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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동향을 탐색하라] 메타버스 안전성, 더 깊이 들여다보기 

 

국내외 기업들과 정부에서 여러 형태의 메타버스 사업이 대거 발표되고 그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면서 일각에서는 메타버스의 안전성과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기술이 구현되어 대중에게 닿기 전에 복잡한 규제 상황과 안전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IT기업 메타(구 페이스북)에 대한 청문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 규제해야 하는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규제 논의는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의 안전성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일단, 메타버스가 다른 매체들과 가장 눈에 띄게 다른 점은, 메타버스 내에서 유저는 아바타(avatar)라는 디지털 휴먼의 몸을 통해 3차원 공간 내에서 움직이고 교류하고 경험을 축적한다는 것이다. 기존 웹브라우저나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활자나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해 2차원적인 시청각 정보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신체를 갖게 된다. ‘체화(embodiment)’라고 표현하는 이 현상은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디지털 신체를 통해 만지고, 보고, 들으면서 기존 미디어 플랫폼에서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세세한 기억들을 형성하게 된다. ‘배움’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활자나 영상 등을 통한 익힘을 생각하지만, 몸의 감각운동 정보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부분도 많다. 책에서 읽은 정보나 유튜브 영상에서 수동적으로 보기만 했던 콘텐트보다 직접 그 공간에 머무르며 체험했던 사건들이 훨씬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15년 넘게 진행해온 실험 결과들도 이를 증명해준다. 풍부한 감각운동 정보로 유저에게 더 능동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미디어 메시지(예: 가상현실)는 기존의 수동적인 미디어 메시지(예: 책자, 비디오)보다 유저의 태도와 행동에 더 큰 변화를 촉진하고, 그 변화는 더 오랫동안 지속된다. 이 변화들은 유저들이 메타버스를 떠나 현실로 진입한 후에도 유지된다. 즉, 유저가 메타버스 내에서 경험한 일들은 컴퓨터나 헤드셋의 전원을 끈 이후에도 현실 생활로 확장되어 유저의 사고방식과 세계관, 타인과의 교류에 영향을 미친다. 이 현상은 영구적이지는 않을 수 있으나 3~5분 사이의 가상 경험이 짧게는 24시간, 길게는 6~8주 정도까지 유저의 태도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다수의 실험에서 증명됐다.

가상과 현실 사이의 무한 루프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디지털 신체를 통해 만지고, 보고, 들으면서 기존 미디어 플랫폼에서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세세한 기억들을 형성하게 된다.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트윈 기술은 양방향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쟁점이다.
이렇게 가상과 현실을 잇는 연결고리가 많아지고 견고해지면서 메타버스는 더는 공상과학 소설의 한 대목이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트윈시티, 트윈헬스와 같은 디지털트윈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신기술이 가지고 올 혁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트윈 기술은 양방향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쟁점이다. 다시 말해, 유저의 가상 활동들이 현실 환경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어야 하고, 현실 활동들도 가상 환경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가상 환경이 현실 환경과 똑같이 복사되어 있는 디지털 모델과는 다른 양상이며,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양방향 데이터 트래킹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트윈은 뛰어난 정확도와 효율성을 자랑한다.

다만, 정교해지는 기술이 가져올 효율과 정확성이 반드시 순기능만 있는지는 찬찬히 고민해봐야 한다. 연일 쏟아지는 혁신적인 기술에 둘러싸여, 신속과 효율을 자랑하는 기기들의 보조를 받는 유저들이 왜 더 빠른 속도로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조직 심리학에서는 일과 생활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것을 ‘워라밸’의 기본 요소 중 하나로 보고, 그 경계선이 선명할수록 개인이 체감하는 행복도도 상승한다고 한다. 문제는, 디지털기기의 발전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 연결성(connectivity)이 증폭되면서 현대인이 일과 생활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 전화기로 직장 상사와 가족들로부터 언제든지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있고, 하루에 수백 통 넘는 이메일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들어오는데, 이를 일일이 일과 생활 관련 커뮤니케이션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가상과 현실이 디지털트윈으로 연결된다면 이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현실 세계가 쉴 때도 가상 세계는 돌아가고 있으며, 여기서 진행되는 일들이 실시간으로 현실 세계에 반영된다면 아무리 AI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현실 세계의 일원들도 손 놓고 쉬기가 힘들 것이다. 따라서 기기에게 지배 당하듯 생산성, 효율, 정확성에 치중하기보다는 유저들 사이의 관계맺음, 다양성 확장, 상호존중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 중심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메타버스 발전에 따른 역기능에 대비할 수 있다.

개인정보의 가치, 광고의 역할

인터넷을 오랜 기간 사용해온 유저들은 대부분 무료 서비스를 선호한다. 학생들에게 틱톡, 인스타, 유튜브 같은 SNS 서비스와 이메일 등을 더는 무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구독(subscription)을 통해 매달 사용료를 내게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들은 정부에서 국민을 위해 제공하는 게 아니라 수익성을 목표로 일반 기업들이 제공한다.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들이 어떻게 이런 많은 서비스를 무료로 유저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면 대부분이 유저들의 정보를 팔아 광고에서 수익을 내는 모델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수익 모델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은 광고의 효용성만 높다면, 개인정보쯤은 뺏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점차적으로 연동되기 시작한 만큼 개인정보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현재 미국에서는 테슬라를 모는 운전자들의 실시간 운전 데이터를 추적, 분석해서 안전성 점수를 매달 산정한 후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시스템을 10개 주에서 시범 운영 중이고, 곧 다른 주로 확장 운영할 방침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사들도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모니터링해 실시간으로 행동 데이터를 추적, 분석 후에 건강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시스템을 검토 중이다. 필자 같은 연구자에게 메타버스 환경은 피험자의 행동과 반응을 살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연구 환경이다.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피험자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모든 행동을 밀리초(millisecond)·밀리미터 단위로 추적, 저장,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기 때문에 이렇게 세세한 유저들의 정보는 시간 차를 두고 쌓이게 된다. 이런 행동 데이터들은 마치 지문과도 같아 흔히 생체인식(biometric)이라고 한다. 이 데이터에서 실명 정보를 분리해 익명화한 후에도 알고리즘을 돌리면 다시 실명 데이터와 어렵지 않게 연결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상시 감시받게 될 메타버스 일반 유저들을 보호할 법적인 장치, 유저들을 상대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이 시급하다.

메타버스, 우리 아이들은?

메타버스 안에는 여러 디지털 공간이 있고 공식적으로는 만 13세 이상 유저만 계정을 만들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업들이 인정하기는 싫겠지만, 어디를 가든 전 세계에서 모인 어린이들이 메인 유저이다. 어른들 없는 피터팬의 네버랜드처럼 어린이들끼리 모여서 대화하고 놀면서 자기들만의 소사회를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규범을 생성해내고 있다. 가끔 특강이나 세미나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부모들이 놀라면서 그럴수록 아이들이 메타버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부모로서 위험할 수 있는 환경에 자녀를 노출하고 싶지 않은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생존전략이며,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그 대상을 정면 돌파하기보다 회피하려는 것 역시 일반적인 반응이다(부작위 편향, omission bias).

그러나 어른들이 흔히 생각하듯 오프라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만 게임과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는 이런 편견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 어울리는 장소다. 일종의 디지털 놀이터라고 생각해도 좋다. 현실 세계에서도 놀이터는 위험할 수 있는 곳이다. 불특정 다수가 모일 수 있는 곳이고, 여기에도 폭력과 폭언 등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수 있도록 부모들이 지도하며 데리고 다니는 이유는, 이런 놀이 역시 아이들이 성장하고 사회성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공간들도 아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 곳인 동시에 아이들이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의 다양한 유저와 교류하며 일상의 한계를 넘는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다양성에 노출되는 경험은 아이들의 세계관을 넓혀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부모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사서 고생이라는 해외여행을 감행한다. 메타버스가 낯선 기기를 통해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나는 곳이라 해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가상 사회라고 해도 결국엔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자녀가 여행을 갈 만한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면,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 대한 설렘과 불안감을 안고 여행 준비를 하듯이 아이들과 함께 메타버스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보길 권한다.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어른들의 지혜와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터득하고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큰 자산으로 남지 않을까?

- 안선주 조지아대 게임 및 가상환경연구소(Games and Virtual Environment Lab) 소장 및 광고홍보학과 교수

※ 안선주 소장은…조지아대 게임 및 가상환경연구소(Games and Virtual Environment Lab) 소장이며 조지아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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