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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답을 알고 있다 

디자인 크라우드소싱으로 인스타그램 세대를 열광시키다 

BIZ CARSON 포브스 기자
캘리포니아 산불 때문에 기침이 절로 나오는 아침, 온라인 디자인 쇼핑몰 민티드(Minted)의 마리암 나피시(Mariam Naficy, 48) CEO를 만났다. 성장을 이어가는 디자인 제국 민티드의 정체성과 민티드 디자인이 절대 바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민티드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는 과감한 패턴 디자인의 베개, 건축 비계에서 뜯어온 목재로 만든 책꽂이 등 흔한 인테리어 디자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색 사무실 벽면에는 120×240㎝ 크기의 포스터 보드가 걸려 있었다. 각 보드 위를 장식하고 있는 건 100여 개의 디자인 인쇄물이었다.

항균 처리된 머천다이징 룸으로 들어갔다. 잘 팔릴 제품을 예상하는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과 소비자 집단지성을 결합한 민티드의 비밀 병기, 크라우드소싱 시스템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민티드 디자인 경연대회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제출하면, 민티드는 소비자에게 이를 보여주고 마음에 드는 청첩장이나 아이들 방에 붙일 벽화, 거실에 걸어둘 그림 등을 선택하게 한다. 100만 명이 던진 표 중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의견도 있다. 민티드는 10년간 쌓아온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떤 참여자가 ‘베스트셀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순위를 발표하고 직원들이 상위권 작품을 출력해서 우승자를 벽에 붙이면 다음 시즌에 판매할 디자인이 결정된다. 소비자들의 ‘좋아요’가 판매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이다.

민티드는 다른 기업처럼 제품 디자이너와 구매 담당을 두지 않고 소비자와 컴퓨터가 디자인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수익성을 높였다. 치열한 온라인쇼핑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루기 힘든 과업이다. 민티드 자체 발표에 따르면, 회사 연 매출은 전년 대비 39% 성장하며 1~5억 달러 구간에 도달했다. 투자자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T.로우 프라이스와 유럽 사모투자사 퍼미라는 지난해 12월에 2억8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해 민티드 총투자금을 3억 달러로 늘렸다. 벤처투자 조사기관 피치북은 민티드의 기업가치를 7억3300만 달러로 추산한다.

“더 좋은 상품으로 판을 뒤집은 진짜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맛이 여기 있죠.” 브라이언 루더 퍼미라 파트너는 말한다. 그는 신성장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민티드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민티드는 어떤 형태의 시장에서든 성장 가능한 모델입니다.”

사진첩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시장이 이동하다

덕분에 민티드는 포터리반 키즈(Pottery Barn Kids), 웨스트 엘름(West Elm)을 비롯한 고급 리테일러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2014년부터 민티드에서 제작한 벽면 아트용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타깃 매장에서는 아메리칸 그리팅스와 홀마크 카드 옆에서 민티드 안부 카드가 판매된다. 나피시 CEO는 안부 카드처럼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민티드닷컴의 도매용 상품라인과 향후 체결될 아트 브랜드 라이선싱 계약이 회사 매출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나머지 60%는 온라인 문구와 아트 판매 사업에서 나올 것이다.

“안부 카드는 대체로 오프라인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나피시는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죠. 그러면서 오프라인 제품을 뒤흔드는 단계로 변화한 겁니다.”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시대에는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편지와 카드에 한계가 있다. 온라인 문구류 부문에서 민티드와 경쟁을 벌이는 셔터플라이(2017년 매출 11억 달러)와 안부 카드의 강자 홀마크(2017년 매출 40억 달러)는 학교 사진 촬영,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비롯한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사람들이 더는 카드를 보내지 않는다거나 가족사진을 집에 걸지 않는 건 아니죠. 사진을 보고 전시하는 방식이 변한 겁니다.” 베어드의 애널리스트 콜린 세바스찬은 말한다. “민티드, 셔터플라이 등의 기업 입장에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압박감이 심해진 거죠.”

디자인을 크라우드소싱하다

나피시는 글로벌 디자이너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성장시켰다. 그녀는 유엔 개발경제학자였던 부모님을 따라 이집트와 탄자니아, 이란 등 6개 국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얻었던 영감을 바탕으로 민티드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나피시는 민티드 상품 개발을 위해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대신, 어린 시절 세계를 돌아다니며 알게 된 예술가들의 재능을 활용하고 싶었다. 훌륭한 작품은 동 떨어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도 발견될 수도 있다고 믿었다. 세계 곳곳의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디자인하면 민티드는 모든 판매 과정을 담당하고 디자이너에게 대회 상금과 함께 매출의 6~10%를 배분한다.

“실리콘밸리는 만인을 프로그래머로 만들며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나피시는 말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 건 아니죠. 예술가가 되도록 돕는 과정에서도 많은 가치가 창출됩니다.”

골드만삭스 투자은행에서 근무하고 스탠퍼드 MBA를 취득한 나피시는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1990년대 중반 처음으로 창업한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 이브닷컴(Eve.com)을 성공시킨 후 민티드의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1998년에만 해도 창고에 보관할 재고를 매입하고 배송 준비만 갖추면 매출은 쉽게 발생했기에 온라인 리테일 사업을 간단히 시작할 수 있었다. 첫해에 매출 1000만 달러 고지를 점령한 이브닷컴은 2년 후 테크인큐베이터 아이디얼랩에 1억1000만 달러에 인수됐다. 그러나 2주 뒤 닷컴 시장이 붕괴했고, 이브닷컴을 인수한 기업은 매각 4개월 만에 직원들을 해고했다. 그나마 남은 회사 자산은 LVMH에 매각됐다.

나피시는 이브닷컴 매각 후 더바디샵의 온라인 사업부를 수년간 운영했다. 그러다 생각해낸 사업이 바로 민티드다. 크라우드소싱이란 개념은 좋았지만, 2007년만 해도 킥스타터가 크라우드소싱을 대중화하기 전이었다. 소매업체들은 대부분 사내 디자이너를 고용하거나 외부 계약업체를 통해 디자인을 결정했고, 경영진이 보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나피시는 디자인과 큐레이션을 소비자에게 맡기는 변화로 기존 사업 모델의 판도를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제품을 매입해 창고에 보관해야 한다는 웹 1.0 시대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있기도 했다. “살짝 불안했습니다.” 그녀는 말한다. “제 생각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죠. ‘디자인을 크라우드소싱하다니 미친 거 아닌가’ 하는 자기검열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팀원 대부분이 협력업체를 찾고 머천다이즈를 매입하는 데 집중할 때, 나피시는 민티드의 핵심이 될 디자인 경연대회를 설계할 엔지니어 인건비를 따로 떼어 놓았다.

크라우드소싱으로 소비자 취향 파악

민티드는 기존 편지·카드 브랜드로 컬렉션을 만들고 초기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얻은 소수 아이템으로 론칭했다. 그러나 첫날부터 매출이 발생했던 이브닷컴 때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한 달 내내 정적만 흘렀습니다.” 나피시가 말했다. 물건이 단 한 개도 안 팔려서 사이트를 닫고 가족과 친구들이 준 돈 중 남은 금액이라도 돌려줘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조금씩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매출은 전액 디자인 경연대회 우승작에서 나왔다. 이를 본 나피시는 100% 크라우드소싱으로 가겠다고 결정하고 벤처투자사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2008년 릿지 벤처스에서 3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냈다.

디자이너와 대중을 연결하는 기술은 후발주자가 함부로 뛰어들 수 없는 진입장벽이 되어줬다고 민티드 투자사 벤치마크의 빌 걸리 파트너는 말한다. “좀 더 민주화된 방식이죠. 사내 디자이너 팀이 쉽게 갇히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나피시의 남편이자 민티드 상품분석 및 크라우드소싱 담당 부사장 마이클 메이더는 대회에서 표를 많이 받은 디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잘 팔리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회사는 어떤 디자인이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확인하고, 안목을 가진 투표자를 파악한다. 같은 사람이 계속 투표할 필요도 없다. 아이가 있고 해변가 도시에 거주하는 여성이나 중부 지역에 살고 있는 미혼의 밀레니엄 세대 등 어떤 사람의 취향이 실제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투표자의 안목이 정확할지 결정하는 투표자 프로필이 있다. “명절 인사 카드를 잘 골라내는 사람과 예술 작품을 잘 골라내는 사람, 청첩장을 골라낼 줄 아는 사람이 다 다릅니다.” 메이더의 말이다.

디자인 대회에 참가하는 디자이너가 많아지면서 회사는 민티드닷컴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과 여타 브랜드로 확장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예술가의 디자인을 활용하고 추가 수입원을 안겨줄 새로운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나피시는 “컨텐트가 넘쳐납니다. 너무 성공해서 더 힘들어진 케이스죠”라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민티드는 새 브랜드 핍파(Pippa)를 선보였다. 기존의 고급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대중용 시장을 겨냥한 셔터플라이와 직접 경쟁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한 외부 가정용품 업체가 자체 브랜드에 민티드 디자인을 사용하기로 했다. 민티드의 첫 라이선싱 제휴인 셈이다. 다른 소매업체들과도 민티드 패턴 디자인을 의류부터 가사 도구에 이르는 각종 제품에 사용하는 계약을 논의 중이다.

- BIZ CARSO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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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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