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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달라진 출장 문화 

 

줌 회의가 사람들의 출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블레저’와 ‘기지 귀환’ 등 출장 관련 신조어가 새로운 현실을 보여준다.
2년 전만 해도 로마노 니커슨(48)은 고객과 회의를 하기 위해 일주일에 3일 이상 출장했고 1년에 4번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이러한 떠돌이 생활이 완전히 멈췄다. 콜로라도 소재 건축 컨설팅 업체 볼더 어소시에이츠의 주임인 니커슨은 거의 모든 대면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게 됐다.

니커슨은 “과거에는 대면 회의가 기본이었지만, 이제는 아주 귀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2020년 3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니커슨은 앞으로 방랑 생활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직원이 150명인 자신의 회사가 팬데믹 이전과 같은 출장 문화로 금세 돌아갈 것이라고 믿지도 않는다. 그는 “우리 회사엔 직원이 편한 대로 행동하도록 허용하는 정책이 있다”며 “지금은 출장이 거의 없다. 한 달에 10여 건 정도인데, 과거 한창일 때는 그보다 4~5배 많았다”고 말했다.

출장 부문의 과제는 설령 코로나19가 사라지더라도 줌이 남는다는 것이다. 니커슨은 화상회의가 필수일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새로운 현실 속에서 출장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임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이 트렌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미 ‘블레저’나 ‘기지 귀환’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모닝 컨설트 데이터에 따르면 종종 출장을 다니던 사람들 가운데 다시는 출장을 다니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2021년 10월 39%에서 2022년 2월 42%로 증가했다.

2020년 11월 뉴욕타임스가 진행한 행사에서 빌 게이츠는 출장의 50%, 사무실 근무의 30%는 영구적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해 여행업계 종사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게이츠는 “앞으로 ‘저를 만나러 이렇게 먼 길을 오셨네요’라는 말이 흔치 않게 될 것이다. 가상 연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출장을 하기 위한 기준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여행협회에 따르면 2019년 출장은 미국 경제에서 3340억 달러에 달하는 소비를 일으켰으며 일자리 250만 개를 지탱했다. 게이츠의 말이 맞다면 미국 경제는 팬데믹 이후 최소 연간 1670억 달러를 잃게 된다.

그로부터 16개월이 지난 현재 게이츠의 말은 여행업계 안팎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022년 2월 보고서에서 여러 업계의 인력 수요를 전망하며 “팬데믹으로 인해 화상 콘퍼런스와 화상회의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많은 회사에서 원격근무가 오랜 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노동통계국은 여러 출장 유형이 화상회의로 대체되겠지만 영업이나 무역 콘퍼런스 등 일부 대면 여행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출장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만 팬데믹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특히한 시간 회의를 위해 왕복 하루를 써야 하는 출장은 어떨까? “그런 출장은 완전히 사라졌고, 아마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행정보업체 스키프트에서 주간 업무의 미래 브리핑을 쓰고 있는 여행 담당 기자 매슈 파슨스가 말했다.

파슨스는 “회사가 커질수록 하루 종일 걸리는 출장을 다녀오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기업들이 이제 출장 비용을 더 엄격하게 조사한다고 말했다. 파슨스는 이어 “여행 관리 부문이 다른 누구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사람들은 출장을 많이 다니지 않고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재무 부서는 앞으로 눈을 크게 뜨고 회사 출장 업무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현실 속의 기회

에어비엔비만큼 팬데믹을 빠르게 헤쳐 나간 기업은 드물다. 2021년 5월 에어비엔비 CEO는 이미 빌 게이츠처럼 말했다.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CNN의 파피 할로에게 “기존과 같은 출장은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비행기를 타고 가서 회의를 하기 위한 기준이 높아졌다. 원격으로도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체스키는 에어비엔비 평균 임대 기간이 팬데믹 동안 크게 늘어난 것을 알아챘다. 이 트렌드는 더 큰 그림의 일부였다. 대다수 고객에게서 일과 삶, 여행의 경계가 희미해진 것이었다. “2020년 여름부터 이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에어비엔비의 글로벌 숙박 부문 대표인 캐서린 파월이 말했다. “격리된 사람들은 집에서 일을 해야 했고 사무실이나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가족이나 반려동물을 데려가서 원격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다른 집을 알아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몇 주간 머물렀다. 긴 숙박과 유연한 생활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다.” 다시 말해 에어비엔비는 원격근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사람들의 여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으리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체스키가 CNN과 인터뷰를 하고 6개월 뒤 에어비엔비는 고객에게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하는 전략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파월은 “2021년에 150가지 업그레이드를 단행해 유연한 검색, 와이파이 속도를 테스트하는 도구인 ‘검증된 와이파이’를 도입하고, 기타 집주인이 오늘날 여행자의 새로운 요구 사항에 맞춰 공간을 업데이트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도구 등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원격근무가 많은 회사에서 지속적인 업무 형태으로 자리 잡으면서 에어비엔비는 솔루션을 위한 협업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팬데믹 도중 세일즈포스는 ‘어디서든 성공’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직원들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할지 결정할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파월은 말했다. “세일즈포스 직원은 새로운 유연성을 좋아하지만, 그와 동시에 팀원들과 함께 모여서 친목을 도모할 기회도 원한다. 에어비엔비를 이용하면 회사 밖이나 다른 사무실로 여행하여 원하는 에어비엔비에서 머무를 수 있다.”

지난달 에어비엔비는 2021년 4분기에 15억 달러 실적을 거두었다고 발표하며 2021년이 회사설립 이래 최고의 한 해였다고 밝혔다. 체스키는 수익 결산 발표회에서 “팬데믹이 거의 2년째에 접어든 현재, 상용 항공기의 등장 이후 여행업계가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원격근무 덕분에 많은 사람이 사무실 자리를 지키는 대신 수많은 도시와 마을로 흩어져서 몇 주, 몇 달, 심지어는 한 계절 내내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로 전환

호텔도 중대한 변화를 감지했다. 이는 에어비엔비가 잡은 기회와 다르다. 미국호텔숙박협회(AHLA)는 팬데믹 도중 객실 매출에서 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53%에서 올해 44%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매리엇의 토이 카푸아노 CEO는 회사의 2021년 4분기 수익 결산에서 “여가가 회복을 이끌고 있으며, 리조트 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인클루시브 분야가 크게 성장했다”며 “고급 업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말이 되는 이야기다. 역사적으로 2001년 9·11 테러나 2008년 금융위기 등 재난 사태가 있을 때마다 출장이 여가 여행보다 더 느리게 회복됐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가 이번에도 출장이 아주 느리게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월 발행된 AHLA의 연례보고서는 “여가 여행은 2022년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출장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출장이 회복될지 의문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주요 호텔 그룹은 휴가 여행 고객에게 주력하기 위해 투자를 대폭 조정했다. 하얏트 CEO 마크 호플라매지언은 지난 8월 고급 리조트 운영 업체 애플레저그룹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우리는 여가 여행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복력과 안정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하얏트는 이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 현금 27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객실 수 기준 세계 최대의 고급 올인클루시브리조트 운영사이자 멕시코 및 카리브해 인근의 최대 고급 호텔 운영사가 됐다.

항공사는 항상 출장 고객에게 회사의 사활을 걸어왔지만, 팬데믹은 항공사에도 새로운 기준을 세울 기회가 됐다. 파슨스는 “항공사들은 출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항공사들이 비즈니스 좌석을 줄이고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늘리면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파슨스는 “항공사가 기회를 포착하고 노선을 변경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도시 사이를 잇는 여가 노선이 늘어남에 따라 출장의 상당 부분은 지역 항공사가 차지할 것이다. 사람들이 큰 도시에서 벗어나 작은 마을로 이동함에 따라 항공사들은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선을 늘리기 시작할 것이다.”

지켜볼 두 가지 트렌드

출장의 새로운 유행어는 ‘블레저(bleisure)’다. 이름 그대로 일(business)과 여가 활동(leisure)을 합친 개념이다. 3일 정도는 일하고 앞뒤로 며칠 휴가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 블레저다. 아니면 일주일 휴가를 2주일로 늘리고 둘째 주에 원격으로 근무하기 위해 장비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모닝 컨설트의 2022년 2월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자주 출장하던 사람들 가운데 올해 블레저를 할 것이라는 응답자의 비율이 단지 출장만 하겠다고 한 응답자의 비율과 거의 같았다. ALHA의 2022년 보고서도 블레저가 “팬데믹 도중 급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니커슨은 “나는 15년째 그렇게 하고 있다”며 2019년 여름에는 3일짜리 출장을 열흘짜리 가족 여행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게는 아주 일반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보다 새로운 트렌드는 ‘기지 귀환’이라 불리는 여행이다. 이전의 출장 모델을 뒤집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에 직원은 회사 본사에서 일하면서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갔다. ‘기지 귀환’ 여행에서는 마치 영화 [인디 에어]에서 조지 클루니가 맡았던 캐릭터처럼 원격근로자가 가끔 모선으로 호출을 받는다.

‘기지 귀환’ 방식을 대폭 수용한 대표적 기업은 세일즈포스다. 세일즈포스는 캘리포니아 스코츠밸리에 있는 삼나무 숲 안에 30만㎡, 140개 객실 규모의 트레일블레이저 랜치를 새로 지었다. 이 캠퍼스는 인력 7만 명이 대면 모임 장소로 활용할 공간이다. 현재 세일즈포스 직원 대부분은 원격근무나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택한 상태다. 파슨스는 “세일즈포즈는 세계 곳곳의 자연 속에 랜치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파슨스는 “대기업들은 호텔을 인수하거나 소유하고 자신들만의 휴식처를 만들고자 한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사람들이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면 이런 휴식처가 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SUZANNE ROWAN KELLEHER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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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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