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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13) 

‘슈퍼 을’이 뭉쳐 애플을 이길 수 있을까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무기로 전 세계 콘텐트 기업들을 장악하고 있다. 이른바 ‘슈퍼 갑’이다. Z세대의 열렬한 옹호를 받는 ‘슈퍼 을’ 에픽 게임즈가 이런 룰에 반기를 들었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제트(Z)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YG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와 협업해 만든 3D 아바타다. / 사진:중앙일보 DB
여러 세계관과 정체성을 사용자 의지에 따라 골라서 접속하는 다중 세계관,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개념은 요즘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분야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현재 가장 인기 높은 세상 중 하나는 포트나이트(Fortnite)다. 전 세계 Z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포트나이트는 가상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슈팅 게임을 즐길 뿐 아니라, 쇼핑도 하고 콘서트도 관람한다. 얼마 전 힙합 뮤지션 트레비스 스콧(Travis Scott)이 이곳에서 버추얼 콘서트를 열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처럼 게임 세상에 접속하는 순간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활용해 완전히 다른 삶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요즘 가상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역대급’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그 대상은 시가총액 2조 달러가 넘는 자타 공인 전 세계 최고의 회사 애플(Apple)이다. 아무리 게임과 메타버스가 주름잡는 요즘이라고 하지만, 애플과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는 회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결국 무모한 자존심 싸움일까?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앱스토어 30% 수수료에 반기를 들다


▎가상 세계를 스스로 창조하고 게임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 사진:중앙일보 DB
애플과의 싸움에서 먼저 총성을 울린 쪽은 포트나이트 모회사인 에픽 게임즈(Epic Games)였다. 애플 앱스토어를 사용하려면 애플이 정해놓은 약관을 이행해야 하는데, 앱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30%를 애플 측이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조항이 있다. 바로 이 수수료가 너무 과도하게 책정되어 있다며 에픽 게임즈가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게다가 아이템 구매 시 30% 수수료가 붙는 ‘앱을 통한 아이템 구매(In-App purchase)’ 대신, 수수료가 없는 포트나이트 자체 스토어에서 아이템을 구입하면 사용자는 훨씬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애플 측에서는 이를 규정 위반으로 보고,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 앱을 삭제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전 세계 3억5000만 사용자를 지닌 앱을 그들의 앱스토어에서 없애는 것이 애플 입장에서도 큰 손해라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다른 서비스들이 이런 움직임에 동참한다면 더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포트나이트를 일벌백계하겠다는 차원이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에픽 게임즈가 화들짝 놀라 투항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포트나이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소송전을 전개했고, 애플의 전설적인 광고인 1984 매킨토시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이 영상의 내용은 애플은 과거의 애플이 아니고 이제 빅브라더가 되어 모두를 통제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메시지였다. 여태껏 그 어떤 회사도 애플의 정책에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신경전 수준을 넘어 대규모 전면전이 펼쳐진 상황에 대중도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현재 상황은 애플에게 좋지 않아 보인다. 에픽 게임즈의 CEO 팀 스위니(Tim Sweeney)는 애플의 이러한 정책에 불만을 가진 다양한 기업(스포티파이, 베이스캠프, 매치 그룹 등)을 연합해 ‘Coalition for App Fairness’라는 그룹을 조직했다. 이러한 연대를 통해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은 사실상의 시장독점이고, 과도한 수수료 책정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인더스트리 차원의 압박을 취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아마존마저 포트나이트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포트나이트가 아마존 웹서비스(AWS)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하는 최우수 고객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 미국에서는 시장독점 이슈는 대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독점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는 순간 여러 법적·행정적 제제가 뒤따를 뿐 아니라 잘못하면 회사 자체가 조각조각 분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 급변할 것


▎제페토의 글로벌 누적 가입자는 2021년 2월 현재 2억 명을 돌파했다./ 사진:중앙일보 DB
포트나이트의 끝없는 자신감은 그들의 천문학적인 수입에 기인한다. 발표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2년간 무려 90억 달러 수익을 올렸고 2020년에도 50억 달러 수익이 추정된다고 한다. 앞으로 계속 확장되어가는 메타버스 시대에서 이들의 수익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식재산권(IP)계의 최강자 마블(Marvel)과 디시(DC)의 히어로들이 라이선스 걱정 없이 합법적으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많은 상품의 출시 이벤트 및 콘서트 등이 포트나이트에서 끊임없이 열리는 만큼, 포트나이트의 미래는 애플과의 싸움과 별개로 밝다.

에픽 게임즈는 성공적 비즈니스 모델과 긍정적 미래 전망을 바탕으로 올해 4월 소니(Sony)로부터 기업가치 18억 달러로 평가를 받아 2억5000만 달러를 투자받기에 이르렀다. 참고로 에픽 게임즈는 기어 오브 워(Gears of war)라는 또 다른 초대박 게임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돈을 찍어내고 있는 회사인 만큼, 애플과 전면 소송전을 불사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에픽 게임즈 입장에서 그들이 애플을 이겨서 앱스토어의 수수료 정책을 바꾸게 된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상징성을 지닐 것이다. 그런 만큼 당장 에픽 게임즈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크게 없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콘텐트 컴퍼니에 플랫폼 컴퍼니는 갑의 입장이다. 세입자와 건물주 관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트나이트처럼 슈퍼 을과 애플 같은 슈퍼 갑의 전면전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개다.

메타버스 시대에는 사람들이 활용하는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을 단순한 게임 콘텐트로 치부할 수도 없다. 이들이 더는 단순한 게임 콘텐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엄청난 사용자를 보유한 소셜 플랫폼에 가깝다. 팀 스위니 CEO는 다가올 재판에서 한바탕 불꽃놀이(Fireworks)를 기대해도 좋다고 이미 밝혔다. 이들 슈퍼 을과 슈퍼 갑의 대결은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고, 결과에 따라 시장의 판도는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칠 것이다.

※ 이상인 MS 디렉터는…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현재 미국의 디지털 디자인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딜로이트컨설팅 뉴욕스튜디오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그는 현재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서 디자인 컨버전스 그룹을 이끌고 있다.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 속해 있는 55개 서비스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모든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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