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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동향을 탐색하라] 김진아 메타코리아(구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한국은 메타버스의 허브이자 전략 국가” 

이진원 기자
메타버스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인 메타(구 페이스북)는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더불어 메타버스가 건강한 생태계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학계, 산업계, 전문가 등과 협업하며 리서치 예산만 5000만 달러(659억원)를 책정했다. 특히 메타는 한국을 메타버스 허브이자 전략 국가로 설정하고 그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진아 메타코리아 신임 대표에게 메타버스를 향한 전략과 움직임에 대해 들어봤다.

“메타버스 진입 단계인 현재, 연구·실험·구현·교육 영역에서 메타는 한국을 전략 국가로 설정하고 전방위 투자를 하고 있어요. 미국 본사 이외에 한국에 메타버스 관련 신제품경험팀을 구성했어요. 한국에서 여러 시도 끝에 얻은 통찰력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는 한국이 가진 ▶선진 기술력▶트렌드 리딩▶우수한 크리에이터 풀▶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 등 여러 강점이 메타버스 구현에 전초기지가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메타버스 구축에서 메타의 방향성은 개방성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버스는 하나의 기업이 독점할 수 없는 구조예요. 여러 산업계, 학계, 크리에이터들이 활용 가치를 구현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내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이미 웬디스, 나이키 등이 오프라인 스토어와 가상매장을 연결해 시범적으로 활용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죠. 페이스북은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고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며 메타버스를 위한 투자·개발을 하고 있어요.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개발, 정책, 규제, 안전성, 개인정보보호 등 동반 이슈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메타는 이를 위해 지난 6월 서울대와 공동으로 ‘XR 허브 코리아’를 출범했다. XR 허브 코리아는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한 혼합현실(XR) 기술과 메타버스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기지 역할을 한다. 메타는 메타버스를 확장하기 위해 한국에서 선도적으로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연구와 체험을 할 수 있는 ‘XR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지난 8월 선보였다. 또 올 초에는 메타버스 신규 서비스 기획과 실험에 초점을 둔 조직인 NPE(New Product Experimentation)팀도 한국에 신설했다. 메타의 NPE팀은 본사가 있는 미국과 나이지리아, 한국 등 전 세계 3개 국가에만 있는 조직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제품 설계, 소비자경험(UX) 등 분야에서 다각적인 시도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XR 허브 코리아는 국내외 학계, 업계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논의의 장을 만들고 학술 활동을 지원한다. 메타는 메타버스에 적용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첨단기술 개발과 아울러 효과적 규제와 문화 구축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가상현실인 호라이즌 월드에서 개인정보보호 등 새로운 기능 탑재를 시도하고 있고, 만일 이슈가 생기면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수정, 보완해가고 있다”며 “XR 허브 코리아는 메타버스에서 사용하는 헤드셋과 손동작 추적 기기에서 수집되는 바이오데이터를 개인정보 차원에서 어떻게 보호할지를 전문가와 디자이너들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예를 들어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있을 때 현실 공간에서 위험 문제가 없도록 센서 안전장치를 고안하거나, 증강현실에서 개인의 사적 공간이 온라인에 노출될 수 있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메타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연구하는 리얼리티랩(Reality Lab)을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올해 상반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직접 메타버스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지난 6월 ‘ 비주얼 튜링 테스트(visual Turing Test) 통과’라는 주제로 메타에서 VR 헤드셋에 대한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중인 프로토타입 총 5종을 선보였다. 비주얼 튜링 테스트는 VR 헤드셋으로 보이는 세계를 실제 세계와 구분할 수 있는지를 판별하는 테스트를 일컫는데, 인간의 시각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과 근접한 메타버스상의 비주얼 제공이 목표다. 또 일상생활에서 하는 행동들을 가상현실상에서 구현하도록 뉴로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근육의 움직임을 체크해 이를 실제 입력 형태로 바꾸는 EMG(Electromyography) 기술도 소개했다. 여기에는 손의 미세한 감촉 신경을 표현하는 햅틱 글러브(Haptic Glove) 기술 등이 반영됐다.


▎메타의 메타버스 교육현장에서 사용자가 가상현실 체험 기기들을 경험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아직 먼 이야기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메타의 가상 플랫폼에서 여러 활용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는 중요한 원칙 네 가지가 있어요. 첫째 개인정보보호, 둘째 안전성, 셋째 경제적 기회, 넷째 공정하며 포용성 있는 생태계 구축이에요. 이 원칙에 따라 전방위적으로 연구와 준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메타버스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교육·의료·예술계에서 활용에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생태계가 구축될수록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경제적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의 소셜미디어처럼 일반인도 자신만의 콘텐트를 만들어 메타버스에서 경제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가상공간에서 실제 비즈니스, 업무 의사소통 등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 제약을 넘어 전 세계 누구와도 협업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을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타버스란 쉽게 비유하자면 마치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거나 내가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현실과 가장 가깝게 만드는 것이에요. 쉽지 않은 일인 만큼 대단히 많은 기술적 혁신과 여러 학문의 통합 연구가 필요한 것이 당연해요.”

“국내 비즈니스가 세계로 나가는 기반이 될 것”


▎메타커넥트 2021 행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가 가상세계에서의 신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메타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메타코리아 합류 이후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소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확장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들의 마케팅과 해외 진출을 도왔고, 여러 비즈니스가 국가 간 시장 장벽을 넘어 글로벌 확장을 이루고 성장해나가는 것을 김 대표는 직접 목격해왔다.

“기존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비즈니스를 확장했던 경험이 메타버스에서도 구현될 것입니다. 현재 소셜미디어와 메타버스는 맞닿아 있는 요소가 많아요. 콘텐트와 비즈니스가 글로벌 단위로 확장하는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김 대표는 국내 아기띠 제조업체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해외 마케팅을 시도해 지난 5년 사이 매출 80배로 성장한 사례를 들었다.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 비즈니스가 해외로 진출하고 성장하도록 지원한 것이 개인적으로 커리어에서 가장 가슴 뛰는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첨단기술 최전선에 있는 IT기업의 한국 대표로서, 메타버스 등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기술에 대해 기업의 방향성 설정 때문에 고민하는 리더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그는 “손에 잘 안 잡히는 개념일수록 직접 체험과 실험을 해볼 것”을 권유했다.

“CEO가 직접 가상현실 헤드셋을 써보세요. 이제 차세대 인터넷인 메타버스에서는 로그인이 아닌 점프인으로 초대할 것입니다. 즉, 공간으로 진입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어요. 현재 많은 AR/VR/XR 기술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리더들이 직접 체험해봐야 각자의 비즈니스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아가는 아이디어를 발상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대표는 메타버스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직접 경험해봐야 새로운 기회를 상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업들은 새로운 고객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어디서 찾을지 등 새로운 연결을 떠올릴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메타코리아 신임 대표로서의 포부를 묻자 “메타는 수익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 아니다”라며 “페이스북과 메타버스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는 도구이며, 돈보다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미션이 중요하고 이를 현실화해갈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현재 글로벌 위상을 가진 한국의 기업, 콘텐트, 제품, 서비스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면 세상에 없던 트렌드와 비즈니스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메타는 이제까지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운영 경험으로 새로운 트렌드와 비즈니스의 창출을 돕는 전문 기업이에요. 메타버스에서도 같은 역할을 수행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진아 대표는…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졸업,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USC) 대학원 마케팅 석사. 씨티은행 영업팀(한국), Campbell-Ewald 광고전략 및 기획팀(미국), Young & Rubicam 광고전략팀(말레이시아), 제일기획 글로벌 광고전략팀(한국), 메타 광고전략팀 이사(한국), 메타 중소중견기업팀(한국/대만/홍콩) 전무(싱가포르), 현 메타코리아 대표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임익순 기자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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