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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효 씰리코리아 대표 ‘10년의 비결, 10년의 비전’ 

141년 씰리의 헤리티지를 경험케 하다 

조득진 선임기자
2012년 대표 취임 당시 직원 10명이 매장 2곳에서 올리는 연 매출은 50억원에 불과했다. 10년 뒤 직원은 200명으로 늘었고, 130여 매장에서 610억원 매출을 올리는 튼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윤종효 씰리코리아 대표는 10년 동안 백화점·대리점 등 영업망 확대, 여주공장 설립, 프리미엄 제품 론칭 등 끊임없이 소비자가 씰리의 제품과 헤리티지를 경험케 했다.

▎윤종효 씰리코리아 대표는 “ 침대는 핸드폰 다음으로 우리 몸과 가장 많은 시간 접해 있는 제품으로, 무엇보다 품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2년 취임해보니 회사 규모가 작아 다양함이 부족했고, 예산 문제 등으로 마케팅 집행력도 약해 어려움이 컸어요.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이를 통한 확장에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씰리의 헤리티지를 경험케 하는 것이 중요했죠. 지난 1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회사 경영에 저를 다 녹여냈다고 자부합니다.”

지난 12월 12일 씰리침대 서울 청담직영점에서 만난 윤종효 씰리코리아 대표의 얼굴엔 많은 표정이 스쳐갔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10년 동안의 전략과 성과를 이야기하는 내내 아쉬움과 뿌듯함, 미래에 대한 설렘이 엿보였다.

씰리침대는 1881년 미국 텍사스 씰리마을에서 다니엘 헤인즈가 선보인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서 오랜 시간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은 2008년, 그러나 후발 주자에게 시장 문턱은 높았다.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무렵 윤 대표가 투입됐다. 나이키, 몽블랑 등을 거쳐 쌤소나이트코리아 대표를 지낸 그의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경험과 프리미엄 브랜딩 노하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취임 후 백화점.대리점 등 유통망 확보에 집중했다”며 “씰리의 독자적인 기술 ‘포스처피딕’과 ‘선주문 후생산 방식’ 등의 차별점이 곧 제품력이라는 믿음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2016년 외국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경기도 여주에 약 2만6400㎡ 규모의 생산공장을 설립한 것은 업계에서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최근엔 서울 성수동 씰리 매트리스 팩토리 팝업, 더현대서울 팝업, 안동 목화 프로젝트 등 소비자 접점 확대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2011년 5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10년 만에 61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매트리스의 진가는 직접 누워봐야 안다”


▎씰리코리아의 여주공장 생산 라인. / 사진:씰리코리아
씰리는 전 세계적으로 오랜 상장기업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매년 15~18% 정도로, 2020년엔 미국 유명 가구 전문지 퍼니처투데이(Furniture Today)가 선정한 미국 상위 15개 매트리스 생산업체 중 1위를 차지했다.

씰리의 경쟁력으로는 1950년 세계 최초로 정형외과 의사들과 협업해 개발한 후 꾸준히 발전해오고 있는 ‘포스처피딕(Posturepedic)’ 기술이 꼽힌다. 자세를 뜻하는 포스처(Posture)와 정형외과를 의미하는 오소피딕(Orthopedic)의 합성어로, 씰리만의 독보적인 스프링 기술이다. 윤 대표는 “개개인의 신체 유형이나 수면 습관과 상관없이 어떤 자세로 누워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면 중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압통점을 효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신체 특정 부분이 눌리는 느낌 없이 편안한 수면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수작업 방식으로 내구성을 살린 것도 씰리의 특장점이다. 대량생산 과정에서 공업용 접착제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씰리는 이를 버리고 많은 작업을 장인의 손길로 완성하는 것을 고집한다. 호그링(쇠고리)을 수작업으로 고정해 매트리스 뒤틀림을 방지하거나, 매트리스 면을 고르게 펴는 이너터프팅 등이 대표적이다. 주문 후 생산하는 방식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 걱정을 덜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재고 축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훼손 우려를 덜 수 있다.

윤 대표는 “141년 동안 매트리스에만 집중해온 기술력과 자존심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씰리는 제품에 굉장히 집중하고 개발과 혁신에 목숨을 거는 회사입니다. 특히 인체가 느끼는 편안함과 지지력을 보장하는 스프링(코일)은 매트리스 제품의 핵심적인 기술로, 자동차에서 엔진과 같아요. 씰리는 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2~3년마다 업그레이드된 스프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침 한국에서도 수면의 질에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산업도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2021년 기준 국내 수면 산업 시장 규모는 3조원대로, 10년 전과 비교해 9배가량 늘었다. 이 중 매트리스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오프라인 매장 감소세 속에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공격적인 오프라인 매장 진출, 팝업 매장 활성화, 호텔 입점 강화 등 B2B, B2C 마케팅에 주력했다.

“매트리스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소비 트렌드를 보면 일련의 정보 수집과 스터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경험의 장을 적절히 제공하는 것이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죠. 매트리스의 진가는 직접 누워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백화점 매장에서 상설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팝업으로 추가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현재 씰리코리아가 운영하는 백화점 및 아울렛 매장은 60개, 대리점은 71개다. 2022년에는 팝업 매장 운영에 집중했다. 윤 대표는 “4월 서울 성수동, 6월 더현대서울, 9월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각각 한 달가량 운영했다”며 “MZ세대부터 4050세 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씰리의 헤리티지와 기술력,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호텔도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공간이다. 호텔에서의 경험은 유니크하고 감동적인 기회이기 때문에 5성급 호텔에서 매트리스 납품 경쟁이 치열하다. 주로 300만원 대 제품이 들어가는데, 호텔에선 베딩시스템을 얹어서 500만원 이상의 서비스 제품으로 만들어낸다. 씰리코리아는 그랜드 하얏트, 파크 하얏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쉐라톤 그랜드 인천 등에 침대를 공급했다.

여주공장은 ‘신의 한 수’, 이젠 프리미엄 시장 공략


▎최상위 럭셔리 하이엔드 컬렉션 ‘헤인즈’ 매트리스 이미지. / 사진:씰리코리아
업계에서는 씰리코리아가 2016년 11월 경기도 여주에 제조공장을 설립한 것을 두고 ‘신의 한 수’라 평가한다.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가 생산기지를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한국 투자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씰리 브랜드 내에서 씰리코리아의 입지는 물론이고, 국내 매트리스 시장에서 씰리의 존재감도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윤 대표는 “사실 저도 굉장히 내세우고 싶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주공장에서 내수 물량 98%를 책임지고 있다.

“침대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물류비용과 운송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또 최적의 내구재는 그 나라에서 나오는 소재로 만드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논리로 4~5년 동안 본사를 꾸준히 설득했고, 한국 시장이 커지려면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여주공장은 씰리의 글로벌 공정을 준수하고 어드바이저가 상주하면서 생산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국내와 아시아에 공급된다. 생산 초기 중국에 수출했으나 사드 사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현재 수출이 중단된 상태다. 윤 대표는 “2023년 상반기부터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장점을 앞세워 아시아지역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씰리코리아는 최근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윤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200만원짜리 매트리스 하나 팔기도 힘겨웠지만 코로나 사태를 지나오면서 집에 대한 관심, 프리미엄 가구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아졌다”며 “한국의 고가 매트리스 시장은 리빙을 새로운 매출 확대 수단으로 삼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제품은 ‘럭셔리 끝판왕’으로 불리는 ‘헤인즈’다. 매트리스 제조 장인 3명이 25일간 수작업으로만 생산하는 데 더해 호주산 메리노울(양모), 호주 태즈메이니아섬에서 생산된 오크(OAK), 특별 제작된 벨기에산 다마스크 원단 등 고급 소재만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침대 프레임 등을 더한 풀세트 기준 6000만원이 넘는다. 씰리침대 연구개발(R&D)본부가 있는 호주에서 처음 헤인즈를 출시한 이후 두 번째 시장으로 한국에 론칭했다.

“헤인즈는 씰리침대의 브랜드 전통성과 독보적인 수면 기술력이 결합된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차원이 다른 숙면 경험을 제공하면서 국내 프리미엄 매트리스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객의 취향에 따라 매트리스 경도부터 토퍼, 매트리스 하단의 패브릭 색상, 하단 프레임 다리 높이와 색상 등 2800여 가지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합니다.”

“10년 내 프리미엄 매트리스 1등 오른다”


윤 대표가 꼽는 명품의 요건은 ‘가치의 존재’다. 그는 “헤리티지를 갖고 있는 명품 브랜드를 공부하다 보면 제품에 대한 고집스러움, 타협하지 않는 가치가 등장한다”며 “한국지사 대표로서 때로는 시장 확장을 위해 이 기준을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본사에 의해 좌절됐고, 되돌아보니 오히려 굉장한 자부심이 되었다”고 말했다.

“어떤 생각을 담아 제품을 생산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철학이 갖추어져 있으면 그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고, 결국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죠. 그 역사가 짧으면 혁신이고, 길면 헤리티지가 됩니다. 무엇보다 좋은 철학으로 만든 우수한 제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보람이 큽니다.”

2022년 4월 목화밭에서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에 함께한 ‘안동 목화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씰리코리아는 국내 대표 목화밭 산지인 경북 안동에 있는 류복순 장인의 목화밭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브랜드의 시작인 목화솜을 재조명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기획했다. 류복순 장인의 손길로 완성된 ‘씰리×류복순침구 컬래버레이션’ 침구세트는 연말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윤 대표가 그리는 씰리코리아의 향후 10년 모습은 ‘프리미엄 매트리스 시장 1위’다. 그는 “프리미엄 매트리스 분야에서 씰리코리아가 1등을 한다는 목표가 우리 회사의 강력한 미래 엔진이 되어야 한다”며 “매트리스 구매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고객에게 가장 우수한 숙면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 시장의 리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씰리코리아는 여주공장에 스프링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여주공장은 베딩 공장으로, 스프링은 여전히 전량 수입하고 있다. 윤 대표는 “물류 이슈를 해결하고 기술력의 현지화를 위해선 스프링 공장을 국내에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퇴사도 감행하겠다’는 각오로 아시아 회장 앞에서 배수진을 친 결과 오케이 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씰리코리아는 2025년 생산 가동을 목표로 비전을 세우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기술력과 수출력을 국내법인이 확보하게 되어 생태계 자체가 부유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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