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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이재열 버츄어라이브 공동대표 

공유 미용실과 VR앱의 이유 있는 만남 

소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주도하던 미용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유경제에 기반을 둔 공유 미용실이 생기고부터다. 2018년 시작된 이 바람은 세븐에비뉴가 일으켰다.

“에어비앤비와 위워크의 장점을 합친 모델이 공유 미용실 ‘세븐에비뉴’ 입니다.”

지난 6월 29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심재현 버츄어라이브 대표가 설명했다. 심 대표는 2018년 서울 마포구에 공유 미용실 세븐에비뉴를 열었다. 국내 미용 업계에선 처음 시도하는 공유경제 방식의 사업 모델로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올해 3월 또 다른 소식을 전했다. 헤어스타일 시뮬레이션 앱 ‘헤어핏’을 만든 버츄어라이브와의 합병이다. 이날 인터뷰에는 헤어핏을 만든 당사자이자 버츄어라이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열 대표도 함께했다. 우선 심 대표에게 공유 미용실과 세븐에비뉴에 대한 설명부터 들었다.

“공유 미용실은 말 그대로 미용실이란 공간을 함께 쓰는 거예요. 헤어디자이너들에게 개인 공간으로 경대가 하나씩 주어지고 샴푸실, 탕비실 등은 공유하죠. 또 세팅기 등의 장비는 같이 쓰지만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재료, 약품 등은 개인이 구매한 것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계약조건, 지원범위는 브랜드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세븐에비뉴는 헤어디자이너의 워크라이프엔 전혀 관여하지 않는 정책을 써요. 업무시간, 가격 모두 헤어디자이너의 자율에 맡기죠. 다만 지점마다 매니저를 두고 마케팅, 재무 등 경영적인 면에 도움을 줍니다. 공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위워크와, 입점한 개인사업자와 동반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아요.”

현재 세븐에비뉴는 서울 강남·합정·경기 성남·부천 등 네 곳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경쟁자들도 생겨났다. 팔레트에이치, 살롱포레스트, 쉐어스팟 등 지난해부터 생겨난 공유 미용실 브랜드만 10개가 넘는다. 이들도 지역 곳곳에 지점을 늘려가는 추세다. 코로나19로 공유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공유 미용실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대부분의 공유경제 산업이 그렇듯 창업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줄였다는 게 장점입니다. 매년 1만 개가 넘는 미용실이 문을 여는데 이 중 11%가 1년을 채 못 버틴다는 통계를 봤어요. 신생 미용실의 수익으로는 자릿세, 장비 비용 등 초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세븐에비뉴에도 자릿세는 있지만 1년 계약 기준으로 월 150만~160만원 안팎의 보증금만 내면 됩니다.”

그는 헤어디자이너의 높아진 수익률과 주인의식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의 많은 헤어디자이너가 일주일에 60시간씩 일하면서도 자신이 올린 수익의 30%도 가져가지 못한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와 사업주간 마찰이 잦아지고, 디자이너들은 ‘어쩔 수 없는’ 창업의 길로 내몰린다는 게 심 대표의 설명이다. 세븐에비뉴는 디자이너 개인 수익의 15%만 수수료로 받는다. 자신의 몫이 늘어난 만큼 주인의식도 높아진다고. 심 대표는 “내가 창업하게 된 계기도 이 부분을 개선하고 싶어서였다”고 밝혔다.

“창업 전 10여 년간 개인 미용실을 운영했는데 직원들이 미용실을 발전시키는 데 저만큼 열정적이지 않더라고요. 직원과 사장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요. 이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모두가 ‘개인사업자’가 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그 해답이 공유 미용실이었고요”

젊은 여성들의 달라진 소비 패턴도 성장에 한몫했다. 유명한 미용실의 유명 디자이너를 찾아다녔던 그들은 이제 SNS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먼저 찾는다. 그리고 해당 스타일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검색해 찾아간다. 세븐에비뉴의 고객들도 대부분 그 과정을 거쳐 찾아온다. 심 대표는 “이젠 디자이너가 곧 브랜드”라며 “그런 점에서 공유 미용실이 시대적 흐름과 잘 맞았다”고 자평했다.

현재 세븐에비뉴 전 지점에서 디자이너 40명이 일하고 있다. 인성, 역량 등을 깐깐하게 평가해 입점시키기 때문에 아직 많은 디자이너를 모집하진 못했다. 심 대표는 “세븐에비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디자이너의 숫자보다 퀄리티에 신경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앱 서비스 기획자’인 이재열 대표와 힘을 합친 것도 기술을 활용해 고객 신뢰도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합병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 대표에게 들었다.

“헤어핏은 3년 전 론칭한 가상체험 앱입니다. AR, VR 기술로 헤어스타일을 시뮬레이션하는 서비스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원하는 스타일을 구현해줄 수 있는 헤어디자이너를 추천하고 연결해주는 서비스까지 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저 170만 명, 헤어디자이너 5000명가량을 보유하고 있어요. 6월엔 구글플레이에서 선정한 ‘올해의 앱’에도 뽑혔죠. 심 대표는 1년 전에 만났습니다. 서로의 역량을 합치면 윈윈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세븐에비뉴는 헤어핏의 IT기술로 디자이너를 더욱 정교하게 마케팅할 수 있고, 헤어핏은 ‘자체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합병 4개월 차에 접어든 두 대표는 우선 두 회사의 역량이 시너지를 내고,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도록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가진 AR·VR, IT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이 니즈에 맞는 맞춤형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공동대표는 업계의 “헤어+테크, O2O 모델의 선두 주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길을 잘 개척하겠다”고 포부도 전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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