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윤리적 소비문화를 만드는 방법 

 

우리가 흔히 소비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는 욕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유하거나 좀 더 멋져 보이고 싶거나 좀 더 건강하고 부유해지고 싶은 욕망 말이다.
H&M, ZARA, GAP과 같은 패스트패션의 장점은 낮은 가격과 짧은 제품 사이클이다. 그러나 이는 옷을 더 자주 더 많이 사고 버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the true cost]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형 브랜드들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에 하도급 공장을 세운다.

이어 다시 재하도급 공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엄청나게 낮은 생산원가 구조를 만들어낸다. 노동자들은 낮은 급여에도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린다. 몇몇 SPA가 전 세계 패션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이러한 기형적 하도급 방식은 점점 더 고착화되고 있다. 아울러 빠르게 바뀌는 소비 패턴은 더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는 없을까?

미국 의류 브랜드 에버레인은 투명성을 강조하는 독특한 회사다. 미국에서 많은 팬덤을 보유한 브랜드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에버레인은 홈페이지에 거래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근무 환경과 처우 등을 공개하고 원가구조를 상세하게 밝힌다. 기존 패션 브랜드들이 높은 마진율을 확보하기 위해 낮은 생산원가를 구축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철저히 숨기는 관행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에버레인은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이색적인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바로 소비자에게 세 가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첫 번째 가격은 공장생산 원가와 운송비만, 두 번째 가격은 원가에 개발 비용과 본사 비용을 더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가격은 미래 제품개발 비용까지 더해 제시한다. 이를 통해 합당한 수준의 생산원가를 책정하고,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근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가격을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하게 한다. 높은 가격을 선택할수록 윤리적 가치에 부합한 소비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의 노력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신발을 예로 들면 재활용되는 일부를 제외한 모든 플라스틱은 배제하고 친환경공법으로만 제작된 원자재를 사용함으로써 전기와 물 사용량,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에버레인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옷만 소비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소비를 통해 제3세계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오염된 환경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에 동참한다. 이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 손창현 OTD 코퍼레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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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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