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김지윤 쿡투게더(Cook To Gather) 대표 

오마카세와 공유주방의 공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만드는 특별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오래 기억된다. 나만을 위한 요리와 서비스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다. 김지윤 쿡투게더 대표는 색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요리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김지윤 쿡투게더 대표가 칠예가 전용복씨가 선물한 도마 위에서 회를 뜨고 있다.
서울 양재천로 강남수도사업소 옆 작은 건물. 2층으로 올라가니 일본식 목조주택의 문을 재현한 듯한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요리실(料理室) 쿡투게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본 전통가옥 내부를 그대로 옮겨 온 듯 다다미와 이로리(囲炉裏, 일본식 화덕)가 정갈하게 배치돼 있다.

하루 한 팀 만을 위한 오마카세 코스


▎동글뱅이 나베. 숙주를 밑에 깔고 알배추를 냄비 가장자리에 두른 후 가운데 흑돼지 대패삼겹살을 넣고 다시마와 가다랑어포를 우린 다시를 부어 끓여준다.
김지윤(28) 쿡투게더 대표는 53㎡(약 16평) 남짓한 공간에서 매일 한 팀 만을 위한 오마카세 요리를 내놓고 있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긴다는 의미다. 요리사는 그때그때 엄선한 식재료로 창의력을 발휘한 제철 요리를 만들어낸다.

“한국엔 다양한 일식집이 들어와 있지만 이로리를 활용한 전통 조리법을 선보이는 곳은 없죠. 쿡투게더가 음식을 통한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지윤 대표는 매달 신선한 식재료를 정해 오마카세 코스를 짠다. 9가지 코스로 구성된 쿡투게더의 오마카세 요리는 이로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나베와 꼬치구이가 메인이다. 8월은 대게 차완무시(일본식 달걀찜)와 전복 향초구이에 감자만쥬, 초당옥수수 튀김, 제철 생선 사시미, 구이류, 연어솥밥, 동글뱅이 나베에 디저트를 준비했다. 1인당 20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말 예약은 꽉 찬 상태다.


▎이로리에서 익어가고 있는 돼지고기 꼬치.
김 대표가 주목한 건 일본 전통가옥의 특징인 이로리였다. 이로리는 마룻바닥을 사각형으로 도려 파낸 공간에 설치하는 화덕이다. 이로리는 지방마다 형태가 다르고 부르는 명칭도 다르기 때문에 김 대표가 직접 일본 시골마을을 돌아다니며 묻고 배웠다. 그 과정에서 일본 요리인들과 교분도 깊어졌다. 김 대표는 “이로리를 한국에서 제대로 구현해보자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유학 생활 중 일본 음식에 매료됐다. “제가 뉴욕에 있을 때 주변에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한식당이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간 음식들이었죠. 그때 만난 일본 음식이 굉장한 위로가 됐습니다.”

이로리에 둘러앉아 즐기는 특별한 한 끼


▎쿡투게더의 오마카세 메뉴 중 하나인 참소라 향초구이.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귀국해 본격적으로 일본 음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전통예술에 조예가 깊은 모친 덕분에 옻칠 장인 전용복씨와 만난 것도 계기가 됐다. 전용복씨는 일본에서 1조원 규모의 메구로가조엔 복원공사를 담당하면서 유명해진 칠예가다. 1931년 건립된 메구로가조엔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티브가 된 장소로 호텔, 레스토랑, 예식장 등이 들어선 복합시설이다.

김 대표는 “전 선생님께서 3년에 걸쳐 3000점이 넘는 작품을 복구한 메구로가조엔을 방문했을 때 한국에도 일본의 전통미를 살린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김 대표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공간 디자인에 손수 참여했다. 쿡투게더 다다미방 벽면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모두 전씨의 솜씨다.

쿡투게더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공동주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누구든지 공간을 빌려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수도 있다. 주방과 조리기구들이 모두 준비돼 있어 실제 일본 현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는 듯한 이색 체험이 가능하다.


▎오마카세 요리를 만끽할 수 있는 다다미 방. 전용복 칠예가의 손길이 벽에 걸린 작품 곳곳에 담겨 있다.
“쿡투게더(Cook To Gather)는 ‘모이기 위해 요리’한다는 뜻이에요.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해 먹는 걸 워낙 좋아하거든요. 공유주방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향후 쿡투게더의 활용도를 점차 넓혀나갈 예정이다. 셰프들과 함께하는 쿠킹클래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교류회나 모임 등을 열어 만남의 장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김현동 기자

201909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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