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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간·마음 관리법 

마음의 여유를 만드는 용기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대화는 늘 이렇게 시작되지만 올해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특히 팬데믹 내내 가지 못한 출장과 콘퍼런스를 연말에 몰아서 다니다 보니 몇 달째 가방이 집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듯하다. 미국도 한국처럼 대면으로 인맥을 쌓는 것을 중요시하는데, 오래만에 지인들을 만나며 새로운 인물들과 얼굴을 맞대고 인사하고 대화하는 것의 소중함을 느낀다. 출장을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에게서 “너무 바빠”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진다. ‘너무 바쁘게 사는 우리의 오늘이 모습이 정녕 잘 살기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팀 페리스의 저서 『주 4시간 근무』는 효과적으로 같은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한동안 뭐든 열심히 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해야 성적이 좋고, 열심히 도전해야 상사가 인정해줄 것이고, 열심히 상품을 만들면 고객이 알아줄 것이라고. 하지만 언젠가부터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건 나만 지치게 하고, 지친 나 자신은 다른 이에게도 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스피킹과 코칭 일을 하는 나에게는 정신적 건강과 마인드셋이 중요한데, 전략 짜기든 코칭이든 내가 지쳐서 피곤한 마음으로 미팅에 나오면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콘퍼런스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도 그렇다. 지쳤을 때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화할 때를 비교하면 소통의 깊이와 마음 전달이 다르다. 그래서 12월쯤에는 더 과감하게 마음의 여유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정에 끌려다니지 않고 여유를 갖고 바쁜 일정을 하나하나 즐기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일정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사람 말이다.

달력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고 이야기하는 리더가 많다. 성과를 잘 내도 바쁜 일정을 보면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는 없나 하는 고민이 들기 때문이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빽빽히 짜인 스케줄이 주중 내내 계속되고, 주말에도 일과 골프 등 다양한 일정으로 달력이 꽉 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디서 쉼과 여유를 만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든다. 잠은커녕 같이 사는 가족들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몇 달째 만나지 못하는 게 일상이 된 현실이 답답하면서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몰라 힘들다고 한다. 게다가 주변 동료나 후배들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리더들의 마음은 몰라주고 더 많은 걸 요구하거나 섭섭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리더로서 더 적극적으로 그 선을 그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여유를 주기를, 우리의 심정을 이해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쉼을 찾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리스는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것 그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위가 아니라 습관입니다(We are what we repeatedly do. Excellence is not an act, but a habit)”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일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현실에 더 재촉당하지 않고 바쁜 일정이라도 여유 있는 마음으로 즐기고 싶다면 그럴 수 있는 습관과 태도를 먼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당연해 보이는 이것을 실천하기가 어려웠다. 주어진 시간은 같고, 주어진 일은 달라지지 않는데, 어떻게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몇 년 전에 시작한 도전은 ‘하고 싶은 것 vs 해야 하는 것(Want vs Should)’을 구분해서 나열하는 일이다. 회사 일이든 개인적 일이든 하고 싶은 것인지 해야 하는 것인지 나눠보고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하는 작업이다. 물론 하루 종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기는 쉽지 않고 해야 할 일과 책임은 많다. 그러나 하루 종일 해야 할 일로만 가득하고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다면 나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즐겁지 않고 기대해볼 일이 생기지 않는 시간들로 보내게 된다. 같은 일을 해도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나눠보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가지씩 내가 꼭 하고 싶은 것, 기대가 되는 일을 습관화해보기로. 예를 들어 점심 식사, 휴식 시간, 프로젝트 등 내가 설레고 ‘빨리 그 일을 하고 싶어’라는 생각이 드는 활동을 하루에 몇 가지씩 스케줄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의 리스트도 더 꼼꼼히 보면서 이것이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주변에서 주는 잘못된 사회적 압박감인지 다시 돌아봤다. 그리고 위임할 수 있는 일은 넘기고 잘못된 압박감은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무엇보다 해야 하는 일들도 어떻게든 빨리 해보고 싶은 즐거운 일로 틀을 바꿔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차츰 다른 규칙도 만들어보게 되었다. ‘특정 시간 이후에는 미팅 안하기’. ‘어떤 종류의 미팅은 비슷한 시간에 하기’, ‘어떤 프로젝트의 마감은 꼭 여유를 조금 두고 잡기’ 등이다. 차츰 내 스케줄은 하루가 더 기대되고 즐거운 일들로 채워졌고 힘들어도 그다음 주에는 조금 쉴 수 있으니 바쁜 일도 더 즐거운 마음으로 소화하고 여유를 갖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도 놀랐다.

문득 팀 페리스(Tim Farriss)가 저서 『주 4시간 근무(The 4-Hour Work week)』에서 제안한 내용이 이해된다. 일할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이상하게 그것을 빼곡히 채우는데, 일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 더 효과적으로 같은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해야 하는 일만 많이 처리하는 개미 일꾼이 되었지 전략적으로 일을 즐겁게 큰 마음으로 보는 눈을 배우지 못했다. 그러나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도전해보면 정말 멋진 변화를 맛볼 수 있다. 예전처럼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말이다.

또 다른 습관도 있다. 나도 이맘때쯤이면 과감하게 웬만한 미팅과 약속은 2023년 2월 이후로 미룬다. 급한 일정이 아니고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면 미루는데, 겨울에 여유와 유연을 찾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은 줄이고 해보고 싶은 일과 시간으로 연말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리더로서 해야 할 일도 많은데’라는 죄책감이 조금 들기도 했지만, 12월과 1월에 쉼이 정기적으로 많은 미국 직장 생활에서는 이때 안 쉬면 나는 또 한 해를 바쁘게 살고 지친 상태로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사실 11월부터 “내년에 봬요”라며 미루는 만남도 많다. 고객 일, 가족 일, 팀원 일 등 몇 가지에 해당되지 않으면 미루려고 한다.

모든 것이 급한 일이 되면 그 어느 것에도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일이라도 꼭 미팅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메일로도 충분히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이런 마음으로 더 과감하게 우리의 시간과 열정의 경계를 짓지 않으면 우리의 시간은 우리 것이 되지 않고 결국 우리는 더 지치고 번아웃을 겪게 된다.

이제는 의도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목적만 설정하고 마음을 비우고 한 사람 한 사람 우연히 만날 때마다 대화에 집중하려고 한다. 대화에 집중하면 그 사람과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다음에 누구를 만날지 열린 마음으로 보니 그다음 사람과도 재촉하지 않고 더 편안한 마음으로 만나 인상 깊은 친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명함만 주고받는 친분에서 벗어나게 된다.

마음의 여유를 만드는 용기를 가질수록 더 깊은 친분을 쌓고 더 많은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스킬을 터득할 수 있다.

※ 모니카 H. 강 이노베이터박스 대표는… 글로벌 500대 기업, 고등교육기관, 정부 및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변화, 리더십 개발, 팀빌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 NBC유니버설, 삼성전자, 펩시코, 트위터,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정부 등 다양한 업계의 고객사와 일하고. 백악관, 아쇼카 체인지메이커(Ashoka Changemakers), 전국여성기업위원회(WBENC) 등으로부터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창의 교육 전문가다.

202212호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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