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말뫼의 눈물’에서 배워야 할 것은? 

 

기존 제조업은 어떻게 대응할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거대한 시대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기업들은 대응하기 어려운, 즉 내부적인 R&D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이다.
기성전선은 지난 50년 동안 기기용 전선 국내 1위 업체로서 각종 케이블을 제조해온, 부산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이다. 2022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박민준 기성전선 대표는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첫 단계인 ‘VISION 2022’를 발표해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조인트벤처인 ‘피츠케이블’과 2공장인 ‘코일센터’, R&D 센터인 ‘이노센터’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3공장 ‘비전센터’를 설립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조선 분야는 친환경 관련 이슈, 통신기술과 제조기술 등의 급변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버 같은 기업은 아예 자동차의 생산량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기존 제조업은 어떻게 대응할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내부적인 R&D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이다.

과거 제조업을 하던 기업은 이제 첨단 센서와 딥러닝, 빅데이터를 이해해야 한다.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는 ICT 및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나 연구소와 연결점에 있다. 그게 생존하는 길이다.

지금까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수도권 중심 스타트업’, ‘엑시트 시장과 연결된 투자 생태계’ 등 각 분야 플레이어들이 각각 다른 지점을 목표로 생태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했듯 따로 떨어진 산업과 기술, 투자 생태계를 한 점으로 연결해야 한다.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는 세계 최대 조선소 코쿰스가 도산하면서 지역 경제가 붕괴됐다.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코쿰스 조선소를 창업보육센터로 바꾸고, 전 세계 글로벌 인재들을 도시로 유치하여 새로운 생태계를 가꾸었다. 유럽의 유명 벤처캐피털 투자도 유치했다.

말뫼의 변화를 보면서 세계 최고의 산업과 생산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도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2016년 초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향하는 선보엔젤파트너스를 설립한 이유다. 선보엔젤파트너스 설립 이후 수많은 중견기업 창업가를 지켜보며 흥망성쇠를 생생하게 봤고, 고민도 함께 나누고 있다.


나는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차세대 경영인 100여 명과 연합해 2016년부터 매월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들을 산업으로 연결했다. 기성전선이 조인트벤처를 세운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다.

-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공동대표

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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