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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목하는 ‘코리안 파워’]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기술로 세상을 쉽고 재미있게 만드는 게 꿈” 

한국에서 창업한 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이 탄생할지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 프로게이머 1세대이자 연쇄 창업가인 김동신 대표가 2013년에 설립한 센드버드(Sendbird)다.

▎센드버드는 기업의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에 채팅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는 B2B 스타트업이다. / 사진:센드버드
센드버드는 기업의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에 채팅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는 B2B 스타트업이다. NBA, 야후스포츠, 고젝, 레딧 등 해외 기업부터 국민은행, 넥슨, 쿠팡, 티몬 등 국내 기업들까지 센드버드의 채팅 솔루션을 활용해 자사 채팅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센드버드는 2016년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이하 YC)에 선발되면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YC는 2005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에어비엔비, 드롭박스, 도어대시 등 유니콘 기업을 키워낸 곳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명성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춘 만큼 YC의 선발 심사는 하버드대학교 MBA 경쟁률보다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센드버드는 YC에 합류한 이후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 2017년 시리즈 A 투자에서 1600만 달러, 지난해 시리즈 B 투자를 5000만 달러에 클로징하며 총 1억20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링크드인 등에 투자한 유명 헤지펀드인 타이거글로벌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개인투자자로 참여해 만든 아이코닉캐피탈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센드버드는 김동신(40) 대표의 세 번째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하다 2007년 소셜 게임 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 5년 뒤 일본 게임 업체인 그리(GREE)에 매각했다. 2013년에는 워킹맘의 육아 커뮤니티 스마일패밀리를 창업하며 미국에 진출, 스마일 패밀리의 메시징 기능에서 더 큰 가능성을 보고 2015년 기업용 메시징 솔루션으로 전환한 것이 센드버드다. YC가 지난해 발표한 시가총액 톱 102 리스트에서 센드버드는 38위를 차지했다. 차기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YC list 38위 선정을 축하한다. 이번 성과가 센드버드에 어떤 의미인지 소감을 말해달라.

이번 성과는 내게 희망과 진전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기술 부문에서 실리콘밸리는 이 산업의 할리우드, 즉 진원지와 같은 곳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우리에겐 사실상 해당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동안 YC를 거쳐간 수많은 회사를 지켜보고 동경하며 그 일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YC의 일원이 되는 것은 어린 시절 꿈을 이루는 것과 같았다. 바다 건너에서 언젠가 저 건너편에 가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겐 그런 희망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클라이언트들과 협력사들, 그리고 다른 회사들이 우리의 표본이 되었던 것처럼 우리도 다음 세대에게 표본이 되고 싶다. YC 100 리스트에 오르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가 얼만큼 왔는지 인정받은 것 같아 영광으로 생각한다.

맨 처음 계약이 성사된 클라이언트사는 어디였는지, 성사 배경을 설명해달라.

4년 전, 우리의 첫 클라이언트사는 국내 게임 스튜디오였다. 당시 우리가 막 개발하기 시작한 비공개 얼리 엑세스 버전을 이용하고 계셨다. 음악과 관련된 게임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커뮤니티 챗이 필요했다. 공개된 채팅방이든, 세션 중간에 다른 플레이어와 소통하는 커뮤니티 영역이든, 혹은 길드나 그룹 멤버가 전략을 짜는 비공개 공간이든 게이밍에서 채팅은 꼭 있어야만 하는 산소와 같다.

해당 클라이언트사는 기존 유저들을 유지하며 신규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채팅이 절실했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한 이유는 센드버드가 초기에 플러그인과 도입이 쉬웠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자원이 너무 값비싸고 희소했기 때문에 빨리 도입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했다. 우리의 기술로 반나절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커뮤니티 채팅 경험을 도입할 수 있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국민은행, 넥슨, 쿠팡, 게임빌, 신세계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여러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올해의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 플랜을 공유해달라.

서비스를 시작했을 땐 90%가 넘는 수익과 클라이언트사들이 국내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2019년에는 대략 40%가 미국, 30%가 유럽과 중동·아프리카(EMEA, Europe, the Middle East and Africa), 30%가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이 차지했다. 현재는 이처럼 여러 시장을 동시에 좇는 흥미롭고 도전적인 상황 속에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에는 다수의 제품과 기능들을 소개할 예정이며, 유저에게 정말 뛰어난 경험을 줄 것이다. 더불어 여러 주요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자에게 더욱 친근한 제품이 되고자 한다.

센드버드는 기업의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에 들어가는 채팅 기능을 구현하게 도와주는 챗 API 회사다. 동일하거나 비슷한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있을 것 같은데 센드버드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 ‘앱 내 채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비슷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저 경험에는 대단히 많은 것이 결합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싱크, 이미지와 욕설 관리 능력, 커뮤니티에 해를 가하거나 룰을 위반하는 유저들을 차단하거나 쫓아내는 기능, 스팸 필터링, 자동번역 등 고객이 채팅을 컨트롤할 수 있게 만드는 기능들이다. 센드버드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는 이러한 풍부한 기능을 막힘없이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 센드버드는 비교할 수 없는 스케일의 메시지를 다룰 수 있다. 센드버드는 약 1억 명에 달하는 월간 채팅 유저를 다루고, 앱당 한 번에 100만 개 접속기기를 지원한다. 매년 2배, 3배로 트래픽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가장 확장 가능성이 높은 API가 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고객사들은 시간과 자원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2년여간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했다. 직장생활 경험이 창업에 도움이 된 바가 있다면.

재학 시절 엔씨소프트와 작은 회사에서 3년 이상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졸업하자마자 첫 회사를 창업했다. 이 과정에서 배운 점은 엔지니어링 외에 기술 회사가 매우 많다는 것이었다. 내가 개발하고 성공적인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에 있어 더 크고 현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여러 리더와 일하면서 나와 맞거나 맞지 않는 점,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 뭔지 배웠으며, 왜 사내 문화가 지속적이고 행복한 조직을 만드는 데 중요한지 배울 수 있었다. 보너스로 엔씨소프트에서 일했을 당시 매니저가 내 첫 스타트업의 최초 엔젤 투자자가 됐다.

파프리카 창업과 매각, 스마일패밀리 창업 경험이 센드버드 창업에 어떤 토대나 도움이 됐는지 알려달라.

좋은 팀 멤버를 채용하는 방법과 고객, 협력사,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잘 홍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교훈은 투자자, 같이 일하는 동료들, 고객과 협력사들의 ‘기대 관리’다. 첫 회사를 창업하기 전에는 스스로 기대치가 굉장히 낮았다. 투자자들에게 50만 달러만 투자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난다. 일이 잘되지 않을 경우나 사람들이 투입되었을 때 얼마나 상황이 복잡해질지를 고려하지 못했다. 회사는 마치 헝클어진 머리 뭉치처럼 얽히고설킨 감정의 집합체와 같다. 회사는 곧 나 자신보다 더 커지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기대를 잘 관리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배웠다. 이는 센드버드를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다.

한국은 아직 SI 중심적인 소프트웨어 경제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API 경제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파도다. 본질적으로 모든 산업이 시작할 때는 작지만 성장하면서 더 복잡해지고 번들에 포함되지 않은 요소들을 가치사슬 내내 가지고 오게 된다. 제조업이 좋은 사례다. 예전에는 자동차 회사가 모든 부품을 자체 제작했다면, 지금은 자동차 제조업자들에게 부품을 파는 10억 달러 시가 총액을 가지고 있는 공기업 형태로 부품 제조업자들이 존재한다.

이는 전체적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20~30년 전을 되돌아보면 모든 것은 자체 개발됐다. 하지만 10년 전쯤부터 SaaS 또는 오픈소스와 같은 모델들 덕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들어 PaaS나 API와 같은 더 발전된 형태를 볼 수 있다. 지금은 회사들이 특수화된 소프트웨어 요소들과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API들은 회사가 핵심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그 위에 입힐 수 있는 추상적 레이어를 만든다. 센드버드의 경우 최상의 채팅 API를 제공한다.


▎김동신 대표(왼쪽)와 센드버드 팀원들. / 사진:센드버드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세계가 점점 평면적으로 변화하면서 경쟁 장벽은 낮아지고 있다. 그래서 모든 비즈니스는 품질을 보장하는 동시에 상용화(go-to-market)를 서둘러야 한다. API 경제는 회사들이 더욱더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높은 품질과 낮은 원가를 가진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과 세상에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API 경제가 더욱 우세해지면서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 e스포츠 산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게임과 e스포츠 분야에서 챗 AP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궁금하다. 또 눈여겨보고 있는 신산업이 있다면.

게임은 항상 타당한 타깃이 되었고 e스포츠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흥미진진한 영역이지만, 지금은 메시징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마켓플레이스, 승차 공유와 음식 배달 같은 온디멘드 서비스, 온라인 커뮤니티의 높은 가치 창출이 예상된다.

인생의 롤 모델이 있다면 이유와 함께 소개해달라.

만나고 소통하는 모든 사람을 하나의 마이크로 멘토라고 보며 인생에 접근한다. 누군가를 우상화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 난 사람들의 특정한 초능력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을 배우기 위해 무엇이 대단한지 찾는 것을 즐긴다. 실제 인물을 꼭 호명해야 한다면 어머니 또는 할아버지다. 두 분 다 내게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고, 물리학의 법칙이 뒷받침한다면 어떤 문제든 해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중학생 즈음에는 이런 원칙이 내 삶을 인도한다는 것을 깨닫고 스케일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졌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공유해달라.

개인적으로 성공에 큰 의미를 두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보다는 의도와 의미를 통한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단어는 ‘꿈’이다. 세계에 긍정적이고 규모 있는 영향력을 가지는 꿈을 꾼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데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재미있게 만들거나 더 쉽게 만드는 것이다.

난 항상 문제를 반복적이고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더 편하게 해주는 것에 이끌렸다.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대다수의 사람이 물과 전기같이 궁극적으로는 감사하게 느끼지 않는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싶다. 너무나 일반화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을 개발하고 싶다. 운이 좋다면 이러한 것들을 여러 번 만들 수도 있을 거다. 만약 죽기 전에 이를 달성할 수 있다면 의미 있고 보람찰 것 같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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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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