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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철 링티 대표 

‘만성탈수’ 해결사의 꿈 

김영문 기자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가 늘 문제다. 특히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의사들은 늘 물을 자주 마시라고 권한다. 하루에 물을 1.5~2L 정도 마셔야 한다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링티는 여기에 주목했다.

“오해가 있습니다. 광고 탓인지 피로해소제라고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요. 사실 경구수액과 비슷하게 만들어 보급하고자 하는 이유가 컸습니다. 경구수액 시장이 분명 존재하지만,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고, 글로벌기업의 제품조차 상품성이 그다지 좋지 않았죠. 그래서 우리는 ‘링티를 세계로 확장하여 경구수액의 글로벌 표준이 된다’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결국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으로 보급해 ‘수분보충’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는 게 핵심입니다.”

지난 7월 11일 서울 강남구 링티 본사에서 만난 이원철 링티 대표가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 시장에서 링티가 ‘의약품’이냐 ‘식품’이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어 그는 “일본 오츠카제약의 경구수액 ‘OS1’, 미국 애보트의 ‘페디라이트’가 대표적인 경구수액으로 알려져 있다. 경구수액과 기능이나 효과 면에서 분명 차이가 있지만, 일반인은 시중에 나와있는 이온음료를 주로 소비한다”며 “링티는 경구수액과 유사한 성분과 조성으로 만들어 경구수액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식품, 경쟁력 있는 ‘수분보충음료’”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학병원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마시는 수액’에 관심이 많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수액을 맞은 환자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파킨슨병, 척수 손상 환자분들의 경우 저혈압 쇼크가 자주 온다.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혈압이 떨어지고 정신을 잃는 ‘기립성저혈압’ 쇼크”라며 “어느 날 우연히 전날 항생제 치료 때문에 수액을 맞은 환자들이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고, 재활치료도 덜 힘겨워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물론 그도 수액을 맞는 게 플라세보효과(위약효과)라고 생각했기에 달라진 환자 상태를 보고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환자들은 복용하는 약도 많고 여러 부작용에 시달리다 보니 식욕도, 삶의 의욕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 수액을 맞기만 해도 효과가 컸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 대표는 환자들의 삶의 질이 조금이나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하지만 환자들이 재활치료를 하기 전마다 수액 주사를 맞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일단 박사 논문 주제를 ‘마시는 수액’으로 잡았지만, 학계에서 관심이 너무 없어 연구를 포기해야 했다. 이 대표는 “의대 교과서에서 ‘경구수액’이란 단어를 한 번쯤 들어봤지만, 의사 생활을 하면서 굳이 접할 일도, 기회도 없었다”며 “게다가 한국 의료 인프라가 워낙 잘 갖춰져 있어서 어느 병원에 가도 주사로 수액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로 시선을 돌리면 ‘경구수액’의 역사와 의미는 꽤 깊다. 사실 수액은 1800년대 콜레라 환자를 치료하던 스코틀랜드의 의사 토마스 라타가 환자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 대량의 체액 손실임을 확인하면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영국 의사 시드니 링거가 정맥주사를 개발하면서 정맥주사를 ‘링거’라고 표현하게 됐다”며 “그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75년 이후 영유아 설사부터 개발도상국 콜레라 환자까지 쉽고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경구수액 표준을 정해 보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주삿바늘을 재활용하던 시절이라 질병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큰 탓이었다.

이 대표도 군의관에 임관하면서 마시는 수액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그는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군인들에게 수액을 바로 공급하지 못했다”며 “국내 의료법상 군의관, 간호장교만 군인에게 정맥수액을 줄 수 있어 더 그랬다. 전쟁 상황에서는 다친 군인이 스스로 수액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 군의관이나 간호장교가 훈련 중에 지참하는 수액 세트는 환자 1인 기준으로 수액 1L, 주삿바늘, 고정 도구, 드레싱 재료 등 못해도 1㎏은 족히 넘는다. 이 대표는 “육군에 발전 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 ‘전투발전제안’ 제도를 활용해 ‘마시는 수액’을 공급하자고 건의했지만, ‘60년 육군 역사상 현역 군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본 적이 없다’며 거절당했다”며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이듬해인 2017년 6월 국방부가 주최한 창업경진대회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 도전해 1등 상인 육군참모총장상을, 이후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 K-스타트업] 대회에서 국방부장관상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내친김에 ‘마시는 수액’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수도병원 군의관이었던 이용진 대위, 특전사 김성종 대위, 이병석 중위 등과 함께 개발에 매진했다. 이렇게 빛을 본 링티는 설립 첫해인 2017년 1억6000만원 정도 매출을 거뒀고, 지난해엔 연 매출 368억원을 넘어선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 대표에게 그간의 얘기를 좀 더 물었다.


▎올해 8월 미국 시장에 링티가 출시하는 아이브이2(IV2).
군인 신분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당장 군인 신분으로 회사를 차리는 것부터 문제가 됐다. 대회 규정상 완성 시제품을 만들어 제출해야 끝이 나는데, 개인 신분으로 만들 수 없었다. 더군다나 영리를 추구할 수 없는 군인 신분이었기에 법인 대표가 될 수 없어 창업을 준비 중이던 지인을 찾아 법인 대표를 맡기고 시제품 제작에 매달렸다. 당시 법인을 맡아준 이가 현재 강민성 이사다. 개발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어떤 점이 힘들었나.

맛과 검증 때문에 힘들었다. 일단 동료 군의관들과 WHO부터 각종 마시는 수액 제작 가이드라인과 성분 등을 참고해 만들었는데 맛이 없었다. 억지로 먹고 나서 수액만큼의 흡수율이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다른 군의관들과 함께 수없이 팔을 주삿바늘에 내어주었다. 그때는 그럴 수 있다고 버텼다. 하지만 맛을 잡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분명 레몬 향료를 넣었는데, 물에 타면 그 맛이 사라진다거나 같은 성분이라 하더라도 제조 회사가 다르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맛이 없었고, 심지어 설사까지 동반됐다. 음료처럼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게 만들려고 7개월 동안 200번 넘게 레시피를 바꿨다. 지금도 사내 연구소에서 끊임없이 연구 중이다. 맛과 기능을 유지하는 최적의 성분 배합 비율을 찾기 위해서는 꾸준히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2019년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원래 회사 이름이 ‘링거워터’였다. 그런데 제품 안에 ‘링거워터’라는 회사 이름이 표기한 것이 허위 과장 광고로 지적받으며 문제가 됐다. 성실히 식약처에 해명했고, 2020년 3월 검찰로부터 ‘혐의없음’을 통보받았다. 회사명도 제품명인 ‘링티’로 바꿨다. 매출이 16분의 1로 감소하고, 환불 요청이 빗발치는 등 당시 피해가 매우 컸다. 한국은 식품, 건강기능식품, 전문의약품 간 표기 규정이 상당히 까다롭고 잘되어 있다. 의사로서 너무 잘 아는 바다. 제품 표기 측면에서 차이를 설명한다면 식품은 어떤 효능 효과도 표기할 수 없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성분별 효능을 적을 수 있고 내용도 정해져 있다. 알다시피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개념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소비자가 많다.

두 개념의 제품이 기능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앞서 말한 대로 ‘표기’ 측면에서 그렇다. 식품위생법상 일반 식품은 특정 원료에 따른 기능이나 효과를 표기할 수 없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원재료의 기능과 효과를 명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타민C를 넣으면 항산화 기능에 도움을 준다는 식으로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성분이 같고 표기만 다르다면 두 제품은 기능 면에서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우리는 ‘보편화’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전문의약품 외에 식품, 건강기능식품 버전으로 링티를 출시했다.

특허 부분도 ‘출원’이냐 ‘등록’이냐 말이 많았다. 특허 등록이 안 된 이유가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특허를 등록까지 끌고 가지 않았다. 늘 우리는 ‘대기업이 카피 제품을 만들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특허로 시장 진입장벽을 만들 때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특허를 등록해 레시피를 전부 공개하고, 특허료 청구 인정을 받을 것인가.’, ‘특허 등록을 하지 않고 우리만의 레시피로 시장을 지켜낼 것인가.’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식품 분야에서 특허가 갖는 방어력이 그리 크지도 않다. 레시피를 조금만 바꿔 우회해 특허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코카콜라, KFC가 자사 레시피를 특허등록하지 않고 비밀로 간직하는 이유와 같다.

링티가 물이나 이온음료보다 나은가.

물이 인체 내에서 어떻게 흡수되는지부터 설명하겠다. 마신 물의 90%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다시 말해 소장 벽에 있는 수송체가 나트륨과 포도당을 짝지어 흡수하는데 그 비율이 맞아야 흡수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삼투압차에 의해 물이 확산되면서 혈장(수분)으로 공급된다. 그런데 이온음료에는 포도당이, 피로해소제에는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어 물보다 흡수율이 떨어지거나 물과 비슷하다. 링티는 나트륨과 포도당의 비율을 잘 조절해 수분 흡수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노력하는 음료다. 실제 물 1L를 마시면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고, 같은 양의 이온음료 역시 혈액량을 50~100㎖량 늘리는데 링티는 1L당 혈액량을 250㎖가량 늘린다. 그리고 그 어떤 제품보다 맛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노력했다.

TV 광고로 굉장히 유명해졌다.

사실 TV 광고는 전역 후인 2019년 링티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입소문’ 마케팅에 의존했다. 그 과정에서 특별한 효능을 설명한 게 아니라 왜 링티를 만들었는지를 설명했다. 나를 비롯해 임직원 모두가 어떤 고객이라도 만나면 그 과정을 설명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복했다. 식품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먹는 상품이다 보니 이미지보다 신뢰를 쌓는 게 더 중요했다. 우리는 가장 고전적인 홍보 방법인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택했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TV 광고도 효과가 없었을 거다.

직원들과 끈끈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가능한 일이겠다.

맞다. 모든 직원이 우리가 추가하는 바와 제품을 믿어야 고객과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할 수 있다. 임직원에게 평생직장을 보장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링티에서 일하면 대기업 못지않은 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은 이유다. 직원들에게 무리한 조건의 계약을 강요해 양적인 성장을 하자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근로환경, 복지, 선한 목표 등이 어우러지면 인재가 끊임없이 링티에 합류해 성장을 견인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 확신한다.

기증도 계속하고 있는데.

그렇다. 링티가 탄생한 곳이 육군이지 않나. 널리 보급하겠다는 목표 아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의료진, 육군, 특전사, 해양경찰 등에 공급해 공익에 기여하고, 작업환경 특성상 수분공급이 중요한 분들에게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기증을 달가워한 건 아니었다. 육군에서 연 창업대회에서 상을 받은 제품임에도 섣불리 병사에게 먹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떤 곳은 제품 대신 기부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금은 여러 오해가 풀렸고 기증을 받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육군3사관학교·육군학생군사학교·육군부사관학교·육군훈련소 등 군 교육기관에도 기증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군부대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다.

전문의약품으로 출시할 계획도 있나.

그렇다. 식품으로 나온 링티와 링티 플러스는 그대로 유지하고, 질병 치료에 사용하는 전문의약품 출시도 점진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외시장 개척에 좀 더 집중할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경구수액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경구수액 식품을 편의점 등에서 구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드럭스토어(Drug store), 편의점, 마트 등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다. 링티도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일반의약품으로 등록했다. 한국제품과 성분이나 기능 차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국가별 유통 규제 때문에 택한 일이다. 기대도 큰 편이다. 세계에서 관련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 출시한 제품 모두를 살펴봤는데 링티보다 조악하거나 맛도 없었다. 지금 IV2(아이브이2)란 브랜드를 단 제품이 미국행 선박에 실렸고, 지금 태평양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미국 법인을 통해 현지 반응을 지켜보면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경구수액 음료 분야에서는 국내 1위 아닌가. 다른 제품 분야로 확장할 생각은 없나.

당분간은 없다. 우리는 원래 있던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게 아니라 없던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국내 1위 타이틀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까닭이다. 해외의 경우 이미 알려져 있던 시장이지만 크게 활성화된 적이 없었다. ‘마시는 수액’ 음료를 누구나 손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보급한다는 우리 철학을 생각하면 아직 링티에만 집중해도 24시간이 부족하다. 회의 때마다 늘 두 가지를 상기한다. 첫째는 ‘한국인 모두가 경구수액의 개념과 링티를 이해하게 한다’이고 둘째는 ‘경구수액의 국제 표준 제품이 된다’는 것이다. 링티의 목표다. 마치 모두가 면도기 하면 질레트, 두통약 하면 타이레놀을 떠올리듯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링티가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가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회사로 알려지면 좋겠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링티’를 왜 만들었는지를 반복해서 설명해왔다. WHO도 이미 전 세계인의 75%가 만성적 탈수 상태라고 했고, 한국 직장인들도 출근하면 물보다 커피나 각종 차 등 카페인을 섭취한다. 우리가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보니 잘 모를 수 있지만, 전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수질이 나빠 콜레라까지 발병하는 일이 생긴다. 이미 예전부터 정부 주도로 먹는 방식의 수액을 연구해온 이유다. 그렇게 중요하다면서도 다들 맛 개량에 투자하지 않았고, 시장도 크지 않다. 그간 약이라는 것 자체가 병원과 제약사 중심으로 개발된 탓이다. 의사로서 ‘소비자 중심의 약’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고, 링티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208호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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