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뿌리 깊은 나무 

 

우리는 WEB3, NFT, 메타버스 등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큰 틀에서 분명 반복된다. 위로 더 오랫동안 튼튼하게 뻗어나가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뿌리 깊은 나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CAR-ibur.’ 아서왕의 검 엑스칼리버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자동차 키 모형의 상품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판매한 키로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시하고 있는 클래식카에 시동이 걸리면 그 차를 무료로 증정하자는 얘기였다. 2021년 말 네이버 Kream과 함께 의류를 판매하고 구매 고객 중 한 분에게 우리가 직접 튜닝한 차량을 선물했던 ‘Peaches 로또’의 두 번째 버전이었다. 내부에선 역시 우리는 천재라는 자화자찬에 빠지기도 했다.

자만이었다. 약 20년 전에 대우자동차가 ‘행운의 골든 키를 찾아라’라는 똑같은 개념의 마케팅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프로모션 덕분에 대우자동차는 대중의 꽤 많은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냈고, 차량 판매 비수기였던 11~12월에도 30% 이상의 판매실적 향상을 이루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담당자는 현실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골든 티켓을 해냈다며 분명 뿌듯해했을 것이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것은 최근 ‘자동차생활’이라는 잡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2022년 3월 4일, 자동차 문화를 이끌어가는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무모하게 시작한 Peaches 설립 이후, 제일 뿌듯한 날이었다. 우리는 공매를 통해 ㈜자동차생활의 잔여재산을 인수할 수 있었다. 자동차생활(CARLIFE)은 1984년 창간되어 38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사업 확장 끝에 2021년 10월 폐업한 대한민국 로컬 자동차 잡지이다. 인수를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전통이 사라지는 것을 누군가가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점. 40년 전통의 가게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는 일본이나 미국을 보면서 예전의 헤리티지가 유지되고 그것이 가업처럼 이어지는 문화들이 참 부러웠다.

어떻게 보면 자동차생활 인수는 어린 시절 그 잡지를 보면서 성장한, 그 추억을 서로 공유해온 Peaches 팬들이 우리와 함께 만들어낸 쾌거였다. 불과 4년 된 회사가 38년의 시간을 지켜낸 것이다.

주변에서는 Peaches 버전의 자동차생활 잡지를 판매하기 위해 인수한 것이라는 얘기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잡지보다 몇 배 비싼 스티커를 매달 완판하는 입장에서 Peaches맛 자동차생활 잡지의 등장은 분명 상업적으로 성공적일 것이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것은 재미가 없다. 또 몇십 년 동안 다양한 사람이 소통하며 만들어낸 집단 지식재산권을 하루아침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다.


대신 우리는 자동차생활의 모든 기사와 사진을 온라인 클라우드로 아카이빙하여 우리와 이 문화를 같이 즐겨온 이들이 비상업적,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열람할 수 있는 무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 여인택 피치스그룹코리아 대표

202206호 (2022.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