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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레인 UPS 글로벌 공공정책부 사장 

‘문제 해결사’ 자처한 美 거대 글로벌 특송기업 UPS 

미·중 무역전쟁은 진행 중이다. 팽팽히 맞선 두 나라 정상을 보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세계 최대 소비국과 생산국이 맞붙었으니 무역에 나선 기업도 좌불안석이다. 마침 글로벌 운송업체 UPS 핵심 임원이 한국을 찾았다는 소식에 만났다.

▎로라 레인 UPS 글로벌 공공정책부 사장은 최근 무역분쟁 상황을 두고 “무역불균형이 불거진 사례로 당사국이 불균형을 조정하는 과정에 있다’’며 “ 당사국이 마주 앉아 협상해가면 또 다른 신뢰관계를 구축할 기회”라고 답했다.
‘매일 글로벌 GDP 3% 규모 물량 처리’, ‘매출액 720억 달러(2018년 기준)’, ‘연간처리 물량 52억 개’, ‘일일 처리물량 2070만 개’, ‘일일 항공처리물량 320만 개’.

미국 운송업체 UPS 얘기다. 지난 6월 20일 리커창 총리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해외 기업의 CEO들을 만나 “시장 친화적이고 국제화한 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국적 기업들이) 훨씬 더 많은 분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을 완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만남엔 UPS를 비롯해 미국 기업 5군데와 해외 기업 14곳 CEO가 참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격렬한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리 총리가 영향력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탈(脫)중국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목적에서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특히 UPS는 2017년 중국 대표 택배회사 SF(순펑) 익스프레스의 모회사 SF홀딩스와 손잡고 합작투자회사를 차렸다. 중국 상무부도 이 합작을 승인하며 “중국과 글로벌 소비자, 제조업자를 연결해줄 물류 솔루션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이전 상황이지만,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꽤나 깊은 협력관계를 구축한 사례다.

UPS는 그만큼 미중 무역전쟁 한복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업계도 미중 무역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로라 레인 UPS 글로벌 공공정책부 사장이 방한했다. 한국 UPS의 물동량 현황을 점검하고, 한국 여성 기업인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최근 글로벌 무역 상황과 그의 경력도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기업 경력보다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풍부한 그는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대중 협상을 책임졌고, 중동·지중해 국가들과 무역 협상 전면에 나섰던 적이 있다. 최근의 무역전쟁에 대한 생각을 물어볼 요량으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최근 미국-중국, 한국-일본 간 글로벌 무역관계가 시끄럽다.

맞다. 특히 중국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중국과 교역하거나 중국으로 들어가려는 기업 관계자들 모두 마찬가지다. 내 역할이 바로 고객들로부터 이런 지정학적 위기와 상황을 전해 듣고,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미중, 한일 무역관계는 어디까지나 ‘무역 불균형’이 불거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당사국이 이 서로 치열하게 불균형을 균형으로 잡아가는 과정에 있고, 우린 이 과정에서 고객들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돕는다. 물론 이런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돼선 안 된다. 당사국 모두 무역전쟁 문제를 정면에서 마주 앉아 또 다른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업도 또 다른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불확실성이 정말 기회가 될 수 있나.

우리 고객사 중 중소기업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양국의 정책적인 문제로 관세 보복이 이어졌다. 당장 고객사들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때 우리는 곧바로 글로벌 운송망을 점검해 대체 공급망을 조정하고, 관세나 기타 국가 간 정책적 리스크가 기존 비즈니스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한다. 브렉시트 때도 그랬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난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교역관계가 복잡해졌다. 영국 내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없던 관세와 통관절차가 생기면서 많은 고객사가 당황했다. 이때 우린 브렉시트 상황과 상관없이 영국과 끊임없이 교역해야 하는 기업에게 저비용으로 유통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했다. 세금 납부 ID 발급, 국경을 넘기 위한 발급권, 라이선스, 항공 증명서 등 운송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해 좀 더 효과적인 기회를 찾도록 도왔다.

미국 기업인으로서 미중 무역전쟁 문제는 어떻게 다가왔나.

많은 글로벌 기업인이 현 상황을 우려하는 게 사실이다. 기업의 생리가 늘 그렇듯 사업을 계획하고, 이에 따른 투자를 실행해서 성과를 거두길 원한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은 이 과정이 꽤 어렵게 느껴지게 하는 요소가 됐다. 시장 불확실성과 위험이 그만큼 커졌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건 두 나라 정책 담당자들의 몫이다.

UPS도 마찬가지 상황인가.

UPS 입장에서 보면 고객의 요청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나은 대안을 제공했다고 해서 서비스 비용을 올리거나 더 요구하지 않는다. 나라별 통관 요건이 추가되고, 관련 절차가 더 복잡해지긴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고객사도 많기에 최근 상황을 알려주고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레인 사장은 미중 무역전쟁을 두고 “결국 풀릴 것”이란 말을 강단 있게 던졌다. 평소보다 시장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긴 했지만 정책과 외교, 통상 모두 결국 사람이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일하기 전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 분쟁지역에서 외교활동을 했던 경험 덕분일까. 그는 1993년 르완다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다. 당시 아프리카 전역이 내전으로 몸살을 앓을 때다. 같은 해 소말리아 키갈리에서는 영화 [블랙호크다운]의 배경이 된 ‘모가디슈 전투’가 벌어졌고, 미군은 AK47 소총으로 무장한 소말리아 무장세력에 밀려 소말리아에서 철수했다. 이후 보스니아와 르완다 내전에 대해서도 불간섭 원칙을 고수할 정도로 미군이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있었던 르완다에선 100만 명이 넘는 사상자, 난민 200만 명 이상이 발생한 내전도 있었다. 당시 르완다 정부와 휴전 협상도 직접 맡았던 그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인생의 전환점이었고, 직장에서의 역할보다 좀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운송업체인 UPS가 뜬금없이 개도국 여성 경제권 강화에 관심을 두고, 전면에 레인 사장을 앞세운 이유에 수긍이 갔다.


르완다 경험이 인상적이다.

르완다에서의 경험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내 인생과 경력에서 무엇이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대학살을 목격하면서 일로서 얻는 것보다 어떤 책임감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되새기게 됐다. 두려움 속에서 용기를 가져야 하고, 옳은 것이 있다면 내가 가진 경력과 힘으로 맞서야 한다고 믿게 됐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내 역할을 직무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목소리도 내려고 한다. 오늘 한국 여성 기업인들과 만난 간담회도 그런 내 신념의 일부라 생각한다. 여성 중소기업들 개개인이 정부나 대기업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에 내가 대신 그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한국 여성 기업인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었나.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였다. 먼저 정보 접근성이 떨어졌다. 사업을 시작하고, 글로벌 무역을 시작하면서 갖춰야 할 필요 요건이나 시장을 확장해나갈 도구가 부족해 보였다. 제품 가격 산정부터 운송, 또 각종 규제까지. 대부분의 개도국 여성 기업인이 직면하는 문제와 비슷했다. 특정 산업에선 여성 기업인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도 부족했다.

또 하나는 여성 기업인 스스로의 자신감 결여 문제다. “난 이 분야에선 어려워”라고 단정지으며 도전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오늘 만남에선 여러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발현할 수 있게 돕겠다고 약속했다.

UPS가 글로벌 공공정책 분야에서 여성 경제권 강화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뭔가.

UPS는 United Parcel Service의 약자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United Problem Solver, 즉 ‘문제 해결사’라고 지칭한다. 글로벌 시장의 운송을 담당하며 수많은 업체를 만나보니 상당수 여성 기업인이 시장에서 소외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45년간 UPS에서 일한 총괄 CEO인 데이비드 애브니도 여성 기업인의 경쟁력과 잠재력에 주목하고 이들을 돕자고 했다.

UPS는 자체적으로도 젠더갭(성별 격차)을 해소하고 있나.

UPS에는 3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먼저 남녀 구성원 모두 여성리더십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육을 받는다. 다음으로 공급사 다양화 육성 프로그램인 쉬트레이즈(SheTrades)란 프로그램으로 여성 기업인이 운영하는 회사와 거래를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물류 산업이 여성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장임을 다양한 루트로 강조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나조차도 UPS의 이런 프로그램에서 도움을 받았다. 8년 전 UPS에 입사하면서 외부에서 스카우트돼 고위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UPS가 운송업체인 만큼 운송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회사 측은 2개월간 트럭 운전을 하며 실제로 배송 업무를 진행하도록 도왔고, 여성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젠더갭 해소가 자칫 사회적 갈등(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지 않나.

오해가 있다. 성별을 나누는 게 핵심이 아니다. UPS는 성별 등 차별적 요소를 불문하고, 최고 인재를 채용하고 승진할 기회를 준다. ‘젠더’는 대표적인 ‘차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여성 스스로 역할을 줄이거나 남성의 역할을 침범할 수 있는 편견을 갖게 되는 요소다. ‘갭’(차이)을 타파하는 게 주가 아니라 남녀 ‘밸런스’(균형)를 이뤘을 때 오는 시너지 효과를 생각한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진 조직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다양한 해결책을 낼 수 있다고 보면 어떨까.

미국 백악관도 여성 경제권 향상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최근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주도로 ‘여성들의 글로벌 개발과 번영 이니셔티브(계획)’를 공식 출범시키는 일을 돕고 있다. 개도국 여성 경제권 강화를 위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미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NSC), 여타 기관이 함께한다. 직업훈련이나 재정지원, 법률 또는 규제개혁 같은 분야에서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우선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우리는 여성 기업인들의 상품 수출을 지원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무역협정을 통해 여성 차별이 사라지면, 2025년까지 여성이 전 세계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28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기도 한다.

기업보다 미국 정계나 공공정책 분야가 더 어울려 보인다.

정부 일을 도울 생각도 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정책가가 되기 전에 기업이나 사회에서 더 많이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외교 등 관료로서 경험은 많지만, 지금 같은 기업 활동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자본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UPS에서 일하면서 무역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번영하는지도 깨닫고 있다. 현재 유엔난민기구(UNHCR) 이사회에서 난민 문제 해결도 돕고 있다. 정책은 시민사회와 기업이 함께 파트너십을 구축해 펼쳐나갈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기에 한 가지 관점만 고수하며 정책을 펼쳐선 안 된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1909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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