긴 것. 핑크퐁의 주요 서비스를 보면 핑크퐁 앱 시리즈(핑크퐁 인기 동요와 동화, 핑크퐁 ABC 파닉스, 핑크퐁 TV), 핑크퐁 유튜브 채널(핑크퐁 아기상어), IPTV(핑크퐁TV, KT올레tv TV쏙), 교육 도서·완구, 엔터테인먼트 사업(핑크퐁 뮤지컬, 율동콘서트&팝업스토어) 등으로 영유아 관련 전 분야에 포진해 있다.
기업과 진행한 컬래버레이션도 눈에 띈다. 핑크퐁, 아기상어 캐릭터를 LG생활건강의 스킨케어, 치약, 기저귀 제품 디자인에 적용했고 나들이송, 손씻기송, 치카송 등 핑크퐁 습관송을 활용한 공동 마케팅도 진행했다. 한일합섬의 이불, 매일유업의 유제품 등에도 캐릭터가 등장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핑크퐁 라이선스를 활용한 아이스크림이 출시 석 달 만에 500만 개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핑크퐁 캐릭터와 함께한 광천김은 동남아 수출길에 올랐다. 김 대표는 “핑크퐁은 낱개 기준 2000개 제품과 라이선스를 맺고 있다. 올여름엔 미국에서도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스터디의 매출은 2014년 76억원에서 지난해 400억원으로 4년 새 5배 이상 늘었다.
성공요인 3 | 직원의 창의성 키우는 조직 문화
직원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없앤 것 등 스마트스터디의 독특한 기업문화도 성공 요인이다. 김 대표는 “손에 잡히지 않는 콘텐트를 개발하는 회사는 사람이 자산이다. 직장은 삶의 일부로 이곳에서의 생활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콘텐트에도 재미가 실린다”고 말했다. 현재 직원은 220명 정도. 팀장의 전문성을 믿고 맡기는 성향이 강하고,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부서 간 이동도 잦은 편이다.
일수 제한 없는 휴가와 자율 출퇴근도 눈에 띈다. 직원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료와 합의해 최적의 휴가 시기, 기간을 자율적으로 정해 사용하고 있다. 또 출퇴근 시간, 근무 장소, 복장 등을 스스로 정하고 ‘별명+님’ 호칭을 사용해 수평적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의 룰 1번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위해 ‘룰을 만들지 않는다’이다. 1년에 동영상 1000편 개발이 가능한 이유”라고 말했다.
스마트스터디는 6월 20일부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핑크퐁 오리지널 스토리]를 방영한다. 핑크퐁에게 세계관을 만들어주고 새 캐릭터들을 넣어 이야기를 구성했다. 김 대표는 “편당 11분가량, 총 52부작으로 제작된다.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제작 원가만 70억원 이상 투입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