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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볼커의 유령에 사로잡힌 제롬 파월 

 

경제학자들은 연방준비제도가 미국과 전 세계를 필요 이상으로 심한 침체 속으로 밀어넣으면서 수백만 개 일자리와 시장 안정성을 위험에 빠뜨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시기 실업률은 9개월 연속 10%를 넘어섰고 주택담보대출 이율은 거의 17%에 달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투자은행에서 오래 일한 제롬 파월은 2018년 초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 취임한 뒤 폴 볼커의 새 회고록 『견뎌내기: 건전한 재정과 좋은 정부를 위한 과제』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파월은 2019년 10월 한 콘퍼런스에서 “볼커의 책을 500권 사서 연준 직원들에게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볼커가 92세 나이로 사망하기 두 달 전의 일이다. 파월은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강력히 추천하는 책입니다. 우리 모두 그분을 조금씩이라도 닮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아주 점잖으면서도 현실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찬사였다. 당시 인플레이션은 2%에 불과했으며, 키가 무척 크고(203㎝)로 시가를 피우는 볼커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미국을 휩쓸었던 끈질긴 인플레이션을 다스린 것으로 유명하지만, 경제는 고통스러운 이중 침체를 겪어야 했다. 그걸 따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파월은 40년 만에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월이 낡은 볼커식 수법을 너무 비슷하게 따라 하면서 너무 빠르고 길게 긴축을 실시하여 국내외에서 필요 이상으로 심각한 침체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파월은 고금리 시기에 대해 논의할 때 반복적으로 볼커의 회고록 제목을 언급하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견뎌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월은 폴커의 전임자인 아서 번스가 1970년대에 실시했던 ‘스톱 앤드 스타트’(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는 정책)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이션과 성장 정체가 동시 발생)이 심화되어 물가안정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이 정책은 실수였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0월 연준은 금리를 6개월 동안 4회 연속 75bp 인상하면서 기준금리(은행이 소비자나 기업이 아니라 서로에게 대출해주는 이율)를 3.75~4% 범위로 끌어올렸다. 대침체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공식 발표에서 연준 측은 12월에 인상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며 향후 인상 시에 “통화정책이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월은 그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매파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최근 경제 데이터에 따르면 연준이 9월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를 더 높은 수준으로 인상해야 할 것이라며 너무 적게 인상하는 것보다 너무 많이 인상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파월은 “딱 맞게 하고 싶지만 너무 과하게 조였을 경우 경제활동을 강력하게 지원할 도구가 있다”며 “그러나 반대로 실수를 하면 인플레이션이 1~2년 더 길어질 수 있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완전히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1970년대~80년대 초에 일어났던 일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면서 노동자들(당시에는 노조원이 훨씬 많았다)이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샘컨설팅 설립자인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 클로디아 샘은 “폴 볼커의 유령이 연준에 돌아왔다”고 탄식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소비자물가지수(인플레이션 트렌드를 뒤늦게 보여주는 지표)가 몇 개월 동안 유의미하게 줄어들 때까지 공격적인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스스로를 코너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샘은 “연준은 아직도 1970년대를 생각하고 있다. 볼커가 첫 침체에서 너무 빨리 긴축을 풀었던 실수를 자신들이 반복할까 봐 걱정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 볼커가 긴축을 완화했다가 이듬해에 더욱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다시 긴축을 하면서 더 심각한 침체가 발생했던 사례를 가리킨다. 샘은 “하지만 지금은 그럴 일이 없다”고 덧붙이며 여러 긍정적인 지표를 들었다. 9월 생산자가격이 변동 없이 유지된 것도 그중 하나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약화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전망이 아직 각인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샘은 인플레이션 비둘기파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도파, 심지어 매파인 인물들도 연준이 극심한 긴축을 너무 늦게 중단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본다.

팬시언 매크로이코노믹스 설립자이자 수석 경제학자인 이안 셰퍼드슨은 10월 말 4차 금리인상이 발표되기 전에 “11월 이후까지 긴축을 계속하면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셰퍼드슨은 이미 2020년에 2022년 금리인상을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올해 초에는 금리인상으로 주택 분야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3년 상반기는 긴축의 “완전한 영향력”에 노출될 것이며, 그로 인해 경제가 “크게 위축되어” 침체될 위험이 있다. 심지어 볼커도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하기 전(1980년에는 2개월 전, 1981년에는 3개월 전)에 금리인상을 중단했다고 셰퍼드슨은 강조했다.

지난주 발표된 블룸버그의 경제학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분의 3은 연준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월은 지난 10월 “침체가 일어날지,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심각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인플레이션은 올해 들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면 더 규제가 강력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연착륙으로 향하는 길은 좁아진다”고 말했다.

연준이 과도한 긴축을 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통화정책 자체가 (연준이 10월 성명에서 밝혔듯이) 오랜 기간에 걸쳐 가변적인 영향을 일으키므로 인플레이션을 잡기에 충분한 수준의 금리에 언제 도달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영국 투자회사 슈로더는 분석했다. 또 슈로더는 최근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경제 전반에 미치기까지 최대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퍼트넘 인베스트먼츠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 제이슨 베일런코트는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긴축의 진정한 파급효과를 확인하려면” 2023년 2~3분기는 되어야 한다고 예상했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를 총괄했던 보수 성향 경제학자 그렉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0월 “연준의 조치가 과하다”고 믿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통화정책의 느린 여파를 들었다. 그 밖의 이유로는 유럽에서의 동시적인 긴축, 볼커 시기 이후 경제의 구조적 변화, 이미 크게 느려지고 있는 통화 공급의 성장 등이 있다.

파월을 비판하는 사람들조차 볼커 시기의 침체만큼 고통스러운 결과는 예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미국인(중위 연령 38.8세)은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볼커가 1979년 연준 의장에 취임했을 때 금리는 12%였고, 두 차례 에너지 파동(1973년의 아랍 석유 수출 금지와 1978년에 시작된 이란혁명)을 거쳤으며, 오랜 기간 대규모 부채와 수용적인 연준 정책이 이어진 상태였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볼커가 인플레이션 매파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를 뉴욕 연준 의장으로 임명했고, 볼커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더 깊게 뿌리내리지 않게 막겠다는 일념하에 볼커는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고 철저하게 통화 공급량을 줄이는 통화주의적 접근법을 취했다. 그러나 1980년 미국이 침체에 접어들자 완화정책을 폈다. 1980년 가을에 다시 긴축을 시작하며 통화 공급에 초점을 맞췄고,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록적인 수준인 22% 이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율은 17% 가까이 치솟았다. 실업률은 9개월 동안이나 10%가 넘었으며, 1982년 11월에는 10.8%로 정점에 달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지속된 대침체 시기의 정점이었던 10%보다 높은 수치다. 코로나19 봉쇄와 경기침체로 인해 2020년 4월 실업률이 무려 14.7%에 달했으나, 이후 빠르게 감소하여 3.5% 수준으로 낮아졌다.

볼커를 대상으로 시위가 벌어졌고 의회에서는 탄핵이 거론됐다. 물리적인 위협까지 가해져서 연준은 볼커에게 경호원을 붙여야 했다. 그러나 볼커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인플레이션은 전 부문에 걸쳐 있고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큰 타격을 가하는 가장 잔혹한 세금”이라고 평했다. 인플레이션은 1980년대 초 14.8%로 정점을 기록한 뒤 서서히 떨어졌다. 1982년 1월에는 8.4%, 1년 뒤에는 3.7%가 됐다.

그러나 볼커의 인플레이션 억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았고, 실업률 외 다른 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서 미국 은행에서만 돈을 빌렸던 중남미 정부에서 부채 파동이 시작됐다.

파월은 볼커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이 현 상황에 알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주기의 인플레이션 최고점(6월 9.1%)은 볼커 시기의 최고점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연준의 월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중은 인플레이션이 현 8.2%에서 올해 안에 5.4%, 3년 안에 2.9%로 낮아질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취업률은 여전히 견조하지만(파월의 매파적 성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주식시장은 이미 침체를 견디고 있다. 2021년 27% 상승한 S&P 500은 10월에 큰 폭으로 올랐음에도 올해 21% 하락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하락세가 더 가파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투자회사 스톤X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 뱅상 들루아는 S&P의 실적이 내년 한 해 동안 7.4% 줄어들면서 내년 말 지수는 24% 하락한 29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 외 애널리스트들은 그보다 낙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경기침체 시 S&P가 더 하락하여 올해 말까지 13% 하락한 3400으로, 이후 6개월 동안은 19% 하락한 3150으로 떨어질 것이며 완전 회복까지 1년이 꼬박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10월 연준이 공식 성명을 발표한 뒤 주가는 일제히 상승하다가 파월의 매파적 발언이 나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루 동안 S&P 지수가 2.5% 내렸다.

미국인의 퇴직금 가치를 생각하면 위험은 더 크다. EY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데이코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막기에 가장 알맞다고 생각하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이 너무 빠른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데이코는 인플레이션이 “무질서하게” 재정 조건을 긴축하여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경기를 침체 상태에 빠뜨릴 것이라고 본다. 그 결과 내년 실업률은 5.5%까지 오르고 무직자가 약 300만 명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고 EY는 예측했다.

한편 글로벌 긴축의 영향은 해외에서 더욱 심각할 수도 있다. 유엔은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선진국 경제에서 현재의 통화 및 재정 긴축정책을 빨리 변경하지 않으면 세계가 글로벌 긴축으로 향하고 스태그네이션이 길어질 것”이라며 특히 부채가 많은 개발도상국은 디폴트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국 경제의 금리인상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제일 심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엔은 올해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개발도상국의 미래 소득이 3600억 달러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추산했다. 샘은 “아주 위험하다. 1970년 대보다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샘은 긴축이 가난한 국가에서 글로벌 식량난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코는 “연준이 긴축을 강화할수록 국내외에서 파급효과는 더 커지며, 경착륙과 침체 위험도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많은 경제학자의 가장 큰 의문은 연준이 언제 금리인상을 늦추거나 중단하느냐는 것이다. 그 시기는 점점 늦춰지고 있다. 지난 10월 한 메모에서 골드만삭스 수석 경제학자 잰 해지어스가 이끄는 팀은 연준이 이전 예상보다 매파 성향이 더 강하며, 기준금리를 5%로 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연준은 금리를 3.1%까지만 올리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파월은 금리인상 중단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단언하고 “현재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관료들이 금리를 12월에 0.5bp, 2월과 3월에 0.25포인트씩 올린 다음에야 잠시 인상을 멈추고 재정 상황을 평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갈수록 많은 전문가가 금융시장에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실제로 인상이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신용 전략가 유리 셀린저는 지난 10월 말 메모에서 30년 만기인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이 오르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재무부가 시장의 좋지 않은 유동성에 우려를 갖게 될 수 있다며, 변동성이 높아진 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금융 부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음을 지적했다. 또 셀린저는 “갑작스러운 집값 하락”으로 인해 금융 안정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잠재적으로 미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인 주택 부문의 긴축이 너무 강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연준이 언제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방향을 전환할지, 어떤 사건이 연준을 그렇게 만들지 예측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한 가지 좀 더 확실한 것은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연준 측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

배일런코트는 “시장은 계속 방향 전환을 기대하지만 연방은 이를 피하려 한다는 상황이 아주 우습다. 그동안 연준은 대단히 투명했기 때문”이라며 “연준이 ‘한동안 긴축을 유지해야겠다’고 말하면, 난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 JONATHAN PONCIANO, JANET NOVACK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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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호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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