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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노동환경의 미래 

“근로자 16명 중 한 명은 새로운 일자리 찾아야” 

맥킨지글로벌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 MGI)는 지난 2월 ‘코로나19 이후 노동환경의 미래(The Future of work after COVID-19)’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주요 메시지 중 하나는 물리적 대면성을 줄여나가는 근무 환경에 따라 여성, 젊은 층, 저교육층 등의 직업 안정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는 근무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왔다.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업무 공간이 폐쇄되면서 원격 근무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다. 매장, 병원, 트럭, 물류창고에서 근무하는 현장 근로자는 새로운 방역 수칙에 따라 근무 방식을 바꿔야 했다.

맥킨지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심층 분석했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변화의 핵심 변수는 다양한 직군과 작업장에서 ‘물리적 대면성’과 ‘사람 간 상호작용’의 수준이었다. 당연히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군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에 전개될 노동 수요, 직업 경계의 붕괴, 요구되는 기술 등 변화 추이를 살펴보고, 경영자, 직장인, 정책결정자에게 던지는 시사점을 정리했다.

MGI 보고서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코로나19가 가속화한 세 가지 변화(▶원격근무 및 가상 상호작용 ▶전자상거래 ▶자동화와 AI 도입)는 저임금·저교육 층 근로자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보고서는 8개국에서 약 1억 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직업을 바꿔야 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해당 근로자들은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보유 기술이 없다면 팬데믹 이전에 비해 훨씬 더 큰 격차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전반에서 일자리 성장은 고임금 일자리에 집중되고 저임금 일자리는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대상인 8개국(중국, 프랑스, 독일, 인도, 일본, 스페인, 영국, 미국)은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며 세계 GDP의 62%를 차지한다.

공공기관과 기업은 팬데믹 기간 동안 필요에 따라 새로운 근무 방식을 예상보다 빠르게 도입했다. 그리고 민첩성, 협업, 이동성을 높인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적용한 기업들은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 따라서 이런 근무 방식을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은 근무지와 방법을 재설정했고 이에 따라 수요가 많은 직군에 집중해 근로자를 고용, 교육, 재배치하는 새로운 방안을 찾으며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디지털 인프라를 확장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확연하다. 예를 들어 근로자의 직업 이동성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직업을 바꾸는 이들을 위한 직업교육, 단기 계약직을 위한 지원사업 등을 준비중이다.

MGI의 분석 결과, 팬데믹의 장단기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직업군은 물리적 대면성이 높은 4개에 집중돼 있다. ‘소매 및 서비스업’, ‘레저 및 여행(레스토랑, 호텔 포함)’, ‘컴퓨터 기반 사무직’, ‘생산 및 물류창고’ 관련 작업장이다. 반면 실외 생산직(농업 등)과 같이 밀도가 낮은 작업장은 팬데믹의 영향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의료 및 개인 관리(미용실, 헬스장) 등 업무 분야는 물리적 대면성이 높지만 직업 특성상 큰 변화를 겪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팬데믹의 영향력이 지속될 직업군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소매 및 서비스업’ 분야는 일반 매장, 은행, 우체국 등 고객과 상호작용해야 하는 직업군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장이 폐쇄됐고 많은 기능이 전자상거래나 온라인 주문으로 대체됐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돼도 계속 유지될 수 있는 변화다.

‘레저 및 여행’ 분야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극히 제한적 수준에서 운영됐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도 원격근무, 출장 축소, 일부 기능의 자동화로 인해 노동 수요가 큰 폭으로 줄 수 있다. 맥킨지는 팬데믹이 종식돼도 출장 업무가 20%가량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항공사, 공항, 요식업, 서비스업 고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기반 사무직’ 분야는 모든 직장의 관리 업무 등을 포함한다. 이 직업군의 특징은 중간 수준의 물리적 대면성·상호작용이므로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원격 근무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기반 사무직은 선진국에서 가장 큰 직업군으로, 전체 고용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분야는 잠재적으로 상당수 업무를 원격으로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원격근무 확대는 도시경제를 바꾼다.


코로나19가 노동력에 미치는 가장 뚜렷한 영향은 원격근무의 본격적인 정착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업들은 화상회의, 문서공유 도구 및 클라우드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사내에 배포함으로써 원격근무의 이점을 경험했다. 업무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MGI는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어떤 직종에서 광범위하게 지속될지 8개 직군별 800개 직종, 2000개 이상의 근무형태별로 파악했다. 협상초기 미팅, 법적 중재 및 재판, 비즈니스 판매 전화, 방문진료, 부동산 탐방 등을 넘어 정교한 기계의 수리까지도 가상현실 헤드셋을 이용해 원격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반면 일부 근무형태는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면 원격에서 대면으로 빠르게 복귀한다. 예를 들어 학교교육은 팬데믹 동안 온라인으로 전환됐지만 부모, 교사, 학생 모두 낮은 효율성을 지적했다. 또 협상미팅, 주요 비즈니스 의사결정, 브레인스토밍, 민감한 사안에 대한 피드백, 신입사원 연수 등은 원격으로 진행하는 경우 효율성이 낮은 작업으로 분류됐다.

MGI는 선진국 근로자의 경우 20~25%가 일주일에 최대 3~5일간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생산성에는 손실이 없을 것으로 파악했다. 컴퓨터 기반 사무직이 일자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선진국 경제는 신흥경제국에 비해 원격근무에 대한 잠재력이 더 크다.

재택근무가 확대되면 식당, 서비스업, 대중교통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도심 상권이 변화를 겪게 된다. 2020년 9월 맥킨지가 기업 경영진 2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정도가 사무실 공간의 30% 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근무의 증가세는 근무지를 지리적으로 확대해 개인과 기업이 대도시를 떠나 수도권이나 중소도시로 이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2020년 주요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은 크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91%), 에든버러(45%), 런던(32%), 베를린(27%)의 공실률이 대표적이다. 반면 인근 중소도시의 공실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부 기업은 중소도시에 위성 사무소를 개설해 인재를 유치·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대도시 외곽에 원격근무자가 이주하도록 장려하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했다. MGI가 커리어소셜네트워크인 링크드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 대비 2020년에 더 많은 회원이 미국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베이, 워싱턴 D.C, 보스턴 등 대도시의 유입/유출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경우 시 당국의 도시정책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시 당국은 기업세, 소득세, 개인소비세를 재배치해 지역균형발전의 해법을 찾을 수 있고 인프라 및 공간에 대한 개발 및 투자를 확대하거나 분산할 수 있다. 팬데믹은 향후 도시개발 관련 정책 결정에 여러 영향을 미칠 것으로 MGI는 전망했다.

긱경제의 성장


긱경제(Geek Economy, 초단기 계약직 인력을 활용한 경제활동)의 성장이 전망된다.

맥킨지소비자동향(McKinsey Consumer Pulse) 설문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 채널을 처음 경험한 소비자의 4분의 3은 코로나19 이전 생활로 돌아가도 전자상거래를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원격의료, 온라인뱅킹,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등 새로운 종류의 가상 거래도 시작됐다. 일례로 인도의 원격진료 기업인 프랙토(Practo)는 2020년에 온라인 진료 건 수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디지털 거래로의 전환은 배달, 운송, 창고 관련 일자리의 성장을 촉진하지만 계산원과 같은 매장 내 일자리 감소를 가져온다. 단편적으로 미국 최대 백화점 브랜드 마시스(Macy’s)는 전국 매장의 폐쇄를 잇따라 발표하는 반면,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40만 명이 넘는 직원을 신규 고용했다. 전자상거래는 장거리 운송 및 현지 배송 근무를 급격히 증가시켰고 관련 일자리도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긱경제 형태로 크게 성장하는 노동시장이다. 많은 노동자가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하는 긱 경제는 노동유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일자리를 잃은 국내 노동자들이 수요가 늘어난 배달직으로 흘러간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일상업무 일자리는 대폭 사라질 것


코로나19는 특히 업무 자동화 및 AI 채택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기업은 마진 압박을 해소하는 동시에 비용을 관리하기 위해 효율성을 개선해 불확실성에 대응한다. 이를 위해 먼저 단순반복형 일자리를 축소한다. 대신 자동화 기술을 채택하고 작업 프로세스를 재설계한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이러한 단순반복형 일자리를 크게 줄여나가고 있다.

많은 기업이 팬데믹 기간 동안 지출을 억제했지만 회복 기간 동안 자동화를 위한 투자를 늘릴 계획을 밝혔다. 맥킨지가 2020년 7월 고위경영진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는 자동화 및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전자상거래 급증에 따라 창고 및 물류 자동화가 크게 확대됐고, 일부 제조시설에는 로봇공학을 서둘러 배치했다. 한 편 서비스업에서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고객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셀프 주문 및 계산 시스템을 빠르게 확대했다. 서류 작업에도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사무실의 밀도를 낮추는 데 많은 기업이 관심을 두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는 격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MGI는 이번 연구 대상이었던 8개국 근로자 1억700만 명(근로자 16명 중 한 명)은 코로나19 이후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평균 12%, 선진국 경우는 25% 늘어난 수치다. 노동시장의 격변기에 구직자가 성장하는 직업군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MGI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직업을 바꿔야 하는 근로자의 60~75%가 소득 하위 40%까지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고졸자, 여성, 외국인 노동자가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업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미국의 경우 고졸자는 대졸자에 비해 직업 전환 필요성이 1.3배 더 높게 나타났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3.9배 높게 직업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직업 전환의 압박은 고령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젊은 층에 거셀 것으로 전망됐다.

결론적으로 위기 상황은 근무 관행과 노동환경을 빠르게 바꿔놓았다. 많은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등 기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 원격근무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도 기업들은 직원들이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게 기술을 습득하고 질적 노동을 하도록 경력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런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팬데믹 이후에는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월마트는 시간제 근로자를 매장 관리자, 공급망 전문가, 기술직으로 전환하는 내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에 IBM, 보쉬, 바클레이는 내부 직원용 재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했다. 기존 직원을 재교육하는 것이 신규 고용보다 훨씬 비용 효율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한편 학위보다는 기술에 초점을 맞춘 채용 트렌드도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 힐튼호텔, 언스트앤영, IBM의 최근 채용에서 학위 조건을 제거하고 보유 기술만 보고 뽑은 신입사원이 크게 늘었다.

※ MGI ‘코로나19 이후 노동환경의 미래’ 연구방법론

MGI는 방역 및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물리적 대면성을 새로운 요인으로 설정하고 직군별 근무 환경의 미래를 그렸다. 물리적 대면성과 상호작용의 빈도, 작업장 정보를 주요 변수로 둔 새로운 방식으로 직군을 그룹화했다. 800개 직종의 2000개 근무형태를 대상으로 했고 원격근무 가능성, 노동수요 변화 등을 분석했다. 기존 MGI의 연구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노동 수요 시나리오와 일자리 전환 추이를 파악했다. 2030년까지의 GDP 성장률을 비롯해 임금상승률, 인구 고령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헬스케어 증가 등 7가지 거시적 경제요인을 반영했다.

- 이진원 lee.zinone@joongang.co.kr

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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