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지난해만 해도 사람들 입에 그다지 오르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메타버스를 논하지 않으면 고리타분한 늙은이 취급을 받는다. 열혈 팬들은 메타버스가 수조 달러의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 단정한다. 최근 참석했던 줌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2030년이 되면 메타버스 시장이 8조 달러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의 아들들이 디지털아트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것 말고는 딱히 근거가 없었다. 반면에 역발상 투자를 좋아하는 다른 ‘늙은이’ 친구는 메타버스주에 거품이 꼈다고 판단하고 공매도를 준비 중이다.역사적으로 살펴봐도 메타버스는 분명 엄청나게 성장하여 다른 인터넷 거품주와 같은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포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공포에 빠져 대응한다면 아예 대응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내용이다. 그러니 메타버스에 돈과 에너지를 쏟아붓기 전에 메타버스가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메타버스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세계 최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야 나델라 CEO는 메타버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가장 단순한 단어를 사용하여 최대한 짧게 정의했는데, 두 가지 유형으로 메타버스를 구분했다.• 디지털 세상 안에 구현된 물리적 세상• 물리적 세상 안에 구현된 디지털 세상이제 하나씩 분석해보자. 첫째, 디지털 세상 안에 구현된 물리적 세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기술 기업 경영진은 이를 ‘디지털트윈’이라 부른다. 자본비용이 높은 대규모 물리적 프로젝트를 생각해보자. 석유 및 가스 수송관, 발전소, 반도체 공장, 약품 공급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프로젝트는 현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된다.이는 최근 들어 알게 된 사실이 아니다. 40년 전 월마트는 바코드 스캐너와 IBM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활용하여 원시적 형태의 디지털트윈 전략을 구축하고 제품 판매 현황을 파악했다. 그 덕분에 월마트 아칸소 본사에 있는 관리자가 콜로라도 매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판매 전략을 조정할 수 있었다. 반면에 시어스나 케이마트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은 디지털 버전 구축에 한 발 늦었다.디지털트윈 자체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다만 반도체와 센서, 무선통신, 소프트웨어, 그래픽, 예측 분석, 강력한 휴대용 컴퓨터가 점점 진화하면서 엄청난 발전이 있었을 뿐이다. 물리적 세상을 온라인상에서 구현하는 비즈니스 메타버스의 세계는 현재 어도비, MS, 엔비디아, SAP 등 거대 기술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둘째, 물리적 세상 안에 구현된 디지털 세상, 즉 소비자 메타버스가 있다. 소비자 메타버스에는 분명 거품이 있다.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 SNS 이용자들을 아바타와 판타지 게임, 디지털아트, 암호화폐가 존재하는 3D 세상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비전으로 내세운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마크 저커버그 CEO의 결정에 대해 확신을 얻지 못한 상태다.이제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한번 해보겠다. 메타는 소비자 메타버스를 선도하지 못할 것이다. 소비자 기술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인도 기업을 먼저 봐야 한다. 게임업체와 엔터테인먼트·스포츠 기업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이 칼럼을 쓴 다음 날, MS는 미국 게임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현금 69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내가 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인도 기업을 보라고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이는 지난 40년간 기술의 변화를 지켜본 결과 내린 결론이다. 첫째, 소비자 기술 혁명은 보통 신생기업이 청년 이용자들과 함께 이뤄내는 경우가 많다(비즈니스 기술 혁명은 정반대로 35~60세가 선도한다. 컨테이너 운송,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컴퓨팅, 5G 무선통신 등을 생각해보자). 반면 메타는 인프라 기업에 더 가까워 보인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AI 등 핵심 기술을 완벽하게 갖췄고, 연륜 있는 경영진이 있으며,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은 기업이다. 마크 저커버그만 해도 이제 37세이고, 그에게 직접 보고하는 경영진은 그와 동갑이거나 나이가 더 많다. 게다가 이미 모두 부자다.둘째, 소비자 기술 혁명이 이루어지려면 광신도급의 이용자가 있어야 한다. 애플 아이폰이 대표적 사례이고, 바이트댄스의 틱톡도 마찬가지다. 메타는 누구나 이용하는 플랫폼이긴 하지만, 이용자들에게 그 정도의 열렬한 충성심은 없다. 앞으로는 팬클럽을 거느린, 더욱 젊은 기업이 소비자 메타버스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그 주인공은 미국 기술시장보다 성숙도가 낮은 곳, 그보다 젊은 아시아, 동남아시아, 인도 소비자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 RICH KARLGAARD는… RICH KARLGAARD(리치 칼가아드)는 포브스 선임기자이자 작가 겸 세계적인 미래학자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레이트 블루머(Late Bloomers)』를 포함해 다양한 저서를 출간했다. 그의 과거 칼럼들과 블로그는 www.forbes.com/sites/richkarlgaard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