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정승우가 만난 예술계 파워리더(11) 박성모 관세법인 부일 관세사 

예술과 법을 조율하다 

정소나 기자
전 세계가 예술품 투자 열풍으로 들썩이면서 해외 아트페어나 유명 예술품 경매에 소개된 고가의 예술 작품을 ‘직구’하는 사례가 늘었다. 예술품의 수출입은 까다로운 통관 절차와 높은 비용, 오랜 운송 기간까지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정승우 이사장이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예술품 통관 절차 부문에서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성모 관세사를 만나 예술 작품 수출입 동향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최근 아트 컬렉팅, 아트 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해외 아트페어나 외국에서 열리는 유명 예술품 경매에 직접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실시간 온라인 경매 참여를 통한 ‘직구’로 해소하는 경우도 덩달아 늘어났다.

전통적 방식의 거래 절차이든 온라인을 통한 구매이든 예술품의 수출입은 운송부터 통관까지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제약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관세 목적상 ‘예술품’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기에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편이다. 통관 시 어떤 품목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세금도 엄청나게 달라지기에 세관에서도 매우 주시하는 아이템이다. 몇 년 전 국정감사에서 예술품 관세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현재도 예술품 통관과 관련된 많은 이슈가 있어 예술품을 잘 이해하는 관세사의 필요성은 계속 부각될 전망이다.

“10여 년 동안 해외에 있는 예술품을 거래하며 많은 관세사를 만나봤지만 이런 분은 처음이에요. 오늘 만나는 관세사님은 법과 원칙은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예술계 트렌드를 꿰뚫고 있어 작품 구매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해주는 분입니다.”

정승우 유중문화재단 이사장은 박성모 관세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박 관세사는 “단순히 절세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 사조와 문화, 다양한 기법, 새로운 트렌드와 테크닉까지 정확하게 이해해 컬렉터들이 원하는 작품을 소유할 수 있도록 법의 테두리 안에서 품목을 제대로 소명해줄 수 있는 관세사가 좋은 관세사라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박 관세사는 수년 동안 예술품 컬렉터, 예술계 종사자, 갤러리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과 조력을 아끼지 않는 ‘동반자’이다. 크고 작은 예술품 통관 이력을 꾸준히 쌓아 예술품 통관 전문가로서 이름을 알리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관세사가 된 계기가 있나.


20대 후반, 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업을 계속할지 취직을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때 마침 아버지가 운영하는 관세 사무소에서 단순 데이터 전산 입력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었다. 잠깐 돈이나 벌 요량으로 관세 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관세 법인의 어엿한 기획본부장 관세사가 됐다.

처음에는 관세사의 직무보조자로서 서류에 도장 찍기부터 단순 수출입신고서 전산 입력 보조, 검사 화물의 개장 및 포장, 수출입 화물에 원산지표시 보수 작업 등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밑바닥’부터 업무를 배웠다. 그 시간 동안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관세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관세사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절 관세사 직무 보조자로 일하면서 함께 일했던 많은 기업의 실무 담당자들, 관세청과 세관의 관세 행정 공무원분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들과의 교류는 어떤 화려한 이력이나 경력보다 나의 관세사 인생과 직업적 사명감에 가장 큰 자산이 되었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 예술품 수출입 통관을 체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1945년 광복 후 우리나라가 비로소 현대국가로 발돋움한 지 불과 4년이 지난 1949년에 제정된 관세법은 국가의 존립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와 전통, 사회 변화상을 온전히 담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눈물이 담긴 관세법의 수출입 통관 절차, 예술품의 통관 체계화에 내가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949년 혹은 근대화의 초창기에도 예술품의 통관이 적게나마 있었을 테고 만약 2023년 오늘날 예술품의 수출입 통관이 그 당시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이라면, 이는 많은 예술 산업 종사자, 관세 행정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 그런 제도들을 법으로 수용하는 데 기꺼이 동의해준 우리 이웃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건한 제도 아래 예술품의 수출입 통관을 대리하면서 아주 작은 물 한 방울을 주듯 거들었을 뿐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예술품과 법적인 목적에서 말하는 예술품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관세의 부과·징수 및 수출입 통관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인 세관의 공무원이 그러한 예술품을 법의 영역에서 이해하고 법을 집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예술과 법은 태생적으로 가깝고도 먼 사이이기에 예술계에는 법의 입장을 설명하고 관세 행정기관에는 예술계의 견해를 소명하면서 당사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술품과 일반 물품의 통관은 어떻게 다른가.

소위 일컫는 예술품과 그 외 물품의 통관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독자들이 가장 관심이 있는 부분은 결국 세금의 차이일 것이다.

특정 수출입 물품에 부과되는 세율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당 물품의 품목을 국제적으로 정한 번호 체계에 따라 분류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물품 하나하나에 세율을 정할 수 없으니 필연적으로 일정한 규칙에 따라 물품에 번호 꼬리표를 붙이게 되고 이것을 품목분류라고 한다. 예를 들면 ‘살아 있는 말’에는 0101이라는 번호의 꼬리표가 붙는다.

이처럼 예술품으로 분류될 수 있는 번호의 꼬리표는 우리나라 관세법상 관세가 없다. 즉, 예술품은 100억원이든 1조원이든 관세가 없다는 말이다. 아울러 부가가치세도 면제된다. 세금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관세법은 비록 차가운 법률 언어로 구성돼 있지만 예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고 있다. 예술의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하여 과세하지 않으니 말이다.

반면, 예술품으로 분류되지 않고 단순 사진이나 장식품, 가구 등으로 분류될 경우 관세가 있거나(관세가 없는 경우도 있음)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수 있으며 물품 특성에 따라서는 개별소비세, 교육세, 농특세까지 어마어마한 세금이 동시에 부과될 수도 있다.

관세법상 예술품의 정의가 궁금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관세법상 예술품의 정의는 없다. 엄밀히 말하면 관세법은 예술품에 관심이 없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관세법상 예술품을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관세법은 오로지 유형의 물품에만 적용(전기에너지는 제외) 되기 때문에 예술의 범주에 있는 연극, 무용 등은 논외로 하고 우선 예술에 대해서 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객관적으로 명확한 테두리 안에서 자신 있게 예술을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예술은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라도 ‘아름답고 높은 경지’는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이다. 정의할 수 없는 속성의 것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관세법에도 법적인 목적상의 예술품의 정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는 법률을 제정하지 않은 국회의원의 탓이 아니다. 더욱이 특정한 수출입 물품의 품목을 분류하고 이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국내의 독자적인 법률이 아닌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합의하고 적용하는 국제협약에 따르는 것이니 사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제협약에도 법적인 목적상의 예술품은 없다. (편의나 참조의 목적으로 예술품이라는 단어가 제목에는 있다) 단지, 회화나 오리지널 동판화, 오리지널 조각, 수집품, 골동품 등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예술품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답은 ‘아니다’이다. 품목분류상 회화나 조각은 예술적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손으로 직접 그렸는지가 중요하고, 모자이크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대량생산된 복제품은 그 예술적 가치와 무관하게 법적인 목적의 예술품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또 저명한 예술가가 제작한 판화라 할지라도 기계적 방법이나 사진제판법으로 제작했다면 이 또한 법에서는 예술품으로 보지 않는다. 어차피 예술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것이라면 적어도 객관적 지표로 분류 기준을 세우는 것이 법의 정신에 더 타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법상으로는 본질적인 면보다는 외관상으로만 판단하여 예술품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백남준 작품이 TV로 통관된다거나 댄 플래빈 작품이 형광등으로 통관되는 등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관세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

맞다. 구체적인 예로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단순히 TV로 분류되거나, 댄 플래빈의 작품이 단순히 형광등으로 분류되어 과세, 통관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 나아가 빈티지 예술 가구를 개별소비세법에 따른 사치품에 속하는 고급 가구로 보아 과세당국이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면서 예술계에서 큰 논란이 있었던 적도 있다. 2020년 관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일견 예술적으로 디자인된 가구를 예술품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적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추상적인 예술 분야를 객관적이어야 하는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판단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품목분류의 기준은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합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편협한 법의 틀을 탓하기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사실 궁극적인 책임은 국내외 예술계에 있다.

법령 혹은 국제협약은 자연의 진리가 아니라 구성원이 합의해서 제정하고, 개정될 수 있는 규칙일 뿐이다. 이 말은 언제든 그 기준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기준을 바꾸기 위해서는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단순히 ‘너희는 예술을 몰라’라고 하면서 손가락질만 하고 있으면 안된다. 추상적인 예술품의 범주를 법적인 영역의 객관적인 언어로 기술하고, 예술 작품의 최근 작업 트렌드가 법적 기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각국 국가기관 혹은 국제기구에 호소하는 등 끊임없이 애를 써야 한다.

실제로 이와 유사하게 반도체의 경우 전통적인 반도체의 법적 기준으로 인해 날로 발전된 반도체 물품이 과세 대상(법적인 목적상 반도체에는 0%가 적용된다)이 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 후 업계의 노력으로 발전된 반도체 기술이 법적 기준으로 반영되면서 과세되던 반도체 물품이 0% 물품으로 재분류된 사례도 있다.

물론 예술품은 본질상 반도체보다는 객관화 작업이 녹록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참고로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작품은 단순 TV가 아닌 로봇 형상을 갖춘 예술품 영역의 ‘오리지널 조각과 조상’으로 우리나라 관세청에서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예술 작품을 국제 거래하는 컬렉터들이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반복되는 말이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예술품일지라도 이른바 세금이 없는 법적인 영역의 예술품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예술품은 고가인 경우가 많은데 분류에 따라 세금의 편차가 큰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관세 행정당국도 잘 알고 있다. 오로지 법적 기준에 따라 과세해야 하는 관세 행정당국의 입장에서는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많은 예술품의 통관을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의도치 않게 세금을 탈루할 여지가 많거나 반대로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세금을 납부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어느 경우라도 납세자 입장에서는 손해이다.

우리나라 관세법은 원칙적으로 신고납부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납세자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책임을 지고 수입신고를 하고 관련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술품 통관 시에는 관세사나 변호사 등 법적인 영역에서 식견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선, 입법기관 및 과세 행정당국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앞서 말한 것이 주로 관세법상 예술품 범주의 분류 기준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더욱이 논쟁이 되는 것이 개별소비세법에 따른 과세 대상 물품이다. 특히 고급 가구가 그렇다. 사실 예술품의 범주를 법적 영역으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적어도 국제협약은 상세하게 그 범주를 설명하거나 해설하고 있다. 그런데 오로지 국내 법령인 개별소비세법에 따른 과세 대상 물품에 대해서는 법령상으로 ‘고급 가구’라는 단어만 명시돼 있을 뿐 가구의 범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관세법상 예술품의 범주로 분류되는 물품(주로 오리지널 조각 혹은 조상)이 개별소비세법에 따라 단순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이 발생하곤 한다.

물론 이와 관련된 지침이나 질의 회신 자료는 있는데 이마저도 시기에 따라 그 의도가 일관적이지 않다. 이는 납세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도 온당치 않다. 따라서 적어도 가구의 범주에 대해 ‘실용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국제협약처럼 어느 정도 명확한 범위를 구체적인 법령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정승우는… 고려대학교 법학과(학사), 동 대학원(법학 석사, 법학 박사) 졸업 후 2011년 공익재단법인 유중문화재단과 복합문화공간인 유중아트센터를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정리=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302호 (2023.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