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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업무 모델 구축 경쟁 

하이브리드워크 시대, 생산성을 논하다 

큰 변화는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겹칠 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내부적으로 어떤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데, 외부적인 요인이 그러한 흐름을 더 크게 촉발하는 것이다. 디지털혁명(또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그런 경우이다.

▎재택근무로 확보한 1시간의 통근 시간을 업무 시간으로 전환하면 생산성이 13% 증가할 수 있다.
2016년 1월 WEF(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을 선언하며,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기술 발달로 5년 내에 일자리 5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당시 일반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2016년 3월 세계 최고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기는 이변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정말 큰 변화가 일어나겠다는 것을 믿게 됐다. 5년이 지난 현재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5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는지에 대한 보고는 없다. 더 큰 충격이 왔기 때문이다.

2020년 1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코로나19는 3월에 WHO(세계보건기구)에서 팬데믹으로 선언됐다. 곧바로 전 세계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봉쇄조치가 내려지고, 인구의 반인 39억 명을 집에 머물게 하는 조치가 실시됐다. 생산과 물류, 소비 등 전 분야에서 경제활동의 연결고리, 밸류체인이 끊어지면서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가져왔다. WHO는 2020년 8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서 매달 3750억 달러(약 444조원)대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ILO(국제노동기구)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서 사라진 일자리 수가 2008년 금융위기 때의 4배에 달하는 2억5500만 개로 추정된다고 2021년 1월에 발표했다. 5년 전 4차 산업혁명으로 5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는 새 발의 피 정도였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혁명과 팬데믹, 이 두 가지 충격의 접점은 일하는 방식에 따라 여파가 다르다는 것이다.

원격근무는 뉴노멀로 자리 잡을까?

기계 조작 및 조립 같은 제조업과 서비스 및 판매업처럼 집에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한 직종의 비중과 인터넷 가용성 같은 인프라 차이가 재택근무로의 전환 정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무직이나 금융과 같은 전문직일수록 업무를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로 처리하기 때문에 원격근무와 재택근무 비중이 높았다. 결국 노동이 내부적으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노동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노동의 디지털화를 더욱 앞당겨 노동의 과정에서 공간, 주로 사무실의 분리라는 재택근무로의 전환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격근무(재택근무)란 조직의 근무자들이 적어도 주 1회 이상 집, 위성사무실, 원격근무센터 등 기존의 사무실 중심 근무현장 이외의 장소에서 정보통신 장비를 사용하여 일하는 대안 근무 방식을 의미한다.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 미국 전체 노동자 중에 재택근무자 비중은 3%, EU 전체는 5% 수준이었고, 네덜란드는 13.7%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재택근무자 비중이 1% 정도로 추산됐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는 재택근무 비중을 급격히 높였다.

한국의 경우, 고용노동부와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원격근무를 실시했다는 응답이 35~49%에 달한다. 재택근무 기간의 차이는 커서 한국은 두세 번에 걸쳐서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실시했지만, 미국과 같은 유럽 지역은 2020년 초부터 올해까지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여러 글로벌 IT 기업과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등 디지털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원하는 직원들은 계속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19 이전에 재택근무를 둘러싼 논쟁은, 개인이 느끼는 일과 삶의 균형 유지라는 재택근무의 효능이 조직과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는 관계가 불명확하고, 혁신과 창의성을 증진하지는 못한다는 비판이었다. 이는 기업이 재택근무에 맞는 직무관리 방식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택근무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택근무에 대한 불신은 전 세계에서 동시적으로 실험을 넘어 현실 수준에서 실시된 재택근무의 효과에 대한 조사에서 불식됐다.

전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북미, 유럽 및 중동의 16개 대도시(밀라노, 로마, 오슬로, 마드리드, 취리히, 제네바, 런던, 파리, 브뤼셀, 텔아비브,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시카고, 뉴욕, 워싱턴 D.C, LA) 지역에 소재한 2만1478개 회사의 직원 314만3270명을 대상으로 봉쇄 전후 각각 8주 동안 직원들의 회의 및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패턴의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회의 횟수와 참석자 수는 증가했지만, 전체 회의 시간은 감소했다. 이메일 활동 증가로 업무 시간은 48분 늘었다. 일반적으로 생산적인 업무 방식은 회의는 짧게, 커뮤니케이션은 자주 하는 것인데, 재택근무는 즉각적으로 이런 업무 방식을 강제했다. 결국 재택근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0월 말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WEF에서 여러 발표자가 코로나19 봉쇄에 대응하여 재택근무로 전환했을 때 많은 기업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효과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시급한 일 중심으로 업무처리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 하급자의 자율성 증가라는 업무 관행의 개선, 관료제의 약화를 가져왔다고 언급했다.

재택근무로 인한 생산성 효과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출퇴근 시간의 감소다. 미국의 경우 평균 편도 통근 시간은 26분이고, 대도시는 중소도시 지역보다 2배 넘는 35분 정도이다. 한국은 미국의 1.5배에 달하여 편도 통근 시간이 평균 40분이고, 수도권은 45분이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스트레스와 비용 증가는 물론 환경오염도 유발한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의 50%가 재택근무를 할 경우 회사는 연간 약 1만1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고, 직원도 연간 2500~4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한 경제학자는 업무 시간을 변경하거나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재택근무로 확보한 1시간의 통근 시간을 업무 시간으로 전환하면 생산성이 13%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격근무 시대에도 ‘성과’ 보다는 ‘성실’이 통할까

일반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면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어 개인적인 시간이 늘어나고,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반면에, 혼자 일하는 외로움, 의사소통의 어려움, 불명확한 업무 지시, 일과 삶의 균형 붕괴, 근무시간 이외의 근무 지시, 논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자기검열에서 오는 스트레스, 가족과 자녀의 업무 방해 등 부정적 효과도 있다. 재택근무는 조직문화와 개인의 업무 습관과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정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재택근무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업무 방식, 관리 방식, 기업문화의 변화가 뒤처진 데 있다.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되었으나 원격근무 도입이 늦어진 이유도 수직적 통제방식의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에서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상사의 눈에 자주 띄고, 대면 보고를 많이 하는 것이 승진의 조건이었다. ‘성과’ 보다는 ‘성실’이 먼저였다. 네트워크, 클라우드, 이메일, 협업 툴 등 디지털 환경에 맞는 업무체계를 갖추고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듯(?)이 보여야 안심하는 업무관리 방식으로는 원격 근무에 성공할 수 없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기업문화가 원격근무를 가로막았다고 할 수 있다. 재택근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정에 대한 감독이 아니라 성과와 결과 중심의 업무(평가) 문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업무 문화, 투명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요구된다. 업무 위임이 명확하고 책임과 자율권이 주어져야 독립적·주도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새로운 근무 모델이 제안되고 있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 가상과 현장 작업,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 분산 근무 모델이다. 업무는 주로 재택으로 하고, 여러 명이 모여서 협력 작업을 해야 할 때 사무실에 모이는 방식이다. 목표를 세우고 업무를 분장하는 회의를 한 후 각자 흩어져 원하는 공간에서 일을 한다. 사무실은 업무 공간으로 쓰는 일이 줄어들고 주로 회의, 브레인스토밍, 워크숍, 세미나, 교육, 팀 빌딩 등을 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하이브리드 워크는 생산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고,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원격근무는 개인에 맞는 유연한 근무, 자율성, 삶과 일의 균형, 직원 만족, 개인 및 소규모 팀의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교통비 및 사무실 비용), 유능한 인재 유치 등 많은 효과가 있다. 반면에 사무실 근무는 동료와의 상호작용과 멘토링, 유대감, 안정성, 응집력, 조직문화 혁신, 신규 직원의 조직문화 적응 등의 장점이 남아 있다. 하이브리드 업무 모델은 원격근무 및 재택근무의 이점과 사무실 근무의 긍정적인 커뮤니티 효과 간 균형을 맞춰야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 구현은 쉽지 않은 과제다. 기업의 업무 특성과 업무 방식, 조직문화, 온라인 업무 툴의 도입 정도, 협력업체와의 관계 등에 따라 최적화의 비율 및 방식이 달라진다. 그렇더라도 그 핵심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조직의 유연성과 민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업무 모델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업무 모델 경쟁이 시작됐다.

- 이명호 한샘드뷰연구재단 자문위원

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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