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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면역거부반응 없는 소프트 임플란트 | 포항공대 정완균 교수 

인공장기 이식의 새로운 패러다임 

노유선 기자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부드러운 인공장기를 작은 크기의 모듈로 제작해 로봇 시스템으로 조립하는 것이 목표다. 치아, 뼈, 관절 등에 국한됐던 임플란트 시장에서 인공장기 종류가 다양해지면 신규 산업 및 일자리가 대량 창출될 전망이다.

▎ 사진:KEIT
코로나19로 폐의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이식할 장기가 부족하다면? 이식 외에 치료 방법이 없어 평생 투석해야 하는 환자에게 신장 공여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공여자가 없어도 장기이식이 가능하도록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 중인 컨소시엄(이하 연구팀)도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최종 선정됐다. 정완균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연구팀은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부드러운 이식용 장기를 작은 크기의 모듈로 제작해 조립·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 생물학적으로 대체 가능한 부드러운 장기(뼈, 치아, 관절 등 제외)는 전무하다. 인공장기가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가, 인체에 이식할 수 있을 만큼 크기가 큰 인공장기 제작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일관된 모양과 크기의 장기 모듈을 제작, 이 모듈을 자동으로 조립하는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말한다.

시장 규모, 2년 뒤 448억 달러로 확대


▎정완균 교수 연구팀은 면역거부반응 없는 인공장기 모듈 제작에 성공해 조직공학·재생의학 분야에서 글로벌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이종장기 및 인공장기 시장 전망은 밝다. 업계에 따르면 이 시장은 연평균 7.33% 성장해 2024년에는 448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의료 시장까지 합치면 1216억 달러 규모다. 치아, 뼈, 관절 등에 국한됐던 임플란트 시장에서 이식용 인공장기 종류가 다양해지면 신규 산업과 함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장기 생산과 관련한 기계·소재·보건 의료산업 등의 성장도 예측 가능하다.

기술개발에 따른 의학적 효과도 상당하다. 평균수명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이 혁신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당뇨, 간염, 간경화 등 만성질환으로 인해 망가진 장기, 암으로 인해 제거된 장기를 보완할 수 있다. 혈관이 막히거나 혈관벽이 약해졌을 때 혈관 임플란트에 활용될 수도 있다. 모발이식 수술 시 모근 임플란트에도 적용 가능하다.

연구팀의 목표는 인체 내 면역거부반응 없이 부드러운 장기기능을 대체·보완할 수 있는 모듈화된 장기 개발이다. 장기의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중 세포로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인체 내 이식 후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줄기세포와 생체재료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면역거부반응을 초래하지 않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제작하고 이를 기능성 세포로 분화한 후, 생체 소재와 혼합해 3차원의 장기 모듈을 프린팅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개발 중인 기술은 일관된 모양과 크기의 장기 모듈 제조·생산 기술과 장기 모듈 조립을 위한 로보틱스·인공지능·자동화 기술 등이다. 정 교수는 “산업화를 고려해 대량생산과 표준화, 품질관리가 가능한 형태를 구상 중이다”라며 “장기 모듈 제조 기술과 모듈 조립 로봇 시스템을 개발해 ‘인공장기 생산 공장’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술개발을 위해선 줄기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해 면역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줄기세포 분화 기술 고도화해 체내 장기와 유사한 생리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인공장기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튜브형 혈관 구조체를 제작할 원천기술을 도입할 방침이다.

실제 혈관과 유사한 탄력성·물성 확보가 관건

연구팀은 인공장기 중에서도 제조 난도가 높은 간과 췌장을 도전 과제로 삼았다. 간은 이식 대기 중 사망자가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으며 췌장암은 발병하면 생존에 가장 취약하다. 정 교수는 “세계를 선도할 기술을 기반으로 조직공학·재생의학 분야에서 글로벌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며 “장기이식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난제는 실제 혈관과 유사한 탄력성과 물성을 가진 혈관을 제조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 연구 기간 동안 어려웠던 점은 높은 혈압에도 견딜 수 있고 수술 시 꿰맬 수 있는 질긴 조직으로 감싼 동맥혈관을 만드는 일이었다”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 방법에 혁신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프린팅을 한 동맥혈관 표면을 나노섬유 방사기법으로 감싸서 강도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연구팀이 개발 중인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미완인 상태다. 정 교수는 “면역거부반응을 제거할 수 있을지, 줄기세포로부터 분화를 잘 시킬 수 있을지, 분화된 세포가 간과 췌장 기능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면서도 “전 인류의 문제라 생각하고 도전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탈(脫)공여자 장기이식 분야를 개척해 공여자에 의존해온 장기이식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될 이번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보건의료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인프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

202206호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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