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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37) 매일 아침은 또 다른 시작이다 

 


▎새해 태양이 바다 위로 이글거리며 힘차게 떠오른다.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매일 아침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Every Dawn si a New Beginning!”
2023년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매일매일 아침이 모이고 모여 365번이 지나면 한 해가 꽉 차서 지난해가 되어서 떠나간다. 그다음엔 새로운 한 해가 또다시 새로운 아침을 매일 생산해낸다.

“Every Dawn is a New Beginning!(매일 아침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아침을 힘차고 신나게 시작하도록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이 글귀는 영국을 여행할 때 처음 접했다. 그때의 신선함과 감동을 간직하려고 지금도 매일 노력한다. 영국 수도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2시간 남짓 달리면 프랑스를 마주한 영국 해협에 있는 해변 도시 브라이턴(Brighton)이 나온다. 거기서 서쪽으로 30분가량 좀 더 자동차로 달리면 란싱(Lancing)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13세부터 18세까지의 학생들을 교육하며 2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란싱칼리지(Lancing College)가 자리하고 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캠퍼스다.

오래전 이 학교의 교장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교장실 안쪽 벽에 걸려 있는 인상적인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이른 새벽에 바다 위로 이글거리며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한 사진 위에 “Every Dawn is a New Beginning!”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 글귀와 사진을 잊지 않으려고 수첩에 기록하고 몇 번이나 중얼거리며 되뇌었던 기억이 난다.

매일 아침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또다시 희망찬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 힘찬 긍정의 마음을 다잡아보는 것보다 멋진 시작이 있을까? 매년 해가 바뀔 때면 사람들은 새해 첫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한 해의 소망을 기도하려고 바다로 산으로 간다. 자신과 가족, 친척과 지인들은 물론, 우리 회사와 나라를 위해 새해의 계획과 바람을 이루겠다는, 또 한 번의 멋진 새해 출발을 다짐하기 위함이다.

매일 아침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


▎수영장의 파란 물과 바다의 짙푸른 수평선이 평행을 달린다. 겨울 수영장의 조용한 분위기와 바다가 협업해 운치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서울에서 평생 살아온 대도시 사람이라 푸른 파도가 넘실대고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우리나라 제1의 항구도시인 부산은 항상 가고 싶은 곳이다. 부산은 서울 다음으로 꼽히는 한국 제2의 도시다. 최초의 직할시, 광역시이고 우리나라 수출과 교역의 최대 관문이기도 하다. 문화적으로도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항 불꽃축제 등을 개최하고 있다. 몇 년 전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에서 바라보았던 부산항 불꽃축제는 너무도 아름답고 환상적인 추억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세상을 덮치기 전,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해맞이를 위해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려서부터 가끔 찾았던 부산은 한 사람의 인간이 나이가 들어가며 변해가듯이 해마다 많은 변화가 눈에 띄는 도시다. 해운대 앞바다 저 멀리 보이는 오륙도는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건만 부산 도심은 옛 모습을 거의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 해변을 따라서 들어선 멋진 초고층 건물들은 선진국의 중요 항구도시임을 뽐내고 있는 듯하다.

부산 해운대 해변 뒤 언덕에는 많은 아파트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오래전에는 건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달맞이고개를 넘어서 기장에 있는 공장에 출장을 갈 때면 고개에 있는 수많은 갈대숲이 반겨주곤 했다. 고개를 따라서 갈대가 하늘거리고 멀리 짙푸른 바다가 보일 때면 얼마나 낭만적인 풍광이었는지 지금도 그때 서정적인 경관이 마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해운대에서 달맞이고개 주변의 변모한 모습을 바라봤다.

고개 너머 기장에 있는 힐튼 아난티 코브에서 연말연시를 보냈다. 복합 리조트인 기장 힐튼 아난티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멋진 휴양지다. 다양한 호텔 안 시설과 더불어 호텔과 바다 사이에 자리한 아난티 타운도 휴양하러 온 여행객들이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호텔 안에는 아주 인상적인 장소가 몇 군데 있다. 특히 객실과 식당을 오르내리다가 고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렸을 때 탁 트인 바다 전망을 내려다보는 조용한 공간이 너무 좋았다. 한적하게 놓여 있는 소파에 앉아 마음을 비우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내려다보며 힐링할 수 있는 차분한 공간이다.

건물 내부 복도 디자인도 무척 특이하다. 누에고치 모양을 겹겹이 세워 놓은 듯한 입체적 공간 디자인이 재미있다. 창밖으로는 야외수영장이 내려다보이고 해안산책로와 바다가 연결된 풍광이 펼쳐진다. 수영장을 찾아 내려가서 의자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보니 수영장의 파란 물과 바다의 짙푸른 수평선이 평행을 달린다. 겨울 수영장의 조용한 분위기와 바다가 협업해 운치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부산의 전통 자갈치시장은 신선한 생선들이 매대에 정갈하게 전시되어 정감 있는 삶의 현장을 보여준다.
다음은 이미 특이한 공간으로 소문난 책방 ‘이터널 저니: Eternal Journey’를 찾아 내려갔다. 우선 엄청난 규모에 놀랐고, 다양한 서적을 분리해 정리한 배열과 디자인에 놀랐다. 책방 이곳저곳을 돌아보니 소장하고 싶은 책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와 같은 수많은 방문객이 오가고 있어 차분하게 책의 내용을 들쳐보기란 쉽지 않았다. ‘이터널 저니’는 호텔 내부에서 연결될 뿐 아니라 건물 외부로도 나갈 수 있고 아난티 타운으로 이어진다.

밖으로 나오니 건물 외벽에 적힌 문구가 눈길을 끈다. ‘ETERNAL JOURNEY, SOUL CLINIC OF ANANTI’. 번역을 하려고 사전을 찾으니 책방의 이름은 ‘영원한 여행’, ‘아난티의 마음 치료소’다. 재미와 의미가 곁들여진 멋진 책방 이름이란 생각이 든다.

아난티 타운에는 커피숍, 맥줏집을 비롯한 각종 음식점이 마을(Town)을 이루고 있어서 마음 편하게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좀 더 걸어 나가면 바다를 바라보고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파도소리를 벗 삼아서 사색을 즐길 수도 있다. 해변가에 서서 한 해 마지막 석양이 뉘엿뉘엿 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떠나는 해를 향한 아쉬움과 시원함이 뒤섞인 손짓을 슬로비디오처럼 본다. 그렇게 캄캄한 밤바다와 함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한 해가 저물었다.

피란처에서 세계적 도시로 변신한 부산


▎해변을 따라 들어선 멋진 초고층 건물들은 부산이 선진국의 중요 항구도시임을 뽐내고 있는 듯하다.
한 해 마지막 날 캄캄했던 밤이 새해 첫 태양의 빛줄기로 서서히 밝아온다. 새해 해맞이를 위해 컴컴하고 어둑어둑한 해변가 산책로에 내려가니 벌써 수많은 사람이 해변을 따라 일렬로 줄지어 서 있다. 겨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해 첫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기다린다. 마침내 첫 태양이 저 멀리 수평선 위로 밝은 모습을 드러낸다. 캄캄한 밤의 걱정과 근심, 불안을 다 물리치고 힘찬 희망과 긍정, 행복과 행운이 담긴 밝은 빛을 발하며 수평선 위로 떠오른다. 모두 함성을 지르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새해 건강과 소망을 기도한다. 그렇다! “매일 아침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희망차게 시작하고 또 시작하고 또 또 시작하자!”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의 아침은 활기차다.” 수평선 위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새해의 첫 태양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며 이렇게 다짐했다.

새해 첫 아침 식사를 하려고 부산에 사는 지인이 소개해준 유명 맛집인 ‘송정할매집’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찾아가 전복죽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허름한 식당이었지만 전복죽 맛은 최고였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여러 일본인이 와서 주문하고 있었다.

새해의 역동적인 삶의 현장을 보고 싶어서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도 찾았다. 오랜만에 찾아간 전통 자갈치시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살아 숨쉬는 삶의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울 사람이 평소 보기 힘든 여러 종류의 신선한 생선들이 매대에 정갈하게 전시되어 있고, 여기저기서 맛있는 생선구이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한 생선가게에 들러 여러 가지 생선구이를 주문했다. 허리를 구부려야 될 정도로 좁은 계단을 통과해 2층 방으로 올라갔다. 의자 없이 방바닥에 앉아서 식사하는 방에는 손님들이 가득 앉아서 생선구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맛있는 생선구이가 올라와서 싱싱한 맛을 마음껏 즐겼다.

영화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국제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걸어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특히 국제시장에서 소문난 ‘씨앗호떡’을 사 먹기 위해서 길고 긴 줄이 뺑글뺑글 늘어져 있었다. 유명한 호떡을 사 먹으려니 30분도 넘게 쌀쌀한 겨울 날씨를 참아가며 줄을 서 기다려야 했고 그렇게 호떡을 맛볼 수 있었다.

부산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은 우리 세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부모님들이 6·25전쟁 때 서울을 떠나 부산에서 피난민 생활을 한 곳이 바로 부산이다. 우리 세대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전쟁 중 임신한 상태로 겨울 피난길에 올랐던 어머니께서는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을까? 피난민으로 북적이던 부산 시장들이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모진 역사를 극복하고 이제는 부산이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교역과 문화의 도시가 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 인류는 모두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받았다. 2022년을 뒤로하고 2023년을 맞았지만 주변 환경이 희망찬 새해에 대한 기대보다는 예상되는 어려움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회복되지 않은 세계 공급망 문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울했던 어려움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높은 바위 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명승지인 부산의 태종대.
그러나 계묘년 새해에는 앞서 언급한 많은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는 희망찬 새해가 될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주장하고 싶다. 역사를 돌아보면 아무리 무서웠던 질병도 우리 인류는 성공적으로 극복해왔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지역에 따라 인구의 1/3, 혹은 1/2을 절멸한 그 무서운 흑사병도 사라졌고, 1918년과 1919년 사이에 전 세계 인구의 약 1~3%인 약 1700만~5000만 명을 죽음으로 내몬 스페인독감도 사라졌다. 이제 백신과 치료약도 개발되었으니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가는 길도 멀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곧 끝나길 기대한다. 정치는 기적을 낳는다고 했기에 희망을 가져본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전쟁이니 협상을 통해 곧 종전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순진한 생각일까? 1·2차 세계대전도 6·25전쟁도 월남전도 결국은 끝이 있었다. 세계의 현명한 지도자들이 인류에게 더는 피해가 없도록 전쟁을 끝내리라 믿는다.

코로나도 물러나고 전쟁도 끝나는 희망찬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특히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미래를 기대하고 믿는다. 나라가 지금처럼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 때 전력질주의 투혼으로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며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이룬 축구선수들이 떠오른다. IMF 경제위기 때는 박세리 선수의 멋진 골프 우승이 국민에게 ‘할 수 있고 하면 된다’는 희망을 주었다. 세계 무대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는 케이팝의 방탄소년단, 세계 영화계에 한국을 돋보이게 한 감독과 배우들이 모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다.

현실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정치 상황이 몹시 어렵기만 하지만, 우리는 희망찬 새해에 어려운 장애물을 긍정의 힘으로 극복하면서 멋진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덧붙여 새해에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보다는 해학(諧謔: 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과 유머(humor: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가 넘치는, 심적으로 여유로운 한 해가 되길 기도한다. 매일 아침이 또 하나의 시작이듯, 매년 새해도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이다.

“희망의 새해에 모든 소망을 다 이루시고, 건강과 행운이 항상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I wish you a very Happy and Prosperous New Year!”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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