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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그바움언더40상 수상_안선주 조지아대 교수 

“VR 연구로 사회적 약자 돕겠다” 

안선주 미국 조지아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저널리즘 및 매스커뮤니케이션교육학회(AEJMC)에서 한국인 최초로 ‘크리그바움언더40상’을 받았다. 이 상은 40세 미만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중 교육, 연구 및 공공서비스 공헌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이에게 수상한다. 가상·증강 현실을 이용한 의료, 소비자 심리학, 교육 프로그램 분야에서 걸출한 성과를 내고 있는 안 교수를 만났다.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미국 저널리즘 및 매스커뮤니케이션교육 학회(AEJMC) 총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한국인이 있었다. 이날 ‘크리그바움언더40상(KrieghbaumUnder-40 Award)을 수상한 안선주 조지아대 광고 홍보학과 교수(39)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 수상자다. 이 상은 40세 미만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중 교육, 연구 및 공공 서비스 공헌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이를 매년 한 명 선정해 수여한다.

안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 미국 조지아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부에서 커뮤니케이션이론과 연구방법론, 대학원에서 사용자경험 연구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논문 29편, 학회 발표 60회 이상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AEJMC 총회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그의 연구 실적이었다. 안 교수는 게임 및 가상환경연구소(Games and Virtual Environment Lab) 소장으로, 가상·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그의 연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바로 ‘가상 운동친구 에코시스템(Virtual Fitness Buddy Ecosystem)’이다. 미국 국립보건기구(NIH)가 연구지원금 330만 달러(40억원)를 출원해 미국 YMCA와 협업으로 진행하는 5년짜리 프로젝트다. 안 교수는 “가상현실 연구가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목적이며 연구 혜택을 사회빈곤층이 누릴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 부모들은 대개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들의 방과 후 학습과 운동을 특정 기관에 의존하는 편이다. 안 교수 팀이 개발한 가상캐릭터가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의 운동친구 역할을 해 트레이닝 프로그램의 성과를 높이도록 설계됐다. 안 교수는 “아이들의 운동 성과를 높이는 데는 칭찬이 중요한데 지도교사와 부모가 일일이 챙겨줄 수 없다”며 “그래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가상세계의 강아지 아바타로 탄생시켜 아이의 운동을 유도하고 응원하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손목에 차고 있는 개인용 웨어러블기기 핏빗에 운동 데이터가 수집되고 통계치가 부모에게 휴대폰 앱으로 전달된다.

현재 3년 차인 이 프로젝트의 파일럿 테스트 결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가상현실 속 강아지 친구의 유도에 따라 아이들의 목표 달성 기간이 점점 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현재 단기간 테스트에서 장기간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YMCA와 추진 중”이라며 “운동 프로그램뿐 아니라 핏빗, 키오스크, 노트북, 가상현실 고글만 있다면 일상생활에서 많은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의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논문도 가상현실 경험이 사람들의 행동 변화에 어느정도 효과적인지를 연구한 것이다. 종이자원 절약 캠페인과 관련해 비교군에는 관련 정보가 담긴 팸플릿을 주고, 실험군에는 가상현실을 통해 숲에서 나무를 자르는 경험을 하게 했다. 가상현실이지만 나무를 자르며 파괴되는 숲을 직접 느끼고 목격한 피실험자들은 종이를 소비할 때 그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린다. 그 결과 실험군의 종이 소비는 팸플릿 제공 비교군보다 20~25% 적었다. 안 교수는 “자원절약과 재활용에 대해 그동안 많은 캠페인이 있었지만, 가상현실을 이용한다면 행동 변화가 더욱 효과적이고 지속력을 가진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효용을 사회적 약자에게


▎지난 8월 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AEJMC총회에서 안선주 교수가 크리그바움언더40상을 수상하고 있다. 안 교수는 2004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서 학사 취득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안교수는 “최근 가상현실이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요구되는 사회 전 영역에서 활성화되고 있다”고 트렌드를 전했다. 특히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이 시도하고 있는 가상현실 저널리즘을 예로 들었다. 안 교수는 “해외 내전 상황 등을 보도할 때 가상현실을 통해 시청자가 마치 현장에서 360도 둘러보며 뉴스를 능동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가상현실이 저널리즘에서 각광받는 이유가 이제 뉴스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2006년 스탠퍼드대 가상현실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가상·증강 현실 분야는 주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고글이 5000달러대로 고가였지만 지금은 500달러대로 떨어지며 대중화했고, 가상현실에 대한 인식도 많이 확산됐다”며 “산업적 수요가 늘고 관련 기기 가격이 떨어졌으며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면서 활성화를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첨단기술을 사회과학에 적용하는 방식이 아직 많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연구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가상현실이 인간의 의식과 행동 변화에 효과적인 만큼 상업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의료, 환경, 교육 등의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상의 나를 노출하는 가상현실 광고의 경우, 사람들의 자기애를 이용해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요. 광고 목적에는 효과적일 수 있어도 이는 명백히 신분 도용으로도 취급될 수 있죠. 따라서 연구자로서 첨단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야 하는 의무도 있지만, 적용할 때 중립적이고 과학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안 교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가상현실 기술이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이 실생활에서 여러가지 체험과 교육 혜택을 가상현실을 통해 받을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산학협력을 통해 자신의 연구와 기술의 효용이 사회적 약자들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1909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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