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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환 에임메드 대표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문 연 ‘불면증 앱 솜즈’ 

장봄이 기자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가 국내 첫 번째 디지털 치료기기 타이틀을 차지했다. 올해 하반기 국내에서 처방을 시작하고, 글로벌 시장 허가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지난 2월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DTx) 1호가 탄생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다. 기존 헬스케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달리 의사 처방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이 쏠리면서 미래 전망은 밝다. 전 세계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35억3729만 달러(약 4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20.6% 성장률이 예상된다. 오는 2030년에는 약 235억6938만 달러(약 30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선보였던 미국 기업 페어 테라퓨틱스가 지난 4월 초 파산 신청을 하면서 시장 분위기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한다.

지난 4월 4일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 개발사 에임메드 임진환 대표를 만났다. 향후 사업 계획과 산업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임 대표는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의 실패 원인을 두 가지 정도로 꼽았다. 그는 “페어 테라퓨틱스가 선도기업으로서 생태계를 조성하기보다 독점하는 데 집중한 것 같다. 이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장을 폐쇄적으로 만들었다”면서 “또 제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당연히 판매가 잘될 거라고 자만했다. 선도기업으로서 기업이나 환자, 정부, 의료기관, 의료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임 대표는 “페어 테라퓨틱스가 미국 선도기업으로서 문제가 있었지만, 국내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반면교사로 삼으려고 한다. 우리는 선도기업으로서 후발 기업들과 긴밀하게 협조해나가면서 산업 생태계를 먼저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에 경쟁을 하고자 한다. 파이가 없는 상황에서는 나눠 먹기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인 솜즈는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다만 정부의 혁신의료기기 사업 일환으로 선정돼 아직은 준상용화 단계다. 오는 6월부터 3년간 정부 허가를 받은 병원에서만 처방이 가능하고 정부 관리하에서 처방이 이뤄지게 된다. 그는 “불면증은 시장 규모도 크지만, 현재 병원에서 인지 행동치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 불면증 진단을 받아도 치료 기간 등 어려움이 있어 간단하게 수면제 처방만 받는다”고 설명했다.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 제공… 6~9주 치료 관리


솜즈는 앱을 통해 불면증 환자에게 인지행동치료법을 제공하게 된다. 그는 “인지행동치료는 본인이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환자 스스로 인지한 영역에서 잘못된 것을 교정해나가는 과정이다.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디지털 치료기기가 교정 관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솜즈는 환자가 앱에 로그인해 수면일기 작성과 수면일기 결과 확인, 수면제한요법, 수면습관 교육, 자극조절 및 이완요법, 인지치료 등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기존 수면제의 오남용,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수면제의 대체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수면제 처방 환자 수는 한 해에 70만 명 정도다. 실제 수면장애가 있어도 병원에 가지 않거나 민간요법으로 해결하는 환자도 많다. 잠재적인 추산으로는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300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또 다른 특징은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약이기 때문에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솜즈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에서 핵심은 ‘유효성’ 확인이다. 임 대표는 “실제로 유효성이 있는지가 향후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면 의학회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찬반 여론이 있겠지만 수면장애를 진단받으면 처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월부터 혁신의료기기 사업을 통해 어떤 환자에게 더 유효한지를 판단해서 처방을 권고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의사 입장에서도 수용성이 높은 환자 집단에 처방하기 때문에 수면의학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의료계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어서 환자들이 대체로 잘 따르고 있으나, 권위나 신뢰성이 디지털 치료제 처방에 담보가 되어야 수용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준상용화 단계… 비급여 문제 심평원과 지속 논의 중

국내 허가 규제에 대해서는 “정식 등재까지 패스트트랙이 생겼으면 한다. 정부 사업 기간이 3년 정도인데, 이후 정식으로 등재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상용화까지 최대 5~7년이 걸리는 셈”이라며 “빠르게 등재되어야 상용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가격(비급여 관련)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협의하고 있다. 그는 “가격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해외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80만원 대에 판매하고 있는데 국내는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 책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기존 수면제 가격과 비교하면 굉장히 비싼 편이다. 수면제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1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장기 복용하는 환자들은 1년에 12만원, 10년에 120만원을 쓴다. 하지만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치료받는 방식이 더 낫다.”

앞으로는 재처방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솜즈는 6주에서 9주로 관리가 끝나는데 병원에 와서 의사에게 재처방 진단을 받으면, 재처방 수가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나오려면 정식 처방이 있어야 하기 때문.

“올해도 매출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회사에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다. 이제 임상을 시작한 기업들이 품목허가를 받더라도 정식 출시 이전에는 적은 매출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 치료기기 매출에 대한 기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임 대표는 글로벌 시장 도전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프리 서브미션을 한 다음 거기서 어느 정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으면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독일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활발하게 허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규제당국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올해 두 시장에 모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보다 독일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독일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 23개 정도가 1년에 걸쳐 선진입했고, 후평가를 받게 된다. 23개 애플리케이션이 정식 등재된 상태이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오히려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워치 협업도 논의 중이다. 임 대표는 “스마트워치에 적용하면 수면 효율을 파악할 수 있다. 의사 처방을 받지 않아도 수면을 본인이 관리하는 모델을 적용해 효율을 낼 수 있어 스마트워치 제조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유치 계획과 관련해서는 “올해 가능하면 투자를 더 받으려고 한다. 예전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투자를 받아야 디지털 치료기기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케어나 헬스케어 플랫폼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메인 사업인 디지털 치료기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올해는 최소한 100억원 정도 더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제약사에서 투자받거나 아니면 기존의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투자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회사는 재투자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나서 재투자하고 있고, 2021년 10월에는 180억원 규모 펀딩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30억원을 투자받았다. 펀딩 금액 일부를 예비비로 남겨뒀고, 또 다른 사업에서 남은 이익을 배분할 수 있는 구조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상태여서 긴 호흡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임메드 매출은 2016년 158억원, 2017년 192억원, 2018년 198억원, 2020년 198억원을 기록했다. 기업공개(IPO)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DTx 테마가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추가로 투자를 받아서 IPO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은 주의력결핍과 다행동장애(ADHD) 질환이다. 현재 불면증 치료제 다음으로 상용화가 가장 빠른 후보물질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 4월 19일 웰트가 개발한 디지털 치료기기 ‘WELT-I’를 두 번째로 품목허가 승인했다. 솜즈와 같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 모바일 앱이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수면 효율을 높여 불면증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데 사용하도록 허가됐다. 치료는 총 6주간 사용하게 된다.

- 장봄이 기자 jang.bomyi@joongang.co.kr 사진 최기웅 기자

202305호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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