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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허웩 슈나이더 일렉트릭 인더스트리얼 오토메이션 부문 부회장 

글로벌 스마트공장 보급의 첨병 

철강, 중장비, 조선 사업으로 출발해 183년 역사를 지닌 기업이 변신에 성공했다. 20세기 들어 공정 자동화 사업을, 21세기엔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말이다. 프랑스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제 에너지 관리와 공정의 완전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피터 허웩 부회장. 그는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 시장이 지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역량을 강조했다.
“스마트공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국의 첨단산업을 주도할 것이다. 스마트공장의 세계 시장 규모는 연평균 8% 성장하고, 2020년엔 2870억 달러(약 3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지난해 내놓은 분석보고서 중 일부다. IEC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표준화기구(ISO)와 함께 세계 3대 표준화기구로 꼽힌다. 특히 이 세 곳은 전 세계 4차 산업혁명에 핵심이 되는 기술의 표준화 체계를 잡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이들이 스마트공장이야말로 첨단 기술을 아우를 총체라고 본 것이다.

한국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5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 개를 도입하고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연구개발(R&D)에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마트공장의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통신 등 기술 표준화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가 그룹도 구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공장은 설비와 기계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전 제조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모든 설비와 기계 상태가 하나로 연결되는 셈이다.

“스마트공장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입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남들보다 좀 더 앞서서 스마트공장에 주목했고, 지금은 에너지 관리와 산업 자동화를 더 고도화해 어떻게 디지털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국에서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한국·중국·일본이 전 세계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앞으로 더 큰 변화가 기대됩니다.”

지난 7월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만난 피터 허웩 슈나이더 일렉트릭 인더스트리얼 오토메이션 부문 부회장(Industrial Automation EVP)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1836년 설립된 프랑스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스마트공장 분야에선 세계 최고다. 스마트공장에서 사용되는 부품과 프로그램을 개발·생산·판매할 뿐 아니라 자체 스마트공장을 운영하는 솔루션까지 모든 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이 기업에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다. 벌써 지난해 중국에서만 스마트공장 40여 개를 구축했다. 올해도 그만큼의 스마트공장이 문을 열 계획이다.

사실상 이 분야에서 1등이지만,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 올해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산업박람회 ‘하노버 메세 2019’에서 이 기업은 7개 신제품(애플리케이션)을 공개했는데 이 중 5개가 스마트공장에 적용될 기술이었다. 특히 사용자가 장비 상태를 추적·분석하고 전력 용량을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 관리 신제품인 에코스트럭처파워 어드바이저, 식음료 기업들을 위한 청결 관리 제품인 에코스트럭처 클린인 플레이스 어드바이저 등이 주목받았다. 이때도 허웩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설명했다. 그는 “2000년대 후반 제조업 부흥을 위해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꺼낸 독일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스마트공장 투자에 나섰다”며 “앞으로는 고객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국을 찾은 이유가 뭔가

한국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다. 최근 한국 산업계도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에너지 절감과 탄소발자국 같은 환경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한 이슈가 있어서 한국을 찾게 됐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서 에너지 관리, 산업 자동화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특히 고객의 경험을 어떻게 디지털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 상황은 어떤가

전 세계 곳곳에서 혈투 아닌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더 높은 효율성, 생산성, 안전성을 위해서 어떤 식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유럽에서는 제조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독일·이탈리아·프랑스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미국·멕시코 등 미주 지역에서도 스마트공장 도입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최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핵심 시장으로 뜨고 있다. 전 세계 제조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만 봐도 한국·중국·일본이 갖는 힘은 훨씬 더 막강해졌다.

한국 기업과도 협력하고 있나? 협력 내용은 뭔가

한국 메이저 기업이라면 모두 우리와 협력하려고 한다. 이들은 제조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왜 우리가 어떤 측면에서 어떻게 필요한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 결국 모든 공정을 디지털화, 효율화, 안전성 이 세 가지 측면에서 강화한다는 뜻으로, 사실상 전 과정에 개입해 돕고 있다. 얼마 전 한 한국 기업 관계자를 만났는데 에너지 비용으로만 25억 유로(약 3조3000억원)를 쓴다고 해서 놀랐다. 그만큼 에너지 사용량을 통제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건 환경을 생각하는 문제와 더불어 기업의 비용절감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다른 사례는 없나

한국의 한 자동차 기업과 공정 개선 협력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장의 유지·보수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디지털화하는 사업이다. 유지·보수 인력이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직접 기계에 손대지 않고도 문제가 생긴 과정을 점검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해 최종 수리 과정에 드는 시간과 공정 중단에 따른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모든 공정은 특정 근로자뿐만 아니라 관련자 모두 스마트폰, 태블릿PC로 공장 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제조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강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종합 부품회사 드림텍도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공장을 세웠다고 들었다.

지난해 12월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4개로 운영되던 드림텍 공장을 통합했다. 여기엔 지능형 통합 에너지 관리 솔루션이 들어갔다. 빌딩 자동화 솔루션인 에코스트럭처 빌딩과 공장 내 전력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력관리 솔루션 에코스트럭처 파워가 통합 적용돼 공장에서 소모되는 전력 에너지를 최적화하고 생산성과 효율성도 기존보다 훨씬 높였다. 이번 설비 구축에 들어간 자금을 고려하면 3년 이내에 만족할 만한 투자수익률(ROI)을 거둘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업 내부 상황이 공개될까봐 꺼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 위해선 당연히 고객사와 밀접한 협력관계가 우선이다. 그런 만큼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겠다는 기업의 의지가 중요하다. 기존 공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정확히 알아서 우리도 정확한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고, 이에 따른 비용도 최적화할 수 있다. 많은 고객사를 만나면서 그간 해왔던 사례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해온 사례를 보고 신뢰가 생겼기에 전 과정을 오픈할 수 있지 않았겠나. 물론 고객사가 보유한 데이터의 소유권은 철저히 보호한다.

공장이 해킹당하면 문제가 심각할 수 있겠다.

맞다. 그렇기에 사이버보안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우리는 스마트공장 구축과 사이버보안 시스템 도입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초 공정 설계부터 사이버보안 솔루션은 필수다. 4년 전만 해도 우리조차 사이버보안을 별개라고 생각했고, 제로 베이스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해당 분야 매출만 수억 유로에 달할 정도로 많은 고객사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우리도 상당한 전문성을 쌓았다. 더불어 사이버보안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이스라엘 보안 기업 노조미 네트웍스(Nozomi Networks)와 베리클래이브파트너스(Vericlave Partners)의 지분을 취득하고 보안 솔루션 비즈니스를 더 키워나가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과거 100년 넘게 철강·기계, 군수업체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절대 배움을 멈추지 마라(Learn Everyday)’. 회사의 대표적인 모토 중 하나다. 회사는 상당히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CEO를 비롯한 임원진에겐 분명한 비전이 있다. 세상은 변하고, 기업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의 역량 있는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다음 모토는 ‘필요한 곳에 비용을 지출하라(Put your money where your mouth)’다. 방향성이 결정되면 투자에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 몇 년 전 회사 운영위원회가 스마트공장 시장 공략을 위해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2017년 영국 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아비바(AVEVA)를 인수 합병했다.

산업 전환을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130여 개 기업을 인수했다고 들었다.

맞다. 사실 이런 결정은 기업문화에서 비롯된다. 올해로 재임 14년 차를 맞는 장-파스칼 트리쿠아 회장 겸 CEO는 유럽, 미국, 아시아 3곳의 멀티 허브 전략에 따라 8년 전 가족을 데리고 홍콩으로 이주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입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새로운 시장이자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란 확신에서였다.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대응하자는 아주 간단한 논리에서 비롯됐다. 더불어 운영위원회의 경영진 국적 구성도 다양화했다. 중국·말레이시아·러시아·독일·미국·프랑스 등 총 6개국 출신의 경영진이 참여하고 남녀 비율도 비등하다. 다변화되고 있는 시장에 맞서려면 우리부터 다원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인수합병 결정 이후 문화코드를 맞추는 일도 빠르게 진행된다. 우리와 함께라면 국적과 배경에 상관없이 ‘톱에 올라설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최고 인재를 확보하는 비결이다.

한국 대기업 말고도 다양한 중견기업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고자 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협력하기를 원하지만, 본받고도 싶어 한다.

한국 기업 고객을 만나면 유럽 기업과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낀다. 대다수 오너 기업인 경우도 많았다. 앞에서도 기업의 추진 의지를 강조했지만, 모든 공정의 디지털화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일과 다름없다. 그만큼 변수가 많고, 어려움도 생긴다. 일단 오너십 차원에서 도입 결정을 굳게 밀고 나가면서 방향성을 믿는 책임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생산성을 끌어올리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면 스마트공장 도입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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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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