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살롱 드 PJ 박병진의 위스키 기행(02) 

글렌피딕 이야기 

음울한 하일랜드의 계곡, 그 속에서 켜켜이 쌓인 이끼를 따라 방울방울 내려오는 로비듀 샘물과 빼곡히 쌓여 있는 오크통의 마법을 상상하며 King of Malt를 찾아 떠나는 두 번째 위스키 기행.

▎스페이강을 가로지르는 크레이겔라키 다리
스퍼딜(Spadille)로도 불리우는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는 트럼프 중 가장 서열이 높지만, 전통적으로 죽음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Death Card라고도 불린다. 베트콩들이 스페이드 카드를 두려워한다는 속설 때문에, 베트남전에서 미군 병사들은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로 자신의 헬멧을 장식하거나 사살한 베트콩의 시체 위에 카드를 두어서 그들에게 겁을 주기도 했다. 또 이라크전 당시 미군이 사용한 사담 후세인의 코드명이 스페이드 에이스였듯이 늘 부정적으로 인식되어왔다.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를 잘 살펴보면 어떤 브랜드의 카드라도 상당히 복잡한 무늬와 난해한 중세 라틴어가 쓰여 있다. 이는 18세기부터 영국에서 트럼프 카드에 부과된 세금에 대한 일종의 납세필증이다. 1실링 납세필증인 ‘DIEU ET MON DROIT’라는 문구는 세금을 내는 것이 ‘신과 나의 권리’라는 뜻의 영국 왕실 문장이다. 만약 세금을 내지 않으면 이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 없이 카드놀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니 그런 게임은 사실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세금은 인간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게임체인저’이고, 18세기 잉글랜드 정부가 속령이었던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부과한 바로 이 세금 때문에 현재의 위스키 산업의 틀이 만들어졌다. 위스키의 주재료인 몰트에 부과되는 과중한 몰트세는 위스키가 주산업인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 큰 영향을 미쳤고, 두 지역은 몰트세에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는 뿌리가 같은 두 위스키가 오늘날 무척 달라진 계기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아이리시 위스키를 다룰 때 다시 하기로 하고 오늘은 글렌피딕을 소개한다.

글렌피딕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게일어로 계곡을 뜻하는 Glen과 사슴을 의미하는 Fiddich로 이루어졌다. 다른 수많은 글렌 증류소와 마찬가지로 잉글랜드 정부의 세금 부과를 피해 사슴들만 산다는 깊은 산중 계곡으로 들어갔기에, 초기에는 주 재료인 몰트를 훈연하기 위한 석탄조차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열량이 떨어지면 임기응변으로 ‘빈자의 석탄’으로 불렸던 진흙 성분의 이탄, 즉 피트를 훈연에 사용했고 석탄을 사용한 다른 위스키들과 구분되었다. 아마도 초창기 글렌 증류소들은 대부분 쉽게 구할 수 있는 피트를 사용했을 것이다. 또 잉글랜드 정부의 눈을 피해 위스키를 숨겨두려다 보니, 셰리주를 마시고 남은 빈 오크통에 위스키를 담아두었다. 오랫동안 보관 후에 열어보니 호박색으로 숙성된 그윽한 향의 위스키가 만들어진 것도 모두 몰트세 덕분이다.

암갈색 스페이강을 찾아 떠난 육해공의 여정


스코틀랜드에는 위스키 증류소가 130여 개 있는데, 그중 40여 개가 모여 있는 곳이 River Spey, 즉 스페이강 유역이고 일반적으로 스페이사이드로 불린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싱글몰트 위스키 대부분이 아마도 이곳에 속해 있을 것이다. 글렌피딕, 맥켈란, 발베니, 글랜그란트, 글렌리벳, 아벨라워, 벤로막, 글렌파클라스 등 이름만 들어도 그윽한 향이 머릿속에서 상상되는 그 위스키, 그리고 이들 싱글몰트를 기주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블렌디드 위스키 또한 이곳을 기반으로 한다. 바로 이곳을 2018년 5월의 어느 날, 결혼 20주년 기념 여행을 핑계로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도 이전에 방문했던 아일라섬과 마찬가지로 나 같은 일반인이 쉽게 가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내 목적지는 오직 스페이사이드뿐이었기에 런던을 거치지 않고 바로 KLM항공을 이용하여 인천발 암스테르담 경유 에든버러행 비행기를 탔다. 여담이지만 항공기는 이전부터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여행 수단이고, 이를 이용하는 대상도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이 대부분인지라, 좌석 또한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고급 좌석으로 구성되어왔다. 그래서 이를 실용적이고 검약한 네덜란드인들이 최초로 이코노미 클래스를 고안해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수많은 사람, 특히 젊은이들에게 항공 여행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이 항공사가 바로 KLM인데, KLM을 타고 간 여기까지가 많이 양보해서 일반적인 경로라고 할 수 있고, 본격적인 스페이사이드 경로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선 에든버러의 웨이벌리 기차역에서 다섯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해서 스코틀랜드의 북쪽 끝자락 엘긴역에 내리고, 여기서 다시 자동차로 40여 분을 남쪽 내륙으로 이동하면 맥켈란과 발베니, 글렌피딕의 가운데에 위치한 중심부 더프타운이 나온다. 여기서 다시 숙소인 크레이겔라키까지 또 10여 분을 이동하면 드디어 스페이사이드의 심장부에 도착하게 된다. 호텔 바로 앞에는 짙은 초콜릿 빛 강물이 흐르는 스페이강이 있었고 강가를 돌아 크레이겔라키 다리 위에서 저만치 바라보이는 맥켈란 증류소를 보고 그 건너 글렌피딕과 발베니를 그려보니, 내가 원하던 곳에 왔고 원하는 것을 가졌다는 느낌이 뇌리를 스쳤다. 그 순간에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

철도의 발상지인 영국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고속철도는 없지만 일본처럼 각종 철도회사가 각자 자기의 노선을 잘 운영하여 환승이나 연결이 비교적 효율적이다. 영국 전역을 잘 연결하는 각종 철도 덕분에 많은 사람이 항공여행보다 철도를 선호하는데, 빠른 항공기보다 느긋하게 기차로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영국인들의 성정에 딱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이 어릴 때 출장 갈 때마다 사다 준 토마스 기차놀이 장난감 시리즈에 나오는 기차역 같은 에든버러 웨이벌리역에서 출발하여, 에든버러 북쪽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퀸즈페리 크로싱 다리를 건넌 후 완벽한 북부 스코틀랜드의 대지와 바닷속으로 빠져 달리는 동안, 버진 애틀래틱의 특급열차는 던디를 지나고 에버딘을 거쳐 엘긴까지 가는 동안 끊임없이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내게 선사하면서 순간순간 감동을 강요하곤 했다. 물론 나는 스코틀랜드 해안선의 풍광에 기꺼이 ‘항복!’을 외칠 뿐 다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와 목가적인 풍경, 얼굴이 까만 놈과 분홍색인 놈이 뒤섞인 양 떼, 이따금 불쑥 나타나는 고풍스런 건물들과 캐슬, 그리고 무엇보다도 쉼 없이 나타나는 영국의 비공식 국화라는 히스(Heath)꽃 등 모든 것이 감동이었다. 황량한 북해의 바닷바람조차도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로 5월의 스코틀랜드 해안철도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했다.

위스키와 함께 살아가는 크레이겔라키 사람들


▎고풍스런 건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크레이켈라키 동네의 모습.
스코틀랜드의 호텔 예약은 여전히 불편했다. 스페이사이드의 호텔 예약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렵사리 마주 보고 있는 두 개 호텔에 3박씩 예약했다. 이곳은 아직도 호텔 홈페이지나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하는 요즘 세상의 일반적인 룰이 잘 적용되지 않았고, 겨우 예약한 후에도 확인해보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전화 통화를 병행해가며 예약했는데, 이 두 호텔을 예약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우연찮게 여기를 다녀온 친한 주류회사 관계자가 추천한 숙소가 바로 이 두 곳이었고, 둘 다 편안한 숙소와 멋진 레스토랑이 있었다. 특히 스페이사이드에서도 위스키 컬렉션이 좋기로 유명한 바가 있는 호텔이었다. 이곳은 시골 중에서도 시골이라 호텔을 잘 선택하는 것이 여행 전체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호텔 레스토랑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제공하는 유일한 식당인 데다가, 대도시와 달리 바를 골라 갈 수 없는 곳이라, 호텔 안에 있는 바는 이 여행의 목적상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 이곳 바와 바텐더의 평판은 이 근처에서 최고였고 즐거운 위스키 여행을 만들어주었다.

하일랜더 인(Highlander Inn)이라는 첫 번째 호텔은 스페이사이드에서도 유명 인사가 된 일본인이 운영하는데, 원래 이 호텔의 바텐더로 왔다가 호텔 주인이 은퇴하면서 인수하게 됐다고 한다. 일본인 특유의 성실함과 위스키에 대한 전문성, 탁월한 친화력으로 10여 년 만에 이곳 더프타운에서는 최고의 호텔이 되어 푸짐하고 맛있는 아침 식사와 근사한 스테이크, 치킨 요리 등 맛있는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호텔의 바는 스코틀랜드 각지의 훌륭한 위스키를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기에 매일 밤 나는 주량 이상으로 많은 위스키를 시음했다. 매일 밤 바에서 만난 영국인과 현지인(스코틀랜드인뿐만 아니라 영국인도 꽤 있었다)들과도 친해져, 3일 후 숙소를 건너편 크레이겔라키 호텔로 옮기고 나서도 저녁마다 이 바에 와서 그들과 위스키를 마시며 위스키와 국제 정세, 한일관계, 삶의 무게에 대해 치열한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와 성정이 비슷한 스코틀랜드인들은 친해지면 서로 술을 사주기도 한다. 나도 답례로 몇 차례 술을 사주며 친구가 되었고, 그중 몇몇과는 지금도 SNS로 연락하며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대부분은 이곳 주민이거나 출장 온 증류소 관계자들이고, 관광객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더욱이 나 같은 동양인은 아예 없었다. 사장인 미나가와 상은 나보다 젊은 연배인데 아직도 전표를 직접 손으로 일일이 써가며 주문에 대응했다. 대부분의 위스키는 한 잔에 4~6파운드, 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이라 나는 매일 밤 만원의 행복과 이따금 이만원의 사치를 누리곤 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거의 대부분의 바에서 파는 위스키 한 잔 가격은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다. 근래에 위스키 가격이 많이 올랐다지만, 이곳 바들은 최소한 그들이 예전에 구입했던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 한 잔 가격으로 위스키를 제공했다. 이는 위스키에 대한 스코틀랜드인의 애정과 그들만의 자존심이 아닐까 미루어 생각해본다.

며칠 후 옮긴 크레이켈라키 호텔은 하일랜더 인보다는 좀 더 규모가 커서 제대로 된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우리 식으로 하면 다양한 피순대(Blood Pudding)가 포함된 스코틀랜드식 아침 식사를 제공해주었고, 저녁 요리도 하일랜더 인보다 종류가 많아 셰퍼드파이나 하기스 같은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음식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만 이 호텔에는 매우 고전적인 바가 1층 레스토랑 옆에 있었지만 내부 수리 중으로 오픈하지 않아, 결국 매일 하일랜더 인의 바에서 그 바의 단골들과 일주일간 즐겁게 부대끼며 친구가 되었다. 비록 더 퀴익(The Quaich)이라는 멋진 바는 구경만 했지만, 레스토랑의 이름인 코퍼독(Copper Dog)을 따서 하우스 위스키를 만들 정도로 위스키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높은 호텔이다. 실제로 이곳 메인 바의 위스키 리스트는 여러 가지 전설적인 위스키를 포함하여 실로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 기회가 되면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위스키 코너에서 코퍼독 위스키를 집어 들고 라벨을 자세히 살펴보시라. 크레이겔라키 호텔 위스키라고 조그맣게 인쇄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호텔은 로비가 특히 근사하다. 고풍스러운 고가구와 영국 냄새 물씬 풍기는 소파, 거울과 두꺼운 커튼에 둘러싸여 봄날 오후 홍차를 마시며 낡은 소설책이라도 한 권 읽고 있다면 완벽하게 19세기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로 빙의될 것만 같았다.


▎글렌피딕을 보관하는 오크 통을 만드는 공장의 모습.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들이 1970년대를 전후하여 해외에 나갔을 때 사 왔던, 공항 면세점에서 주로 눈에 띄었던 그 시절의 양주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당시 중동의 건설 현장에서 일했거나 세계 각지를 누비며 상사맨으로 활약했던 주위 어른들에게 그 시절의 양주를 물어본다면 아마도 조니워커나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정도를 이야기할 테다. 동시에 그 시절 면세점 진열대 한쪽에는 글렌피딕이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창조자로 유일하게 서 있었고, 본격적인 싱글몰트의 시대가 열리기까지 20여 년을 치열하게 버티며 자리를 지켰다. 싱글몰트의 경쟁자이자 동업자들이 공항 면세점의 진열대를 채워나가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너무 느렸고, 10여 년 전부터 조금씩 맥켈란 같은 싱글몰트들이 등장했다. 물론 지금처럼 대부분의 면세점 진열대를 싱글몰트 위스키가 채운 것은 코로나로 홈술이 트렌드가 된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고, 사실 코로나 직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진열대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블렌디드 위스키들이 싱글몰트에 자리를 내주고 진열대의 중심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을 보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술맛은 역시 물맛?


▎스코틀랜드 각지의 수많은 위스키를 만날 수 있는 하이랜더의 바
흔히 술맛은 물맛이 좌우한다고들 한다. 전통주든 위스키든 모든 술이 물맛을 강조하는데 사실 여기에는 반전이 있다. 이는 결국 경제 논리에 따른 것이기도 한데, 대부분의 증류소는 대도시에서 떨어진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있다. 이곳에서 위스키를 증류하고 보관 창고에서 숙성하지만, 거기서 직접 병에 담아 출하하지는 않는다. 위스키 원액을 탱크로리로 실어 나르지 않고 작은 병에 하나씩 담아 출하하게 되면 물류비용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이다. 대략 60도 내외의 숙성된 위스키 원액을 대도시 인근의 보틀링 공장으로 운송하고, 이곳에서 40도 정도로 도수를 낮추어 병입 과정을 완료하는 것이 보통이다. 좀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우리가 마시는 위스키 한 잔 내용물 중 3분의 1가량은 글래스고나 에든버러의 수돗물이라는 것이다.

글렌피딕은 병입 과정도 증류소에서 다 이루어진다고 한다. 즉, 수돗물이 아닌 로비듀 샘물로 도수를 맞추어 병입하기에 나름대로 일관된 술맛과 물맛을 보여준다고 한다. 사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위스키에 수돗물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감별할 능력은 안 되니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마시지만, 여하튼 물맛 좋은 로비듀 샘물로만 채웠다고 하니 맛으로는 기대를 좀 해도 좋지 않을까? 글렌피딕 창업자인 윌리엄 그란츠가 로비듀 샘물 근처 땅 495만㎡(약 150만 평)를 사서 수원지의 오염을 원천봉쇄했다고 하는데, 당시 주변에서 엄청난 반대를 했다고 한다. 누구라도 당장 돈이 안 되는 일에 투자하는 것은 반대할 것 같지만 그 정도 고집은 있어야 창업자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정도는 안 되는 그릇이니 그저 즐겁게 위스키를 마실 뿐이다.

위스키 격언 중에 ‘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도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첨언하자면 모든 위스키는 자신만의 특별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위스키의 가치는 숙성 연수의 정도나 캐스크의 품질에 따른 가격차이 같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위스키가 가진 개성과 그 표현 방식, 즉 ‘Unique Expression’이며, 각각의 가치는 오직 이를 받아들이는 개개인의 판단이 아닐까 한다. 누구에게는 글렌피딕 30년보다 12년이 더 잘 맞을 수도 있고, 누구는 또 반대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모든 위스키는 온전히 동등하다. 이러한 Unique Expression으로 준거되는 가치 판단은 단지 위스키만은 아닐 것이고, 세상의 모든 사물과 인간, 환경 모두에 해당되지 않을까? 또 다른 존경받는 위스키 브랜드인 조니워커는 과거 스트라이딩 맨이라는 걸어가는 남성을 심볼로 내세웠는데, 최근에는 여성 심볼인 제인워커가 나오기도 했다. 또 다양한 개성과 특성, 인종적 배경을 가진 집단을 스트라이딩 그룹으로 내세워,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데 동참하기도 했다. 적어도 위스키의 세계에서만큼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집단이 모두 동등하듯이 개별 위스키의 가치 역시 온전히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스트라이딩 맨을 보며 우리도 이제 편견을 버리고 다 함께 미래로 가야 하지 않을까? 이때 어울릴 만한 위스키로는 외롭지만 고고하게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성공을 이뤄낸 글렌피딕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Keep Walking Glenfiddich!

※ 박병진(PJ Park)은… 1991년 IBM 신입사원으로 경력을 시작해 IBM, SAP, SK 등 글로벌기업의 임원으로서 지난 30여 년 동안 대한민국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해왔다. 2022년부터 딥러닝 기반의 무인 교통단속장비를 생산하는 (주)토페스의 CEO로 부임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의 유일하지만 집착적인 위스키 사랑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각종 증류주의 매력에 빠져 세계 각국의 증류소를 다니고 있으며, 2016년부터는 ‘Salon de PJ’라는 위스키 클래스로 기업체, 대학교, 단체 등에서 많은 사람에게 증류주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202304호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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