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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경의 시계 이야기(3) WATCH CHOPARD 

THE SOUND EXPERT 

정소나 기자
타종 시계는 매우 만들기 어려운 도구다. 소리를 내는 장치만으로도 제작이 어렵지만 더 맑고 깨끗한 소리, 더 크고 아름다운 소리 등 음향, 음색, 음질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기계식 타종 시계를 만드는 제작사는 아주 소수고, 음질까지 좋은 타종 시계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쇼파드는 업계 최초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공을 제작했고 2022년 이를 적용한 타종 시계 3개를 선보이며 최상의 소리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카푸숑 형제와 함께한 슈펠레 대표. / 사진:쇼파드
역사와 함께한 타종 시계

기계식 시계의 역사는 대체로 13~14세기 무렵 시작됐다고 여겨지는데 당시 시계는 오늘날처럼 눈으로 보는 시계가 아니었다. 마을회관이나 교회 건물에 설치된 시계는 오직 종소리로만 시간을 알려줬다. 이후 탁상시계와 손목시계로 크기가 작아지고 정밀해지면서 시간을 다이얼 위 시곗바늘로 ‘보는’ 시계가 탄생했다. 타종 기능 또한 소형화 장치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들어 이 기능은 차츰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예거 르쿨트르, 바쉐론 콘스탄틴, 파텍 필립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들은 여전히 타종 시계를 만들었다. 고객 가운데는 앞이 안 보여 소리로 시간을 알 수밖에 없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시각을 그대로 알려주는 리피터 시계는 쇠퇴 일로를 걸었지만, 설정한 시각에 소리를 울리는 알람 시계들은 오히려 환영을 받았다. 자명종이나 시간에 맞춰 소리를 울리는 괘종시계 등도 인기였다. 지금은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그 자리를 내줬지만 시계업계에서는 역사, 전통, 기술, 문화, 전승 등 여러 가치의 관점에서 여전히 손목시계에 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새로운 타종 시계


▎2017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최고상을 수상한 L.U.C 풀 스트라이크. / 사진:쇼파드
쇼파드는 2007년 처음으로 타종 시계를 소개했다. 하나의 해머로 매시를 지날 때면 타종하는 패싱 스트라이크였다. 10년이 지난 2016년에는 매뉴팩처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인하우스로 제작한 최초의 미닛 리피터 시계인 L.U.C 풀 스트라이크를 추가했다. 쇼파드는 첫 타종 시계를 소개한 뒤 2010년부터 6년이란 긴 시간을 개발에 투자했고 그 결과 특허 4개를 출원했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이었다. 무려 3년을 투자해 크리스털 유리잔을 두드리면 나는 맑은 소리를 타종 시계에 접목했다. 다이얼 윗면을 덮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판과 공을 통합한 새로운 부품이 가져온 결과는 놀라웠다. L.U.C 풀 스트라이크는 깨끗하고 맑은 소리를 냈고 이듬해인 2017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최고상인 ‘애귀으 도르’를 수상했다. 카를-프리드리히 슈펠레 대표는 2018년 음향전문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르노 카푸숑과 그의 동생이자 첼리스트인 고티에 카푸숑, 제네바 건축·조경·공학대학(HEPIA)의 응용음향학 실험실 소장인 로맹 부랑데 교수와 함께 음향 향상을 위한 연구를 계속했다. 쇼파드의 정밀한 기술과 음악가의 예술적인 조언, 학자의 과학적인 지식이 어우러진 결과물은 L.U.C 컬렉션 25주년을 기념하며 2022년 내놓은 새로운 타종 시계 3점에서 만날 수 있다.

L.U.C Strike One


▎벌집 모양의 기요셰 장식이 아름다운 L.U.C 스트라이크 원. 매시 소리를 울린다. / 사진:쇼파드
2007년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며 내놓은 시계 중 하나가 브랜드 최초의 타종 시계인 L.U.C 스트라이크 원이다. 해머 하나로 매시가 되면 소리로 알려주는 일종의 손목시계형 괘종시계다. 3시 방향 날짜, 6시 방향 반달 모양의 작은 초침창을 두고 방사형으로 퍼지는 기요셰 장식과 그 주위로 로마숫자를 투조로 얹은 다이얼이 독특하다. 12시 방향에는 매시 소리를 울리는 해머를 그대로 노출했다. 15년이 지난 후 동일한 이름으로 소개한 시계는 더욱 정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루테늄 코팅 순금 소재의 회색 다이얼에는 3시 방향 날짜창을 없앴고 대신 6시 방향 작은 초침 표식은 원형으로 두고 벌집 모양의 기요셰 패턴을 넣었다. 인덱스와 시곗바늘도 모두 금 소재로 만들었다. 다이얼 가장자리에서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을 볼 수 있는데 하루 24번, 매시 12시 방향의 해머가 공을 치며 내는 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케이스백으로는 C.O.S.C 크로노미터 인증과 동시에 제네바 인증을 받아 정밀하면서도 아름다운, 새로운 L.U.C 96.32-L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다. 22K 금 소재로 만든 작은 로터가 돌아가는데 지름 40㎜ 케이스와 함께 모두 윤리적 금 소재를 사용했다.

L.U.C Full Strike Sapphire


▎시계 전면, 측면, 후면까지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투명하게 드러내는 L.U.C 풀 스트라이크 사파이어. 작업 난도가 높아 단 5점만 제작된다. / 사진:쇼파드
2016년에 선보인 L.U.C 풀 스트라이크에는 골드 소재의 케이스를 적용했다. 2022년에는 독창적인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과 이를 포함해 타종 장치를 움직이는 핵심 부품을 보여주는 오픈워크 다이얼, 시계 측면과 후면까지 무브먼트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전체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로 된 시계를 추가했다. 모노블록으로 절삭과 천공 등 기계가공과 제작이 힘듦에도 착용하기 적당한 지름 42.5㎜, 두께 11.55㎜ 크기를 구현했다. 시계 전면의 크리스털, 이와 일체형으로 연결된 크리스털 공은 케이스를 공명기로 사용해 더 크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시간과 타종에 각각 동력을 제공하는 배럴 2개를 탑재한 L.U.C 09.01-L 무브먼트는 2시 방향에 각각의 잔여 동력을 보여주는 인디게이터를 두고 있다. 푸셔를 삽입한 크라운까지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제작한 이 모델은 제작 난도가 높아 오직 5개만 생산하는 한정판이다.

L.U.C Full Strike Tourbillon


▎맑은 소리를 내는 미닛 리피터와 중력의 영향을 줄여주는 투르비용 장치를 결합한 L.U.C 풀 스트라이크 투르비용. / 사진:쇼파드
L.U.C 풀 스트라이크에 투르비용을 결합한 모델도 추가했다. 100%에 가까운 순금으로 만든 다이얼에는 쇼파드 특유의 방사형 꽃무늬 기요셰 장식을 넣었고 6시 방향에 작은 초침을 포함한 투르비용을 두고 있다. 역사성을 살리면서도 브리지를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제작해 투르비용 장치의 작동을 더 잘 드러내어 해머의 움직임과 함께 보는 재미를 더한다. C.O.S.C 인증과 제네바 인증을 동시에 받은 새로운 칼리버, L.U.C 08.02-L은 기존 풀 스트라이크 칼리버 부품수가 533개에서 568개로 늘어났다. 투르비용의 움직임이 타종 기능과 음향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특허받은 투르비용 조절기 장치를 추가로 넣는 등 세심하게 설계했다. 그 외 타종 푸셔에 관한 추가 특허 1개를 포함해 총 6개의 특허 기술로 제작되어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2018년부터 쇼파드는 모든 시계와 주얼리를 출처와 유통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윤리적(Ethical) 금 소재로 제작하고 있는데 이 시계 역시 모두 윤리적 금으로 제작했고 단 20개만 한정 생산한다.

- 글 정희경(시계 칼럼니스트)·정리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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