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은 CF, 영화,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로 꼽힌다. 잘못된 캐스팅은 브랜드 인지도와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지만 잘된 캐스팅은 마케팅 효과를 배가한다. J포럼 24기 원우인 송문규 유나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스타를 적재적소에 캐스팅해 마케팅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인물이다.
▎유나스엔터테인먼트는 캐스팅, PPL업무를 대행하는 셀러브리티 기반의 마케팅 에이전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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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블랙 배경에 멀끔하게 차려입은 배우 정해인. 마치 명품 가방을 선물하듯 더스트백을 들고 카메라를 향해 ‘풀어보라’고 말한다. 더스트백에 들어 있는 건 다름 아닌 치킨 한 박스. 약 2년 전, 배우 정해인을 내세워 전에 없던 고급스러운 치킨 광고를 선보이며 단숨에 세간의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신생 치킨 브랜드 ‘푸라닭’이다. 푸라닭은 CF가 공개된 지 3일 만에 일부 가맹점에서 치킨 메뉴 전체가 품절되고, 2개월 만에 점포수가 2배 가까이 늘 정도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파름신’이란 신조어로 화제가 된 번개장터 CF. 이 광고는 배우 이정재에게 파름신이 내려 판매 충동을 겪는 모습을 경쾌하고 위트 있게 그려냈다. CF를 공개하며 캠페인 ‘파름제’를 약 4주간 진행했는데, 그 기간 동안 지난 동기 대비 월간 활성이용자수(MAU)가 36% 늘었고 월 거래 건수는 약 180만 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징어 게임] 등으로 전 연령층에서 인기를 얻은 이정재의 후광효과가 있었다고 풀이했다.생소한 브랜드와 빅 모델의 신선한 조합에 계약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을 궁금해하는 이가 많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 작업은 녹록지 않다. 모델료 조율 외에도 여러 가지 ‘안 되는 이유’를 해결해야만 빅 모델을 섭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섭외를 척척 해내는 이가 바로 송문규 유나스엔터테인먼트 대표다. 앞서 소개한 푸라닭과 번개장터의 광고 모델로 정해인과 이정재를 캐스팅한 이도 바로 송 대표다. 지난 1월 4일 서울 강남구 유나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송 대표는 “최근 신생 브랜드에서 빅 모델을 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리스크가 커 스타가 출연을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스타는 돈보다 명분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해 이를 중점적으로 공략한다”고 설명했다.“번개장터는 캐스팅 의뢰가 들어왔을 때 중고거래라는 업종 때문에 톱클래스 연예인을 섭외하기에 어려워 보였어요. 무엇보다 중고거래를 잘 포장하는 게 중요했죠. 사실 애써 포장하지 않아도 중고거래는 자원 보호 차원에서도 좋은 일인 데다 해외에선 리셀 마켓의 규모가 상당하거든요.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요. 이 부분을 강조해 이정재씨에게 모델 제안을 했습니다. 흥미를 느꼈는지 출연을 승낙했죠. 이사업체 비교 플랫폼인 ‘다이사’ CF도 비슷했습니다. 이사업체 광고가 아니라 이사업체들을 비교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했더니 배우 차승원씨가 흔쾌히 출연을 결심하더군요. 이처럼 ‘끌리는’ 명분을 제공하는 게 저의 섭외 노하우입니다.”단순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송 대표가 수많은 프로젝트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응집해 만든 성공 방정식이다. 실제로 그는 광고주가 원하는 모델을 데려오기 위해 별의별 경험을 다 했다고 한다. 스타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해 광고주와 입씨름하는 것은 다반사. 팬클럽으로부터 스타의 해외 로케이션 일정을 입수해 몇 날 며칠을 스타가 묵는 호텔 로비에서 기다린 적도 있다. 그동안 시도한 모든 캐스팅이 성공한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스타가 중요시하는 것, 광고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을 익혀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 송 대표는 엔터테인먼트사, 광고대행사, 광고주 역할을 하는 회사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해왔는데, 이 또한 그의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회사를 만들기 전까지 업종은 같지만 다른 입장에 놓인 회사들에서 일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 광고 마케팅 담당자로 업계에 발을 담갔고, 이후 카카오(구 다음커뮤니케이션), SM C&C라는 광고대행사를 거쳐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에서 광고모델 캐스팅을 담당했습니다. 광고주, 모델, 협찬사 등 입장이 모두 다른데 그 부분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죠. 이렇게 쌓은 능력과 노하우를 제대로 발휘해 보고자 5년 전 유나스엔터테인먼트를 차렸습니다.”유나스엔터테인먼트는 국내외 모델을 드라마, 영화, CF에 캐스팅하고 콘텐트와 아티스트의 PPL 업무를 대행하는 ‘셀러브리티 기반의 마케팅 에이전시’다. 매년 200건이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카콜라, 푸라닭, 다이사 등 셀 수 없이 많은 CF의 모델 캐스팅을 담당했고 박서준, 삼성전자, 카카오뱅크, PAT 등의 PPL을 대행하고 있다. 송 대표는 “PPL 대행사와 광고모델 에이전시는 많지만 두 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회사는 유나스엔터테인먼트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두 가지 업을 모두 다룬다는 건 최적의 섭외 타이밍을 찾아내고, 컬래버를 통해 광고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이를테면 캐스팅 의뢰가 들어왔을 때 유나스엔터테인먼트는 작품이나 음반 활동을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스타를 곧바로 연결해 홍보 루트를 다각화할 수 있다.“맥카페에서 캐스팅 의뢰가 들어온 적이 있어요. 당시 조인성씨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 PPL을 담당하고 있었죠. 이 프로그램은 조인성씨가 슈퍼마켓&식당을 운영하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커피 제품을 노출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조인성씨 캐스팅을 추진하며 제품 PPL까지 연결했습니다. 스타들은 활동하는 시기에 따라 인기에 편차가 좀 있습니다. 이왕이면 작품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스타를 연결해주는 게 화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죠. 저희는 스타의 광고대행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 계획을 미리 알고 있어 캐스팅 타이밍을 잡기에 유리합니다.”이처럼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송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일까. “BTS가 출연한 코카콜라 CF입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빠르게 대답했다.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고 한다. 코카콜라 코리아가 BTS를 모델로 섭외하길 원했지만 모든 광고주가 섭외 1순위로 꼽는 BTS를 신생 회사가 섭외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는 다시 BTS를 섭외하라고 하면 지금도 자신이 없다고 고백했다.“엔터업계에서 오래 일하며 친분을 쌓아온 분들이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분들이 엔터업계를 호령하는 위치까지 올라가셨죠. 그분들이 여러 경로로 애써주신 덕분에 BTS를 섭외할 수 있었어요. 고생을 잊을 만큼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실제로 BTS와 손잡은 코카콜라는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당시 탄산음료 시장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3.1%였는데, 코카콜라는 그 2배인 6.1%대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후에도 BTS와 컬래버로 만든 스페셜 제품들은 전 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유나스엔터테인먼트에도 이 건은 업계에 이름을 알리고 실력을 인정받는 시발점이 됐다고 송 대표가 회상했다.하지만 최근엔 캐스팅의 어려움, 사건사고 등 ‘사람 리스크’에 지친 광고주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는 분위기다.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로지’가 대표적이다. 로지는 광고업계 대형 신인, 광고계 블루칩으로 불리며 광고주의 러브콜을 잇따라 받고 있다. 광고모델 수입이 벌써 10억원을 넘겼다. 송 대표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가상인간을 광고모델로 쓰는 건 리스크가 적은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스타 마케팅에서 얻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이 시장이 줄어들 것 같진 않아요. 바디프랜드의 경우 BTS를 모델로 내세우면서도 어린 팬들이 이렇게 비싼 제품을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죠. 그런데 광고가 나간 이후 월매출이 38%나 올랐어요. 고객 응대 솔루션을 제공하는 TWC의 ‘셀러게이트’도 정경호씨가 모델을 하자마자 인지도가 급상승했죠. 아무리 어려워도 스타 마케팅은 계속될 겁니다.”지금까지 대행 수수료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았던 유나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최근 스타들이 OTT 송출 여부에 따라 작품 출연을 결정지을 만큼 OTT 시장이 커졌어요.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이런 변화에 발맞춰 OTT, 메타버스, NFT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 대행을 넘어 직접 콘텐트를 제작해 소싱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인데,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J포럼은 - 2009년 국내 언론사에서 최초로 시작한 최고경영자과정이다. 시사와 미디어, 경제, 경영, 역사, 예술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강좌와 역사탐방, 문화예술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한 J포럼은 매년 두 차례(봄·가을) 원우를 선발하여 진행된다. 그동안 졸업생 1000여 명을 배출해 국내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학습과 소통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문의·접수 중앙아카데미 J포럼사무국(02-2031-1018) http://ceo.joongang.co.kr-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