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AI 활용이 고도화될수록 기업의 차별화는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의 하이터치에서 나온다. 이는 리더의 상상력에 달렸다. 상상력을 통한 혁신만이 급변하는 시대에 지속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기업가란 꿈과 미션을 고객의 경험으로 바꾸는 혁신가다. 슘페터에 따르면 CEO가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관리자(Manager)이지 기업가가 아니다. 그러면 혁신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혁신은 상상(imagination)의 산물이다. 기업가는 세상을 바꿔보기 위해 상상하는 사람이다. 그 상상을 고객경험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기업가정신이다. 혁신의 결과물이 문명이다. 문명은 인간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다. 이 문명을 만드는 인간의 활동을 문화라고 한다. 문화는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바꿔보려는 인간의 활동이다. 무엇인가를 만들려면 조직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혁신을 만드는 기업은 직원들이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직원의 상상이 고객경험으로 만들어질 때, 혁신은 저절로 일어난다.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5.0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마테크(MarTech)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오지만 그 방향과 목적은 휴머니티와 하이터치를 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최고의 화두가 된 고객경험 혁신의 아이디어는 제프 베이조스에 의해 시작됐다.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스케치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메모 습관을 갖고 있다. 그의 냅킨 메모 습관이 아마존을 세계 최고의 혁신 성공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냅킨 위에 그린 비즈니스 모델의 스케치가 고객경험 혁신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조스는 직원들과 대화할 때도 아이디어를 냅킨 위에 간단하게 스케치하고 모델화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스케치를 바탕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혁신을 위한 의사결정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2001년 레스토랑에서 그린 베이조스의 냅킨 스케치는 역사에 남을 만한 선순환 사이클의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아마존의 플라이 휠(fly wheel) 모델이다. 이 메모 한 장이 2000조의 기업가치를 만들어냈다.베이조스가 그린 플라이 휠 모델은 아마존 비즈니스가 고객의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객 경험의 혁신이 일어날수록 더 많은 고객이 아마존으로 몰릴 것이고, 그럴수록 더 많은 판매자가 진입하려 할 것이며, 더 많은 진입자로 인한 상품 구색과 더 많은 고객은 다시 원가를 낮춰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해진다.하이테크 사회가 올수록 어마어마한 트렌드와 권력은 하이터치에서 비롯된다. 4차 산업혁명과 AI 활용이 고도화될수록 기업의 차별화는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의 하이터치에서 나온다.IBM 기업가치연구소(IBV)의 2021년 최고경영자(CEO)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최우선 과제로 ‘더 나은 고객경험으로의 혁신‘이 꼽힌다.기존 기업의 실패는 고객경험 혁신에 실패한 결과다. 이는 고객과의 공감 능력이 감퇴한 데서 생기는 것이다. 창업이란 고객경험 혁신에 도전하는 것이다. 하이테크 기술을 가지고 창업에 도전하는 기업가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 기업들의 대다수가 고객경험 혁신에 실패해 시장에서 사라지고 만다. 특히 기술자 사고와 공급자 사고를 지닌 기업들이 사람들과의 공감능력이 떨어져 시장가치 창출에 실패한다. 창업가는 더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 기존 기업의 고객들에게 경험혁신을 통해 고객가치를 이끌어내고자 한다.이에 착안하여 창업가의 생각 방식을 키워주는 것이 스탠퍼드대 디스쿨(d.school)에서 가르치고 있는 디자인 싱킹이다. 창업 기업가들은 디자인 싱킹의 미래 문제 해결의 정형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진정한 요구를 찾아내고 혁신 제품을 제시한다. 디자인 싱킹은 고객의 입장에서 기업을 보는 ‘아웃사이드인’으로 생각하게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를 통합하게 하는 생각 방식이지만 디자인 싱킹의 70%는 고객·사회와 공감하는 것이다. 공감하기(Empathizing)에서 가치창출(value creation)의 원천을 찾는다. 디자인 싱킹은 사람에 대한 깊은 공감을 통해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여기에서 혁신을 시작하고자 하는 것이다.세계 최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그룹 월트디즈니의 창업자 월트 디즈니는 혁신은 상상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혁신의 출발은 상상이고, 상상이 기술과 신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월트디즈니에는 수백 명의 ‘이매지니어’가 있다. 이매지니어(Imagineer)는 ‘상상하다(imagine)’와 ‘엔지니어(engineer)’의 합성어다. 상상과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하는 직원을 말한다. 이 용어는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생전 1930년대부터 쓰던 말이니 디즈니의 혁신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100여 년간 멈추지 않은 역발상으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3M에는 창의적인 기업문화가 구축돼 있고 이는 윌리엄 맥나이트(William L. McKnight) 회장의 경영 철학에 기인한다. 1949년부터 1966년까지 회장으로 재직한 그는 재임 기간 동안 혁신과 아이디어를 위해 모든 직원이 근무시간 15%를 아이디어 개발에 투자하도록 했다. 15%의 근무 시간 동안 나름대로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고, 이때의 연구 활동 내용은 상사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창의성이 극대화된다. 3M 직원들은 그 시간을 자신이 마음대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고 신상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한다.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개발을 강조하기 위해 시작된 3M만의 이러한 독특한 사고방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를 ‘맥나이트 원칙(McKnight Principles)’이라고 한다. 3M 경영에서 강조하는 ‘30% 원칙’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30% 원칙은 전제 매출액에서 4년 이내 출시한 신제품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도록 경영하는 것이다.혁신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 어제 혁신이었던 눈이 오늘은 녹아 없어진다. 현재의 제품, 현재의 시장,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은 곧 진부해진다. 미래 신제품에 관심을 두지 않고 현재의 제품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관심을 두다 보면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 이를 ‘현재의 저주(curse of incumbency)’라 한다. 한 번만 혁신에 성공하고, 미래 신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해 사라지고 마는 기업을 ‘별똥별기업’이라 한다. 반짝 빛나고 사라지는 별똥별과 같은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속적 혁신의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연속적 혁신은 리더의 상상력과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