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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동향을 탐색하라] 메타버스 기술 동향 리포트 

불꽃튀는 기술 선점 경쟁 

이진원 기자
오늘날 부상하는 메타버스의 실체가 무엇인지, 기업들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어떻게 대응하며 움직이고 있는지 동향을 살펴봤다. 또 포브스코리아는 국내외 특허를 분석해 메타버스와 AR/VR/XR 관련 기술에서 우위를 차지한 기업과 주요 키워드를 정리했다.

지난 2021년 10월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시점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열기가 촉발됐다. 이후 자본시장에는 메타버스 관련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정점을 찍으며 과열 양상을 띠기도 했다. 전 세계에 인터넷 열풍이 처음 불었을 때보다 열기가 훨씬 뜨거웠고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도 빨랐다.

온라인게임 플렛폼 로블록스(Roblox)가 2021년 3월 투자설명서에 메타버스 개념을 제시하며 첫 주자로 나섰고 이어 같은 해 페이스북, 엔비디아 등 다수 기업이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투자 및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그야말로 2021년은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2022년에 접어들며 이러한 과열 양상은 진정세를 보였다. 정점을 찍었던 관련 종목의 시가총액은 20~50% 급감했고, 메타버스에 좀 더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하자는 움직임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메타버스 종목들의 사업 모델이 기업과 고객들을 위해 진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의 정의에 대해서는 아직 불분명한 점이 있으나, 노스이스턴대학 경험적 AI 연구소(Institute for Experiential AI)의 마이크 베넷(Mike Bennett)은 강력한 몰입형 첨단기술의 산물인 ‘모든 가상 세계의 집합체’라고 정의했다. 포브스는 ‘메타버스의 사회적 영향력(The Effects Of The Metaverse On Society)’이라는 기사에서 “궁극적으로 메타버스는 차세대 모바일 인터넷(Next mobile internet)으로서 모든 일상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사회적·문화적 변화가 경제적 기회를 리딩할 것”이라며 “메타버스는 지금까지 세계가 경험한 것 중 가장 큰 변혁(disruption)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다양한 산업군의 비즈니스에서 메타버스를 거대한 잠재적 기회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가 가상 근무지로써 기업에 일반적으로 활용될 때 시장성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메타버스의 몰입효과와 기능이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교육, 소셜미디어, 업무환경, 금융, 쇼핑 등으로 집약된다. 여러 기업이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을 속속 출시하는 가운데 메타버스는 느리지만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홀로그램 아바타에서 외과의사 교육까지 실용화가 진행되고 있고, 기업들은 메타버스 내에 가상 브랜드 매장을 출시하고 있다. 세포라, 웬디스, 나이키, 코카콜라, 발렌시아가, 구찌 등은 가상 제품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메타버스 시장에 내놓고 있다.

기업 조직을 위한 메타버스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 역시 괄목할 만한 진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추어는 팬데믹 기간 동안 15만 명을 가상 세계 업무 공간에 온보딩했다. 직원들은 순전히 줌을 이용해 화상회의를 하는 차원을 넘어 XR 헤드셋으로 가상 업무 공간 ‘원 엑센추어 파크’에서 임직원 간 협업과 그룹 회의를 진행하며 소통하는 경험을 했다. 엑센추어는 메타버스를 차세대 인터넷으로 여긴다. 메타버스를 현실공간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연속체로 가정하고 이 가상공간에서 하는 업무가 인터넷에서 할 때보다 더욱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기 위해 HR 온보딩을 대규모로 시행한 것이다.

또 은행의 메타버스 점포 개설 사례는 과거보다 데이터와 정보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통화와 NFT로 구동되는 독립형 가상 경제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토대는 개인의 신원 토큰, 자격, 자금 증명을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이기 때문에 대출, 모기지 등에서 더 수월하고 빠르게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메타버스 계층화를 통한 본질 탐구


몰입형 가상공간의 핵심과 계층을 들여다보자. 4차 산업혁명과 기술을 연구하는 즈투디움(ztudium)을 설립한 디니스 구아르다는 메타버스를 핵심 개념별로 계층화해 프레임워크를 생성했다. 이는 가상 디지털 환경으로 통합된 메타버스의 구성과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체계적 접근으로서 유용하다.

우선 프레임워크 중심에는 ‘디지털트윈 인프라’가 있다. 여기에는 디지털 장치를 활성화, 연결, 강화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이 포함된다. 궁극적 목표는 각 계층 내에서 접지된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다. 인프라의 구성요소에는 데이터센터, 무선,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및 프로세스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 층은 ‘휴먼 인터페이스’다. 인간과 기술 인터페이스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영역이다. VR 헤드셋, AR 스마트장치, 신경망, 스마트안경 및 기타 웨어러블 장치는 이제는 일상화된 스마트폰에서 향상된 기능 장치이다. 장비들은 디지털 기능을 통해 인체 기능과 지각 효과를 향상한다.

세 번째 층은 ‘탈집중화’다. 메타버스에서 핵심은 개방적이고 분산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블록체인 기술이 모인 모멘텀이 오픈소스 플랫폼, 스마트 계약, 주권적 디지털 정체성(sovereign digital identity), 탈중앙화금융(DeFi) 프로토콜, NFT 처리가 메타버스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기반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 마이크로서비스, 에지컴퓨팅이 메타버스 시대에는 가장 핫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네 번째 층인 ‘공간 컴퓨팅’은 물리적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즉, 3D 온라인 공간을 기이한 현실감으로 조작하거나 현실 세계를 디지털 경험으로 증강함으로써 교차하는 두 영역을 혼합한다. 3D 프로그램 및 엔진, 지리공간 매핑, AR/VR/XR 등 고급 기술이 공간 컴퓨팅을 위해 개발되고 있다. 또 생체인식 응용프로그램, 음성인식 및 제스처 인식은 공간 컴퓨팅을 활용하고 메타버스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드는 IoT 기술이다.

다섯 번째 층은 ‘발견(Discovery)’이다. 메타버스에서는 유저의 모든 정보와 데이터가 수집된다. 인바운드 검색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앱스토어, 검색엔진 등에서 사용자의 선호도와 추천 등 공개정보가 통합된다. 반면 아웃바운드 검색에는 알림 및 디스플레이 광고가 포함된다.

메타버스에서 이용자의 실시간 행적은 이용자의 물리적·사회적 몰입성과 관련된 데이터를 생성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가상으로 둘러보는 동안 시스템은 이용자의 선호, 딜레마, 선택 등을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층은 가상과 현실의 경험(Virtual·Real Experiences)으로, 대부분의 이용자가 메타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영역이다. 쇼핑, 게임, NFT, 디지털 미디어 등 디지털 방식으로 구동되는 환경에 참여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경험이다. 실제로 게임환경을 떠올리면 진화하고 있는 아바타의 정체성, 가상몰입, 스토리텔링, 기타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제는 익숙하다. 게임 환경에서 확장해서 사무실 회의, 체육관에서 하는 운동, 요리, 관광, 연극, 레저, 강의 등 더 많은 일상생활의 경험이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며 이와 관련된 많은 데이터가 생성될 수 있다.

향후 8000억 달러(1000조원 이상) 규모 시장이 예상되는 메타버스는 비즈니스와 거의 모든 일상생활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가상 세계를 주도하려는 많은 기업과 개척자들은 인프라를 구성하고 다양한 산업에서 변화를 이끌기 위해 투자와 개발을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의 메타버스 투자 동향


국내외 기업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및 AR·VR 기술을 스마트폰 이상의 핵심 기술로 여기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대표 IT 기업인 구글,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집중적으로 가상현실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인수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왔다. 더불어 전통적 제조업체인 제록스도 메타버스 요소 기술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난 1년간 총 3건의 M&A 거래를 진행했다. 이들 기업을 인수한 후 산업용 IoT, 제조용 3D 프린팅, 증강현실 등 제조 B2B 솔루션 분야에서 포괄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자 방향의 측면에서, 현재 글로벌 자본은 크게 2가지 분야(하드웨어, 애플리케이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드웨어의 경우 AR 안경과 광학 기기들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고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교육·훈련, 의료·보건 솔루션에 집중되고 있다. 하드웨어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소니 등 거대 기업들이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중이고 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제조기업들도 반도체칩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메타버스내의 상점 입점은 고객접점을 늘리려는 기업들이 속속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및 XR 분야에 대한 사업 검토를 마친 대기업과 통신 3사를 중심으로 신성장동력 확보 및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기술 확보 차원에서 공격적인 M&A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LG그룹, 네이버, 카카오, 한글과컴퓨터 등은 지난 2021년부터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업체, AR·VR 콘텐트 플랫폼, 3D 콘텐트 제작 기술기업, 게임기업 등을 앞다퉈 인수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칼리버스를 인수한 후 실사기반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신세계아이앤씨(신세계I&C)도 가상현실(VR) 기반 교육훈련 전문기업 ‘민트팟’에 투자를 결정하며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CJ올리브네트웍스, GS ITM 등도 메타버스 테크스포스(TF)를 꾸리고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국내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기반 기술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들여다보기 위해 특허 분석을 시도했다. IP분석플랫폼 페이턴트피아(Patentpia)의 DB에서 메타버스와 AR/VR/XR이라는 키워드로 특허출원 현황을 들여다봤다.

메타버스 관련 공개특허는 2022년까지 미국 34건, 한국 11건, 일본 7건으로 집계됐다. 미국 특허는 IBM이 공개특허 1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액티비전(Activision) 5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3건, 국내 융합기술 전문기업 후본(Whoborn) 1건 등으로 나타났다. IBM은 ‘메타버스 응용프로그램에서 그룹 제어를 위한 시스템 및 방법(등록번호 8990707)’, ‘메타버스 응용프로그램의 활동 트리거 사진(9875580)’ 등을, 액티비전은 ‘메타버스에서 개체가 정품인지 가짜인지 확인법(9808722)’ 특허를 등록했다. 미국 메타버스 관련 특허를 등록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사용자 간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메타버스 공간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클라이언트 단말기 및 방법(9338200)’ 등을, 후본은 ‘메타버스용 온도 재생 장치’를 보유했다.


국내 메타버스 관련 특허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6건, 대전보건대학산학협력단 1건,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1건이 검색됐다. 메타버스 관련 특허의 주요 키워드는 ▶아바타 ▶확장성 ▶가상공간 ▶통신네트워크, ▶실제 효과 ▶동작정보 ▶소셜네트워크 ▶시간 효과 ▶실제효과 ▶사용자 행동 ▶ 생체정보 ▶로깅 ▶ 연동 ▶메타데이터 등이었다.

한편, AR/VR/XR 분야 특허는 규모가 훨씬 방대했다. 미국 8만2039건, 한국 8268건, 일본 1만3397건, 유럽 1만332건으로 나타났다.

국내 특허를 들여다보면 삼성전자가 공개특허 859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어 LG전자(449건), 한국전자통신연구원(262건), 매직립(182건), 마이크로소프트 테크놀로지 라이선싱(161건), 퀄컴(108건), LG디스플레이(104건), 현대자동차(103건), 소니(98건), 구글(83건) 순이었다.

미국 공개특허 수 기준 TOP 10은 마이크로소프트테크놀로지 라이선싱(2957건), 삼성전자(2310건), 구글(1962건), 페이스북(1866건), 소니(1823건), 인텔(1586건), 애플(1412건), IBM(1375건),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SIE, 1190건), 캐논(1052건)이었다.

AR/VR/XR 분야 특허의 주요 키워드로는 ▶디스플레이 장치 ▶증강 현실 ▶가상 현실 ▶화상 처리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 ▶이미지 디스플레이 ▶전자 장치 ▶가상 이미지 ▶착용형 ▶가상객체 ▶통신 유닛 등이 있었다.

메타버스의 로드맵을 보면, 업계에서는 현재를 메타버스 태동기로 보고 있으며 관련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고 메타버스 개념이 강화되며 향후 5~10년 안에 초기단계의 메타버스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의 초기단계에서는 더욱 많은 온라인, 디지털 및 가상 세계에서의 메타버스 적용이 다양한 산업에서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메타버스 성숙단계는 2031년부터 시작되며, 플랫폼 및 산업 생태계 간 연결과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통합을 이루는 데는 통일된 데이터 표준, 결제 시스템, 신분 인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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