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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빛난 K방역의 주역 

 

전 세계가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어둡고 긴 전쟁에서 한국은 의료·제약 분야에서도 ‘K’ 브랜드를 톡톡히 알렸다. 많은 외신이 한국의 의료체계와 기술, 국민의식을 추켜세웠다. 포브스코리아는 ‘K방역’을 이끈 인물과 기업을 소개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셀트리온은 제약산업의 불모지에서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의약품)’라는 신산업을 개척한 종합생명공학 기업이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2002년 5000만원으로 세운 의약품 CMO(위탁생산) 회사를 시가총액 80조원(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포함) 이상의 대표바이오기업으로 키워냈다. 셀트리온은 기존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 병원 방문 없이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투여할 수 있는 ‘램시마SC’를 개발해 편의성과 치료 효과를 높였다. 램시마SC는 미국,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130개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특히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해 의료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렉키로나의 국내 공급에 이어 미국과 유럽 수출을 추진 중이다. 이미 10만 명분의 생산을 완료했으며, 즉각적인 공급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요에 따라 연간 150만~300만 명분의 렉키로나를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기존 성분에 새로운 성분을 섞은 이중 항체치료제를 개발해 남아공 현지에서의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2월 11일 질병관리청의 분석 결과 렉키로나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무력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직후, 셀트리온은 “새로운 항체치료제의 임상시험을 6개월 내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대한민국의 초대 질병관리청장이다. 코로나19가 터지며 전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브리핑은 신뢰를 심어줬다.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면서 대한민국 초대 질병관리청장과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정치적 수사를 배제하고 늘 일관된 태도로 브리핑을 전달했다. 기자들의 기습 질문에도 동요하지 않고 수치로 제시하며 정확한 답변과 침착한 대응으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보건학 석사학위, 예방의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5년 질병관리청의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몸담았다. 지난해 다수 매체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2020년 타임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추천사를 썼다. 또 BBC가 선정한 2020년 ‘올해의 여성 100인’에 한국인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천종윤 씨젠 대표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진단키트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국내 1위 진단키트 기업 씨젠은 오히려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리기로 결정했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시약으로 전 세계 60여 개국에 1000만 테스트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자체 보유한 인공지능 시약개발 시스템을 이용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신속하게 대응해왔다. 현재 일주일에 300만 테스트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중동,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과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에 공급하는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매달 수출 실적의 30~50%를 담당해온 씨젠은 지난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9.2배, 30배로 성장했다. 매출 1조 클럽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씨젠의 진단시약은 3개 목표유전자를 단일 튜브로 모두 검출해 정확도가 높다. 또 검체 추출부터 결과 분석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효율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평판을 받고 있다. 씨젠은 오는 5월부터 수출 물량을 주당 500만 테스트(월 2000만 테스트) 이상으로 확대해 코로나19 진단시약을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국가들의 요구에 최대한 부응할 계획이다. 또 씨젠은 비인두 검체 검사의 정확도를 96% 수준으로 높인 타액 검사 기술을 확보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상일 에이치플러스(H+)양지병원장


‘워크스루(COVID-19 SAFETY BOOTH)’는 세계 최초 도보 이동형 선별진료소다. 건물 안에 들어가지 않고 외부에 별도로 마련된 장소를 걸어서 통과하면서 검체를 채취하는 진료 방식으로 의료진과 환자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진료 방식에 혁신을 이룬 이 선별진료소는 대학병원도 아닌 300병상 규모의 에이치플러스(H+)양지병원(병원장 김상일)이 개발했다. 세계 50여 개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내셔널지오그래픽, 하버드비즈니스리뷰, ABC, CNN을 비롯해 일본 NHK, 아사히신문, 영국 BBC, 프랑스 유명 주간지 르푸앙, 독일 국영방송, 중국 CGTN 등에서 대대적으로 다뤘다. 특히 워싱턴포스트 1면에 기사가 게재되면서 하버드의과대학교 부속병원인 MGH의 혁신연구소의 요청으로 미국 현지에 8개 부스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줬다. 지난해에는 자동화 시스템(워크스루3.0 버전)을 탑재했다. 워크스루3.0은 의료진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고, 태블릿 PC로 검사 안내와 부스 소독이 이뤄진다. 자동화된 워크스루는 K방역 관련 특허(제1호)를 획득했으며,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은 정부 기술표준화 사업에도 협조해 해외 여러 기관에 수출하고 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국내 1호 바이오벤처 기업인 바이오니아는 코로나19 진단검사에 필요한 원재료부터 진단장비·추출시약·진단키트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지난해 전 세계 90여 개국에 코로나19 진단장비와 키트 등을 수출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20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0%나 성장했다.

바이오니아를 창업한 박한오 대표는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국내 바이오업계 선구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30년 넘게 매출의 40%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으며 새로운 바이오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의 뚝심은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위기를 맞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바이오니아만의 기술력으로 팬데믹을 돌파할 수 있는 장비·치료제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올해 2월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 연구용 키트, 세계 첫 검체시료 투입 장비 ‘아큐로더’를 출시했다.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면서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는 장비다. 이어서 3월엔 2시간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요 돌연변이 바이러스 5종을 확인할 수 있는 분석키트 2종을 출시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전 세계가 긴장한 가운데 바이오니아의 새로운 진단키트에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질병 단백질 차단 기술도 개발 중이다.

박희경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대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유전체 분석 정보 기반의 다양한 분자진단 제품을 개발하는 분자진단 전문기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를 이끄는 박희경 대표는 그간 쌓은 분자진단 기술을 활용해 정확하고 신속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함으로써 팬데믹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의 분자진단 제품 ‘유탑플러스’와 ‘에이큐탑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들은 유럽 체외진단의료기기 인증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유탑플러스’는 지난해 9월 미국 FDA가 진행한 150여 개 코로나19 긴급사용승인 제품에 대한 민감도 테스트에서 3위 성적을 받으며 세계적인 분자진단 제품임을 인정받은 바 있다. ‘에이큐탑플러스’는 신속 진단을 위해 분자진단 검사법을 적용한 제품으로, 30분 이내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제품 모두 미국, 유럽, 중동, 인도, 동남아 등지에 수출 중이다. 지난 1월엔 인천공항 내 ‘코로나19 검사센터’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유일한 PCR 진단키트로 ‘유탑플러스와 ‘에이큐탑플러스’를 단독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엔 변종 코로나19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는 키트 개발도 완료했다. ‘에스에스유 코비드19플러스’ 키트다. 멜팅어레이(MeltingArray) 기술을 접목해 한 번의 실험으로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검출과 동시에 영국, 남아공, 브라질발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 3종을 확인할 수 있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지난해 4월,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의 김빛내리 단장·장혜식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체 정보가 보고됐지만, 유전체 RNA 정보를 기반으로 유전자 위치를 예측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 단장 연구팀은 유전체 RNA에서 생산되는 하위 유전체 RNA를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각 전사체의 염기서열(유전정보)을 모두 분석해 유전체 RNA상 유전자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하게 찾아냈다. 이 유전자 지도는 코로나19의 증식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수옥 진매트릭스 대표


진매트릭스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수년 전부터 호흡기계 감염병 진단 제품을 개발해왔다. 박테리아 8종 외에도 호흡기 바이러스 20종 이상을 진단할 수 있는 호흡기 진단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진매트릭스의 바이러스 진단 기술력은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해 5월 진매트릭스가 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키트 ‘네오플렉스 COVID-19’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했고 유럽과 남미, 중동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말엔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 A형, B형)을 동시에 진단하는 ‘네오플렉스 FluCOVID Detection Kit’를 개발하고 유럽 CE-IVD 인증까지 획득했다. 임상시험 평가에서 각 바이러스에 대해 100%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여 진단 능력을 입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제품은 세계 각국의 여러 검사 장비에서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에(현 대표 존림)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CMO)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지난해 5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Eli Lilly)와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장기 생산계약을 체결했다.

이어서 8월엔 영국 제약사 GSK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코로나19 치료제 수탁생산을 맡게 됐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업 9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치료제 생산기지로 부상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라이릴리와 계약 체결 5개월 만에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에 부합하는 의약품 초기 물량을 생산하고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김태한 사장은 앞으로도 전 세계 환자들을 위해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코로나19 치료제를 공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박지현·신윤애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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