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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코노미’ 시대가 온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여성의 ‘그 날’은 우리가 지켜요 

여성은 평균 35년간 월경을 한다. 건강의 상징이지만 매달 통증과 불편함을 감내해야만 한다. 여성의 ‘그 날’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순 없을까. 이 고민 끝에 유기농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정기 배송에 나선 기업이 있다. ‘행복한 월경날’이란 뜻을 가진 해피문데이다.

‘깔창 생리대’(2016), ‘생리대 유해 물질파동’(2017). 두 사건은 여성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사업’,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 등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들의 고통과 불안감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유기농 생리대, 생리대 대체품을 만드는 기업들에 여성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피문데이 또한 유해 물질을 최대한 덜어낸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어 여성들의 건강에 일조한다. 또 한 달 치 생리대를 집 앞까지 정기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로 여성들의 불편함을 줄였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해피문데이의 현재 회원수는 4만5000여 명에 이른다.

김도진(29) 대표가 밝힌 해피문데이의 시작은 이렇다. 스물다섯 살이었던 2016년, 그는 ‘셀프 안식년’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하자마자 재학과 휴학을 반복하며 스타트업 인턴, IT 서비스 회사 프로덕트 매니저, 벤처캐피털(VC) 투자심사역 등 쉼 없이 달려온 터라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깔창 생리대 사건을 접했다. 생리대 관련 문제를 체감했고, 저렴하면서도 좋은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바로 그해 해피문데이를 창업했다.

그는 우선 ‘안전한 생리대’의 기준을 세우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김 대표는 “생리대는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사용자의 체질에 따라 잘 안 맞을 수 있다”며 “따라서 몸에 좋다는 원료들을 추가하기보다는 화학물질을 최대한 배제한, 가장 기본적인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피문데이 생리대는 커버에 천연 재료인 목화를, 방수층엔 흡수력을 높이기 위한 고가의 통기성 필름을 사용해 만든다. 그럼에도 해피문데이의 생리대 가격은 패드 한 개당 400원으로 일반 생리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성비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김 대표가 1년 넘도록 국내외 제조 공장을 찾아다닌 결과다.

현재 해피문데이에서 제조·판매하는 제품은 생리대와 탐폰 두 종류다. 생리대는 팬티라이너·소형·중형·대형·오버나이트 총 5가지 사이즈, 탐폰은 라이트·레귤러·슈퍼 3가지 사이즈로 만든다. 소형 탐폰인 ‘라이트’가 해피문데이만의 차별화된 상품이다. 김 대표는 “월경혈이 적은 날 중·대형 탐폰을 사용하면 흡수할 피가 모자라 탐폰이 건조하고 뻑뻑해져 불편하다”며 “국내 브랜드에선 잘 출시되지 않는 사이즈로 필요한 사람들은 직접 해외직구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해피문데이의 또 다른 차별점은 생리주기에 맞춘 정기 배송, 즉 ‘구독 서비스’다. 사람마다 필요한 제품과 수량이 다르기 때문에 고객이 직접 상품을 구성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구매량을 예측할 수 있어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실제로 해피문데이는 유통 수수료를 낮춘 덕분에 배송비를 받지 않는다.

지난해엔 국내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 중 처음으로 중동 시장, 그중에서도 쿠웨이트에 진출해 화제가 됐다. 여성 인권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동 지역, 그것도 인구가 적은 쿠웨이트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쿠웨이트 인구가 한국의 10% 정도로 적어 오히려 테스트베드로 삼기 괜찮죠. 운 좋게 현지에서 유통 파트너를 찾기도 했고요. 그리고 생각보다 여성 인권이 낮지만도 않아요. 어떤 여성들은 마트에서 남자가 옆에 있어도 당당히 생리대를 집어갈 정도예요. 한국보다 2.5배 정도 가격을 높여 프리미엄 정책을 썼는데도 수요가 많습니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는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한국처럼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택배서비스가 없을뿐더러 여행을 자주 다니는 탓에 배송을 원하는 수요가 적었다. 그래서 구독 서비스를 접고 약국을 유통 채널로 삼아 오프라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쿠웨이트에서 발생한 연 매출은 2억원 규모다. 쿠웨이트에서 자리를 잡은 뒤 인접 국가에도 진출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계획을 멈춘 상태다.

대신 김 대표는 국내에서 펼칠 새로운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월경 관련 앱 ‘해피문’을 올해 정식 출시한다. 이 앱은 ‘월경과 라이프 전반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표방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월경주기 관리 앱과는 달라요. 사실 여성들도 월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유독 배가 아파도, 갑자기 월경혈이 많거나 적어져도 병원에 가지 않는 한 이유를 알기 어렵죠. 이 앱은 월경과 관련해 발생하는 여러 현상을 데이터화해 본인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유사시 대처법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노력은 자체 블로그, 유튜브(‘월경 언니’)에서도 하고 있지만 앱에선 더 정확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요.”

‘깔창 생리대’ 사연이 김 대표를 생리대 사업에 뛰어들게 했던 만큼, 김 대표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1년간 제품을 정기 배송해주는 ‘걱정 없는 1년 캠페인’이다. 20명으로 시작했는데 이달 200명을 넘겼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가 대상자를 선정해주면 해피문데이에서 제품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월경 배지’를 만들어 배지가 10개 팔릴 때마다 한 명에게 1년치 생리대를 지원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회사 이름처럼 모두가 행복한 월경날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생들도 걱정 없이 월경을 겪을 수 있도록 ‘키다리 언니’ 역할을 오래 해나갈 생각이에요.”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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