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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가 만난 TREND LEADING COMPANIES(14)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 

제조 강국에서 탄생한 산업용 AI 개척자 

신윤애 기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에 최대 100억 달러(한화 12조4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업계가 술렁였다. IT업계에 대한 국내외 투자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AI 분야만큼은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기술력으로 이미 세계시장에 눈도장을 찍은 AI 기업이 있다. 산업 현장에 맞춤형 AI 기술을 도입해 제조 혁신을 이루겠다는 ‘마키나락스’다.

석유화학 공정 설비가 갑자기 작동을 멈춘다면?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갑자기 고장 난다면? 천문학적인 운영 비용의 손실은 당연하거니와 화학물질로 인한 환경오염, 안전문제, 대규모 화재 같은 치명적인 피해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처럼 제조 현장에서의 기계 결함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 인공지능(AI) 기술 스타트업이 제조업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사실, 이미 해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용 AI 솔루션과 플랫폼을 개발, 제공하는 AI 스타트업 마키나락스 이야기다. 마키나락스는 공장과 공정의 센서에서 수집한 수많은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켜 이상 징후를 미리 탐지한다. 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고장이 발생하기 5~7일 전에 문제를 인지할 수 있다. 비슷한 원리로 공정의 최적화 방법도 찾아낸다. 예를 들면 냉난방 공조시스템을 AI로 조절해 전력 소비량을 줄이거나, 최적의 기판 소자 배치 순서를 고안해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린다.

뷰티 마케팅업에 종사하는 박진호 대표는 화장품, 패키지 등을 제조하는 업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마케팅업계에서 이미 AI 기술의 다양한 쓰임새를 몸소 느끼고 있는데, 제조 과정에서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패키지 하나를 만들기까지 투입되는 수많은 절차, 시간, 비용을 줄이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래서 산업 AI 전문가 윤성호 대표를 인터뷰이로 초대했다. 박 대표는 “창업 6년 차로 신생기업에 가깝지만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마키나락스를 소개했다. 마키나락스는 지난해 7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가 선정한 ‘첨단 제조 스타트업 50(Advanced Manufacturing 50)’에 이름을 올렸고, 2021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테크놀로지 파이어니어(기술선도기업)’로도 선정됐다. 테크놀로지 파이어니어는 과거 구글, 에어비앤비 등이 이름을 올렸던 명망 있는 리스트다.

“챗지피티(ChatGPT) 써보셨어요?”

지난 1월 16일 서울 강남구 마키나락스 본사에서 만난 윤성호 대표는 요즘 업계에서 가장 ‘핫’하다는 AI 프로그램 이야기부터 꺼냈다. 챗지피티는 지난해 12월 OpenAI가 공개한 초거대 AI 기반의 챗봇으로, 텍스트를 입력하면 사람과 대화하듯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기존 검색포털은 정보검색을 위해 정확한 키워드를 입력해야 했지만 챗지피티는 서술형 키워드를 입력해도 필요한 결과를 찾아준다. 사용자들은 ‘구글을 완전히 대체할 강력한 대항마가 나타났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윤 대표도 “사람 간 대화보다 AI와의 대화가 더 많아지는 시대가 성큼 찾아왔다”며 “AI가 물리적으로 현실 세계를 바꾸는 일도 가능할 것 같아 흥분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AI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에요.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조력자여야 하죠. 우리 회사도 AI를 활용해 산업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능률과 효율을 높이는 게 목적입니다.”

제조업에서 AI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맥킨지 글로벌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 및 첨단 분석기술로 창출되는 경제가치가 13조 달러(한화 약 1경6048조원)에 이를 전망이며, 이 중 50%가 제조·산업 분야에서 나올 것이라고 한다. 윤 대표도 여기에 주목했다.

“다만 기업들은 아직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분위기입니다. 많은 기업이 AI를 내재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개념증명 단계를 넘은 AI 프로젝트는 9%가량에 불과해요. 공정마다 특성이 모두 다른데, 범용화된 AI를 쓰기 때문이죠.”

윤 대표는 이런 점을 눈여겨보고 각 산업, 공장에 특화된 맞춤형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제공해 기업들의 제조 혁신을 함께 이루고자 마키나락스를 차렸다. 현재 현대차를 비롯해 20여 개 대기업의 AI 기술을 개발하거나 내재화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AI 머신러닝 모델 개발도구 ‘링크(Link)’와 MLOps(머신러닝 운영) 플랫폼인 ‘런웨이(Runway)’라는 상용 제품을 출시했다. 런웨이는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이미 3000여 개 AI 모델에 관여하고 있다.

마키나락스의 실력과 가능성은 투자업계가 먼저 알아봤다. 창업 초기부터 SK텔레콤, 네이버, 현대자동차가 투자했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었지만 마키나락스는 지난해 12월 성공적으로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309억원에 이른다.

6년 차 스타트업이 어떻게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AI 파트너가 됐을까.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핵심 기술력은 무엇일까. 산업 AI의 발전은 어디까지 진행된 걸까. 박 대표가 산업 AI의 현황과 마키나락스의 면면을 알아봤다.

많이 받는 질문이겠지만 가장 궁금한 부분이다. 대표님은 과학자의 길을 걷지 않았나. 일리노이대에서 물리학 학사학위를 받았고, MIT에서 고에너지 핵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중에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연구 조교를 지냈다. 돌연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뭔가.

사실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발견하는 게 평생의 꿈이었다. 그러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에서 의무복무를 마쳤다. SSD(Solid State Drive)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는데 학문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내가 짠 코드가 제품에 들어가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곧바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흥분됐다. 연구에서 경험하지 못한 산업의 매력을 보고 이때부터 창업을 꿈꿨다. 새꿈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SK텔레콤에 입사했다. 회사에서는 사내 반도체·에너지 계열사의 사업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했다. 한 번은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미국 반도체 장비회사와 AI로 장비의 결함을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때 시장의 수요와 AI 데이터분석이 얼마나 요긴한지 깨달았다. 함께 일하던 동료, 지인 등 실력이 뛰어난 세 명을 설득해 프로젝트를 가지고 독립했다.

공동창업자의 이력이 화려하다. SK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도했던 이재혁 대표, 카이스트 박사인 임용섭 데이터과학자, 하버드 이론화학 박사 이후 월가와 삼성전자에서 데이터분석 업무를 담당했던 심상우 CTO까지. 게다가 창업과 동시에 대기업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2021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테크놀로지 파이어니어로도 선정됐다. 초기부터 대기업 미팅에 나서는 데 유리했겠다.

그럼에도 기술력이 약하거나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지속가능성이 없었을 것이다. 우린 창업 후 배터리, 화학,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40여 개 기업과 다양한 AI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특히 2018년부터는 현대차 빅데이터실, 스마트팩토리개발팀·AI연구실과 기술검증을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현대차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0년 12월에는 산업용 로봇팔 이상 탐지 기술 고도화와 관련해 현대로보틱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대기업들과 현장에서 쌓은 경험, 우리만의 기술력을 토대로 지난해에는 AI 관련 제품 ‘링크’와 ‘런웨이’를 출시했다. 기회의 문은 언제든 닫힐 수 있기에 항상 현장에서 리얼 임팩트를 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AI는 대‘ 체’ 아닌 증‘ 강’의 역활


▎윤성호(왼쪽) 대표와 박진호 대표.
요즘 AI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AI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몇 년 사이 많이 달라졌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우린 기술의 놀라운 발전과 무한한 가능성을 목격했다. 문제는 AI는 ‘완벽하다’는 오해를 낳았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I 기술이 접목되면 불량을 100% 잡아낼 수 있다는 기대치가 생겼다. 사실 말도 안 된다. AI도 학습을 계속해야 고도화되고, 능력이 점점 좋아진다.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AI를 도입하고 싶다는 기업에 갔는데 아무런 데이터가 없더라. AI를 데이터도 만들고 해결책도 주는 만능 해결사로 생각한 것이다. 이젠 많이 바뀌었다. AI에게 1~8까지 맡기고 나머지 9~10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어그멘티드 인텔리전스’, 즉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능력과 사물의 능력을 ‘증강’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마키나락스의 전문 분야인 산업용 AI 솔루션에 대해 설명해달라.

크게 이상 탐지, 제어 및 최적화, 예측분석으로 나눌 수 있다. AI가 공장과 공정에서 수집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거듭 학습해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다. 최근 자동화된 자동차 제조 환경에서는 산업용 로봇들이 생산 라인의 각 단계에서 조립, 도장, 용접 등 중요한 공정을 수행한다. 로봇 장비들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에 센서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센서의 설치와 유지보수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우리는 추가적으로 센서를 설치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 기반의 이상 탐지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공정과 환경에 특화된 맞춤형 모델로, 장비의 이상을 5일 전에 탐지할 수 있다. 또 태양광발전의 경우엔 기상 변화 등으로 환경이 가변적이지만 생산 가능한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과거의 기상 데이터, 시계열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발전소 위치별, 시간별 정확한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다.

산업용 AI는 기업에서 내재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지 않나.

물론 기업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 우리는 기업이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회계나 재무도 SAP, ERP 등 솔루션을 직접 만들진 않고 구매해 쓰는 것처럼 말이다. 기업은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를 결합하거나 생산 라인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등의 일을 직접 하면 된다. 우리는 기업의 역량에 따라 AI를 만들어주거나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최근 반도체, 자동차 부문에서 제조 고도화를 추구하는 분위기다. 마키나락스에 유리한 환경 같은데.

최근 들어 기업들이 AI 기술 관련 검증을 많이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 운영하는 데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사람으로 치면 뇌를 만들었는데 몸이 없는 상황이라 물리적으로 공정을 제어하거나 운영할 수는 없다. 몸을 만드는 일이 무척 어렵긴 하다. 기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과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다르다. 데이터로 만드는 소프트웨어라고 보면 되는데, 데이터가 바뀌면 이것도 계속 바뀐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업데이트를 해줘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을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 우리는 이런 어려움을 미리 체험했고 기술개발을 마친 상황이다.

다만 기업별·업종별·환경별로 도메인 날리지가 모두 달라 힘들 것 같다.

변수가 많아 어렵다. 게다가 산업용 AI는 여러 가지 모델이 복합돼야 한다. 이를테면 챗지피티는 수학 문제를 풀거나 코딩을 할 때 하나의 언어 관련 모델을 활용하면 되는데 산업에서는 어떤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려면 탐지하는 AI, 사진 찍는 AI, 결함을 미리 예측하는 AI가 모두 있어야 한다. 또 이들을 모아 대응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특화돼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가 이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의 MLOps 플랫폼에 AI들을 적용할 수 있다. 이후에 계속 경험이 쌓이고 학습을 반복하며 점점 지능화되는 거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업들은 공장의 자동화보다 ‘지능화’가 목적일 텐데.

로봇이 반복적으로 일을 수행하다가 불량품이 발견됐을 때 그대로 멈추면 자동화, 여기서 불량품을 빼고 다시 업무를 수행하면 지능화라고 볼 수 있다. 지능화는 결국 최적화 솔루션과 연결된다. 최근 한 기업과 전자기판에 부품을 배열하는 공정의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다. 보통 배열 작업은 휴리스틱, 즉 전문가의 논리를 적용한 룰을 기반으로 진행하지만 우리는 강화학습이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단 6주 만에 기존 작업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뛰어난 성능에 도달했다. 이 회사가 기존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거꾸로 기계가 만들어낸 패턴을 전문가들이 다시 학습하고 있다. 일례로, 알파고 바둑 기보를 다룬 책이 나왔다고 들었다.

지난해 출시한 제품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는 크게 두 가지다. 앞서 설명한 AI 솔루션과 방금 질문하신 AI 프로덕트다. 프로덕트 중 MLOps 플랫폼 ‘런웨이’는 클라우드와 도메인에 최적화 된 온프레미스(On-premise) 등 다양한 생산 환경에서 AI 모델의 실행을 지원한다. ‘링크’는 MLOps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주는 AI/ML(머신러닝) 모델 개발 도구다. 링크를 활용하면 조직 내에 MLOps 구축에 필요한 방대한 지식과 역량이 없더라도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 인력이 쉽고 간편하게 생산 환경에 배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링크’는 머신러닝 모델을 몸에 연결해주는 파이프라인이 되고 ‘런웨이’는 몸까지 잘 연결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제조 혁신 이루기에 유리한 한국 상황

뷰티업계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보통 제조나 세일즈 마케팅을 나눠 생각하지만 뷰티는 이 부분을 통합하고 싶어 하는 특수한 업계 같다.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구독형 화장품도 유행이고…. AI가 꼭 필요한 분야다.

세계에서 명망 있는 리스트들에 선정돼 놀랐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을 제치고 주목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I, 클라우드 모두 미국이 절대적인 강자인 건 맞지만, 제조 AI는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결국 도메인 날리지, 즉 전문 지식과의 결합이다. 그런데 미국은 최근 리쇼어링으로 공장을 불러들이고 있지만 자국에 제조 공장이 많지 않다. 소위 ‘기름밥’ 먹는 분들과 소통하고, 제조 환경을 면밀하게 알아야 하는데 그런 환경 자체가 부족하다. 반면, 우리는 세계 3대 제조 강국 아닌가. 반도체, 자동차 모두 전 세계 톱티어급이다. 우리는 이들의 생산공장에서 현장이 돌아가는 법을 체득하고 있다. 실제로 문제점을 보고 해결책을 찾는 데 유리하다.

AI가 정말 제조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우리의 사명감이기도 하다. 제조업은 매우 큰 시장이다. 전 세계 GDP의 16%를 차지하고, 무역의 70%가량, R&D의 50%가량이 제조업이라고 알고 있다. 전 인류가 메타버스로 가지 않는 이상 제조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제조업은 규모에 비해 마진이 낮은 편이고 10% 이익률을 내기도 힘들다고 한다. 결국 데이터와 AI로 최적화, 효율화를 이루면 안정적으로 더 높은 이익을 내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까. 지금 제조 AI 분야에서 국가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회사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임원진 중에는 컨설턴트 출신이 많다. 하지만 구성원의 대부분은 엔지니어이지 않나. 문화적인 간극이나 충돌은 없나.

그렇지 않다. 우리 회사에는 초기부터 개발 중심의 문화가 잘 정착됐다. 갑론을박하고 시끄럽게 토론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며 일한다. 또 개발자들도 예전의 내가 그랬듯,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 갈지 알고 싶어 한다. 컨설턴트 출신인 임원진은 비즈니스에 대한 해석과 방향성을 잘 전달해준다.

매년 200%대 급성장을 했는데, 올해 목표가 연 매출 120억원이라고 들었다.

매출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물론 기업이어서도 그렇지만 얼어붙은 투자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필드에서 얼마나 잘 활용되고 있는지 성과를 보여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지원하던 AI 바우처도 올해는 40% 정도 줄었다. 마음이 아프다. 경쟁이 심화되면 정말 강한 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전체 시장의 수준이 올라갈 거란 기대도 있다.

10년 뒤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AI가 세상을 바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10년 뒤? 아니 5년 뒤엔 AI라는 말조차 안 쓸지도 모른다. 너무 당연히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을 테니까. 지금 우리가 인터넷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서 우리도 계속 리얼 임팩트를 이끌어내고, 큰 역할을 하고 싶다.

※ 박진호는… 뷰티전문마케팅회사 뷰스컴퍼니를 2014년에 창업해 아모레퍼시픽,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1500건이 넘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수집해 효과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K뷰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 정리=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김상선 기자

202302호 (202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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