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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동향을 탐색하라] 권종수 브이리스브이알(VRisVR) 대표 

VR로 디지털 격차 해소 

노유선 기자
브이리스브이알은 가상현실(VR)을 교육에 접목하기 위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VR 전문 강사를 양성하는 에듀테크(edutech) 스타트업이다. 주의가 산만한 학생, 발달장애인, 고령층 등의 학습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험(百聞不如一驗)’. 권종수 브이리스브이알(VRisVR) 대표는 지난 2018년부터 가상현실 체험공간이 마련된 트럭과 버스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기술 접근성이 낮은 소외계층 학생과 발달장애인, 신기술을 낯설어하는 고령층이 가상현실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찾아다닌 것이다. 이용자들은 VR 기기를 이용해 신체 내부로 들어가 혈관 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며 백혈구와 적혈구의 움직임을 관찰했고, 조선시대로 이동해 당시의 사회문화상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가 이제까지 가상체험 학습을 제공한 이는 총 3만여 명에 달한다.

“가상현실 교육은 천편일률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개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가상현실 체험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그 실효성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요.”

권 대표에 따르면 특히 공부에 흥미가 없거나 주의가 산만한 학생에게 동기부여와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크다. 그는 “주입식 교육과 단순 암기를 대체하고 창의력 학습뿐 아니라 입시 교육까지 도움을 준다”며 “보고 읽고 쓰는 학습은 기억에 20~30%밖에 남지 않지만, 직접 경험한 학습은 70~80% 이상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특히 브이리스브이알이 2020년에 제작한 ‘블록코딩 교육 콘텐트’는 성공작으로 꼽힌다. 최근 코딩에 흥미를 느끼는 초중학생이 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학생들은 블록 코딩으로 직접 롤러코스터를 만들고 결과물인 코드값을 VR 기기에 전송한다. 이후 VR 기기를 착용해 롤러코스터의 형태를 직접 확인하고 체험해볼 수 있다. 권 대표는 “재미와 교육 효과를 동시에 얻는 것이 VR 교육”이라며 “가상현실의 몰입감과 현장감은 궁극적으로 창의력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VR 콘텐트는 ‘신체 탐험 롤러코스터’다. VR 기기를 착용한 학생들은 신체 내부로 들어가 혈관을 타고 여행하며 백혈구와 적혈구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직접 관찰한다. 권 대표는 “교과서의 텍스트를 단순 암기했던 학생들이 VR교육을 통해 신체 기능을 쉽게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암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참교육 구현”

무엇보다 가상현실 학습은 물리적 한계와 비용 부담으로 인해 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에게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의 학습과 사회 적응을 돕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가상으로 세계 각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한다. 사회적 소외계층도 직업 체험이나 외국어 회화 학습을 큰 비용 없이 할 수 있다. 특히 브이리스브이알의 직업교육 콘텐트 ‘휠마스터’는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에게 큰 희망을 준다. 발달장애인 특화 직무로 꼽히는 휠마스터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사용하는 휠체어를 분해·청소하는 직업이다. 발달장애인들은 VR 기기를 이용해 휠체어 정비, 소독, 세척 방법과 순서를 더욱 쉽고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 휠마스터 가상현실 학습은 발달장애인의 인지능력과 집중력을 높이며 드라이버, 스패너 등 다칠 위험이 높은 공구 이용에 익숙해지도록 돕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 효용성이 높았다. 권 대표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가장 큰 소원은 자녀가 사회 일원으로서 활동하는 것”이라며 “비록 아직은 가상현실 교육이 대중의 관심 밖에 있지만 상당히 소중하고 가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 학생을 위한 VR 직업체험 콘텐트는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 50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다. 직업체험 교육에 참여한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90% 이상이 ‘만족’했고, ‘재교육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가상현실 콘텐트를 제작한다고 하면 대부분 ‘게임’인 줄 알지만 게임보다 ‘교육’ 분야에서 잠재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어요. 선입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흥미 위주의 일회성 체험’에 불과하단 불신도 있어요.”

아무리 교육적 효과가 높아도 지속적으로 콘텐트가 개발되지 않으면 가상현실 산업은 사양화할 수 있다. 권 대표는 “교육현장 일선에 계신 교사들을 대상으로 VR 기기 사용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브이리스브이알이 진행 중인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VR 강사 양성 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이 더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트 제작에 교사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활발히 제시하고 있다”며 “가상현실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수학 문제에 방 탈출 게임을 적용하는 콘텐트 개발에 현장 교사들의 아이디어가 한몫했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지난 2018년 브이리스브이알을 설립했다.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예술원 사진영상학과 전임교수, 경기대 첨단 미디어테크랩(VR센터) 책임연구원을 거쳤다. 그는 “가상현실 기반 교육의 효과성에 매료돼 손을 뗄 수가 없었다”며 “지금껏 해보고 싶었지만 시도할 수 없었던 참교육을 직접 구현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가상현실 체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메타버스 교육도 곧 현실에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메타버스 안에서 누구나 서로 학습하고 교류하는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메타버스 교육 시장이 열리고 성공적으로 확대될 것은 분명하다”고 자신했다. 권 대표는 자신의 예감과 확신을 게임의 발전 양상에 빗대 설명했다. “1990년대 초반 오락실에서 하던 고전 게임을 떠올리면 픽셀 그래픽으로 묘사된 세상에서 캐릭터가 움직이기만 해도 사람들은 신기해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현실 세계와 유사하게 구현된 게임을 즐길 수 있죠. 가상현실 콘텐트를 담는 헤드셋인 HMD(Head Mount Display)가 고전 게임 수준이라 볼 수 있어요. 지금은 무게와 시야각 등 여러 단점이 있지만 게임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듯 하드웨어 기술도 현실적 제한을 빠르게 개선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 권종수 대표는…
2006년 뉴욕대 미술대학원 스튜디오아트 석사
2017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상학 박사
2017년 경기대 첨단미디어테크랩 책임
2018년~현재 브이리스브이알 대표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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