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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웅 레이컴 대표 

IoT 기술이 바꿔놓은 현장 안전관리 시스템 

신윤애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6개월이 흘렀다. 기업들은 AI와 IoT(사물인터넷) 등 I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을 속속 도입하며 중대재해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선제적으로 안전관리 솔루션을 구축해 현장 경험을 축적해온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 공급사 ‘레이컴’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기민하게 안전관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도가 시행된 지난 6개월 동안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조치 위반은 81건이 발생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초의 처벌 사례가 나올지 촉각이 곤두선 가운데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사고 리스크’를 체감하고 있다.

안전관리가 기업의 안녕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은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 도입에 나서고 있다. IT 기술을 적용해 정확한 데이터를 얻어 위험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게 솔루션의 주된 기능이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5인 이상 기업 9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대응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전체의 21%에 불과했다. 다만 솔루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6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성웅 레이컴 대표는 “특히 중대재해의 50% 이상이 발생하는 건설업에서 관심이 크다”며 “우리 회사도 올해 8개 건설회사와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레이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기 전인 2019년부터 다양한 산업 분야 현장에 IoT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안전관리 솔루션을 공급해왔다. 건설, 해운, 조선, 플랜트, 시설관리 등 산업현장 곳곳에 있는 안전 위협 요소를 효과적으로 검출해 안전을 강화하는 솔루션이다.

레이컴은 선제적으로 현장 실적을 쌓아온 데다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자체 솔루션과 제품을 개발해온 덕분에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레이컴의 매출은 2019년 4억원대에서 계속 늘어 2020년 6억8800만원, 지난해엔 10억원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인정받아 최근 투자 유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21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돼 초기 투자와 정부로부터 기술개발자금을 받았고, 올해는 15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를 유치했다. 투자금은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많이 투입하고 있다고 신 대표가 설명했다.

“현장의 안전관리 솔루션에는 IoT 기술이 들어간 태그, 센서 등의 장비가 활용됩니다. 데이터를 측정하는 장비들이죠. 핵심적인 센서는 저희가 직접 설계, 개발하고 나머지는 시중에 나와 있는 장비를 활용해요. 그래서 장비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회사의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는 현재 직원 22명 중 14명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일 정도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센서로 받은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해 어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인력입니다.”

레이컴의 안전관리 솔루션은 크게 작업현장의 안전과 시설의 안전으로 나뉜다. 건설현장이나 원양어선 등 선박에서 작업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추락, 폭발 등 안전사고 리스크를 감지한다. 위험이 감지됐을 때는 물론 사후에도 알람을 통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선원들의 안전관리 솔루션을 제시한 건 레이컴이 ‘최초’라고 신 대표가 설명했다. 그는 “원양어선 등 선박은 망망대해 같은 고립된 지역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부터가 과제”라며 “위성통신은 비용이 높아 웬만한 곳에선 감당하기 힘들다. 우리는 로라망(LoRa, LTE 등 기존 스마트폰 통신망과 달리 저전력으로 1~3㎞ 통신할 수 있는 통신망)을 구축하고, 자체 개발한 위치태그 장비를 선원들에게 소지하도록 해 실시간 모니터링한다”고 설명했다.

시설의 안전은 노후건물이나 D급, E급의 하급 시설물에서 리스크를 체크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IoT 기반 균열측정센서인 ‘크랙몬’을 활용해 균열 위험을 감지한다. 레이컴의 자체 특허가 적용된 크랙몬은 진단전문가가 직접 현장에 방문하던 이전의 방식과 비교해 비용, 타이밍, 대응 측면에서 수준 높은 안전관리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대표는 “지난해 크랙몬으로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사업(TIPS) 프로그램에 선정됐다”며 “크랙몬의 원래 모델은 균열이 생긴 부위의 양쪽에 크랙몬을 장착한 다음 틈새가 더 커지는지만 체크하는 정도였다면, 팁스를 통해 개발 중인 모델은 실시간으로 틈새 값을 추적해 균열의 진행 여부와 리스크 정도를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물의 균열은 온도, 습도, 진동 등 환경적인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데, 이런 환경적인 요소까지 데이터로 획득할 수 있어 균열이 환경적인 변수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제품은 오는 8~9월에 출시된다.


▎건설현장 등 여러 작업현장에서 레이컴의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으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 한다. / 사진: 레이컴
레이컴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도록 돕는 일등 공신으로 ‘고객사의 피드백’을 꼽았다. 크랙몬의 업데이트도 일본 파트너사의 요청에서 비롯됐다.

“일본에는 30년 이상 된 건물이 전체의 50% 이상, 50년 이상 된 건물이 30~40%가량 됩니다. 모두 알다시피 지진도 빈번하죠. 하지만 일본엔 빈집이 많은 데다 노인 인구도 많아 관리감독이 힘들다며, 크랙몬에 실시간 추적 기능을 더해 의미 있는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선원 안전관리 솔루션 또한 고객사인 h라인이라는 해운사와 함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h라인 해운사는 한진해운이 없어질 당시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던 전기운항사업부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며 설립된 회사예요. 포스코나 한전에 석탄이나 철광석 같은 원료를 납품하는 일을 합니다. 이 회사에서 3~4년 전쯤 선원 한 명이 사라지는 사건이 터졌어요. 선원 31명이 있었는데 사라진 선원의 행방을 아무도 몰랐다고 합니다. 실족, 자살, 살해당하는 경우 등 선원이 없어지는 일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경위를 파악하긴 어렵죠. 게다가 사건이 터지면 해당 선박은 법적으로 일정 기간 일대를 수색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당연히 납품일을 맞추지 못하게 되고요. 선원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했던 이 회사에서 재발 방지책을 공모했고, 우리 회사의 안전관리 솔루션이 채택됐어요.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던 솔루션과 같지만 앞서 말했듯 로라망으로 통신망을 만든다는 게 차별점이었죠. 선원들은 선박 내에서 혹은 밖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특히 외부로 떨어졌을 땐 이 태그 시스템이 큰 도움이 돼요. 반경 10㎞까지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신호를 받아 탐색 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 25척에 저희 솔루션을 설치했습니다. 최근 h라인에서는 LNG 선박에 대한 안전 솔루션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했어요. 요즘엔 대다수 선박이 LNG를 사용하는데, 폭발 위험 지역으로 구분돼 핸드폰이나 노트북 같은 제품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방폭 인증을 받아야만 하는 거죠. 우리의 태그, 센서 등 장비에 대한 방폭 인증을 진행 중입니다. h라인에서 개발 지원금도 받았습니다. 인증을 마치면 화학 플랜트, 정유사, 조선소 같은 폭발 위험 지역에 모두 납품할 수 있게 되죠.”

크랙몬으로 검증해 노후건물 리모델링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산업현장에서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고, 이에 따른 효과가 예상되긴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효과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나오며 업계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신 대표가 말했다. 그는 “팁스 과제로 서울의 오래된 맹아원 건물에서 균열을 체크한 적이 있었다”며 “큰 균열들이 관찰됐지만 현재진행형이라는 증빙 자료가 없어 시에서 리모델링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레이컴의 크랙몬으로 그 증거를 확보해 새 단장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성장하는 산업에서 탄탄한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신 대표는 사실 직장 생활만 20년 가까이한 샐러리맨이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건 2018년 레이컴을 인수하면서부터다. 그는 “마음 한구석에서 항상 사업을 꿈꾸고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이력을 보면 첫 직장으로 SK텔레콤이라는 안정적인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점점 도전이 필요한 곳으로 옮겨갔다. SK텔레텍의 창업 멤버였고, 그 이후엔 기업에 SCM을 제공하는 중소기업 엠로의 2대주주이자 경영혁신본부장으로 14년 정도 일했다. 신 대표는 “레이컴은 엠로에서 본부장을 지낼 때 알게 된 회사”라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도 판매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를 발견했는데 그게 레이컴이었다”고 말했다.

레이컴의 경쟁력을 눈여겨본 신 대표는 엠로의 레이컴 인수를 진행했다. 레이컴 대표이사는 신 대표가 (겸직으로) 맡았다. 신 대표의 눈에 들어온 레이컴은 어떤 경쟁력을 지니고 있었을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레이컴이 개발한 제품은 작업자들의 위치와 상태를 체크하는 ‘태그’였어요. 사원증처럼 생겼죠. 태그가 나오기 전에는 비콘 스캐너를 사용했습니다. 비콘 스캐너란 위치 등을 알리기 위해 블루투스 통신방식으로 일정한 신호를 전송하는 기기를 말해요. 그런데 블루투스는 스마트폰 같은 기기가 필요한 데다 통신이 가능한 범위가 50m 정도예요. 건설현장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많은 장비가 필요했고 결국 비용 문제로 직결됐습니다. 레이컴의 태그는 로라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건설현장 전역을 커버할 수 있고, 별다른 기기 없이 작은 태그 하나만 지니면 됐죠. 이처럼 IoT 기술로 현장에서 안전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신 대표는 점점 레이컴을 키워보고 싶었고, 결국 엠로 대표이사의 동의를 얻어 증자를 통해 1대주주로 올라섰다. 처음엔 태그로 시작했지만 친정이자 솔루션 전문기업인 엠로의 지원을 받아 솔루션 프로그램을 장착했고 점점 지금의 모습을 완성해왔다.

신 대표는 “이제 시작 단계지만 레이컴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며 “신규 계약 건들이 배수로 생겨나는 데다 일본 등 해외 진출도 성사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기업들의 경각심이 커져 안전관리비 지출 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 또한 레이컴에는 호재다. 그는 “2019년 기준 건설시장 지출 규모는 383조원이었다”며 “통상 2% 내외가 안전관리비로 집행되고 이 중 스마트 건설 안전 기술에 쓰이는 비율을 5%로 예상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장 규모는 4000억원대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향후 성장성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도중 신 대표에게 기분 좋은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서울산업진흥원으로부터 투자가 확정됐다는 소식이었다. 7월 중 실사와 밸류에이션을 진행해 투자금액이 확정될 예정이다.

“투자를 받기 위해 경쟁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우리가 PT에서 제안한 내용들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의미 있는 투자처로부터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았으니, 앞으로 좋은 결과물을 내 실력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202208호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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