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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 스트락스 대표 

럭셔리 하우스 짓는 남자 

신윤애 기자
우리나라 아파트와 빌라는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지어진다. 시간, 비용, 범용성 면에서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박광 스트락스 대표는 정반대의 생각으로 집을 짓는다. 효율에만 얽매이지 않고 ‘집은 사는(buying) 게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공간을 다르게 설계하고 디자인한다.

▎고급 빌라 브랜드 어퍼하우스를 만든 박광 스트락스 대표.
“집을 설계하기 전 가상의 가족을 떠올려 봤습니다. 40대 치과의사 부부, 피아노를 전공하는 딸과 미술을 전공하는 딸이 함께 사는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려봤죠. 이렇게 집 18채를 저마다 고유의 스토리를 담아 지었습니다. 그랬더니 상상 속 가족과 비슷한 분들이 찾아오더라고요.”

지난 4월 25일 서울 논현동에 있는 스트락스 사무실에서 만난 박광 대표가 2009년 ‘방배동 어퍼하우스 1차’를 구상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어퍼하우스는 스트락스의 고급 빌라 브랜드다. 건축주에게 의뢰를 받아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스트락스에서 기획부터 설계, 시공, 인테리어 등 전 과정을 도맡아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단지여도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모두 다른 구조와 디자인으로 지어진다. 이미 완성된 집을 분양받는 시스템인데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집, 럭셔리한 거주 공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연예인과 대기업 오너, 자산가 등이 100억원이 넘는 고가에 분양받아 거주한다. 어퍼하우스는 현재 방배(1~3차), 청담, 남산, 해운대 등에 들어서 있다. 박 대표는 “40평대에 방이 4개 있길 원하는 사람, 70평대인데도 방이 2개면 된다는 사람 등 저마다 거주 공간에 대한 니즈가 다르다”며 “이에 맞게 집은 다양한 모습이 돼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스트락스를 창업하기 전 디초콜릿 커피 대표이사와 건축사무소 SAY 어쏘시에이트 이사를 지내며 15년간 건축업계에 종사했다. 그는 “이름도 날리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크리에이터로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고 토로했다. 건축사무소는 용역이다 보니 대부분의 결정권을 건축주가 쥐고 있어 크리에이터의 창의력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고. 박 대표는 “누가 더 저렴하고 빠르게 지을 수 있는지를 두고 경쟁하는 입찰 시스템에서 벗어나 비용과 시간이 좀 더 들더라도 내가 만족할 만한, 사는 사람이 만족할 만한 집을 짓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09년, 박 대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트락스라는 건축사무소를 차려 독립했다. 디초콜릿 커피, 컬처앤네이처, 여수 EXPO LG기업관, 스페인 클럽, 아난티 청담 등 다양한 기업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한편, 스트락스 주도로 짓는 브랜드 어퍼하우스를 론칭했다.

어퍼하우스는 우리나라 주거공간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보통은 공간을 최대한 넓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집중하지만, 어퍼하우스는 비움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궁궐이나 서원에 사람들이 쉬고 사색하는 중정이 있듯, 비워진 공간을 마련해 여유로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아무리 작은 공간이어도 집 한두 채쯤 더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비워둔다”며 “이 공간을 로비로 사용하는데, 사계절 내내 푸를 수 있도록 계절을 대표하는 식물들로 조경을 한다”고 설명했다.

일하는 방식도 업계 관행에서 벗어났다. 박 대표는 “우리가 기획, 설계부터 시공, 인테리어, 마케팅, 세일즈까지 총괄한다”며 “건축의 밸류체인 전반을 한곳에서 담당하는 건 국내에서 스트락스가 유일하다”고 자부했다. 게다가 자금조달, 수금 등 비용 관련 업무를 제외한 모든 일을 디자이너가 담당한다. 그는 “마케팅, 세일즈도 전문 분양사에 맡기지 않고 우리가 직접 한다”면서 “잠재적 고객들에게 디자이너가 직접 특정 자재를 선택한 이유부터 공간을 꾸며나간 과정을 스토리텔링하듯이 설명한다”고 말했다. 고객들도 단순히 얼마짜리 자재인지, 얼마나 유명한 브랜드인지 설명하는 것보다 더 만족해한다고 박 대표가 덧붙였다.

효율을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다 보니 자금만큼은 박 대표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방배동에서 어퍼하우스 1차를 짓던 중 자금이 바닥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는 “공사가 70%쯤 진행됐을 때 자금이 부족해졌다”면서 “우리는 유치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구매자들이 나머지 금액만 지불하고 공사를 마무리하면 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직접 대출을 받아 박 대표에게 공사 자금을 보태며 완공을 부탁한 것이다. 그는 “어퍼하우스의 취지에 공감하고 믿어준 고객들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일”이라고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어퍼하우스 1차는 성공을 거뒀고, 곧바로 옆 동네에 어퍼하우스2차, 3차 프로젝트에 돌입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엔 스트락스의 취지와 실력을 높이 평가받아 투자를 유치하는 호재도 있었다. 부동산 혹한기에 알파자산운용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중이다. 자산가들의 까다로운 취향에 맞춰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는 설계·시공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제 모든 꿈을 다 이뤘다”고 했다. 그토록 열망했던 크리에이터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봤고, 앞으로 예정된 공사 물량만 수년 치가 된다고 한다. 그는 “이제 눈을 좀 돌려보려고 한다”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했다. 전체 업무의 50%였던 주거 프로젝트를 30% 정도로 줄이고, 주거 외 공간 개발 사업이나 복합문화시설 등 레저 관련 사업에 더 투자할 생각이다.

“충남 태안 안면도 꽃지지구 내 4297㎡(130만 평) 규모 부지에 최고급 레저시설과 고급 오피스를 짓는 사업에 참여 중이고 강원도 홍천에 들어설 카스카디아 골프장의 기획·설계를 맡고 있습니다. 카스카디아는 최고급 CC가 될 수 있도록 스트락스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요. 골프장 내에 230m에 이르는,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큰 인공폭포도 있습니다. 또 별장처럼 이용할 수 있는 단독주택 16채도 있는데, 60억원대 고가인데도 벌써 완판됐습니다. 7월에 프리오픈을 할 예정입니다.”

동시에 대중들에게 어퍼하우스를 알리는 작업도 진행한다. 어퍼하우스는 모델하우스를 만들지 않는 브랜드로, 지금까지 구매자가 아니면 집의 내부를 볼 수 없었다. 박 대표는 “럭셔리라는 건 직접 써보고 경험해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어퍼하우스를 경험하고 그 가치를 알아봐주길 원하는 마음에서 오픈하우스를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복합문화공간 조성에도 3년째 힘쓰고 있다. 조선내화에서 소유한 33000㎡(1만 평) 크기의 공장을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다. 용광로의 쇳물이 이동하는 구간을 보호해주는 내화 벽돌로 만든 공장인데, 1908년부터 가동된 역사적인 공간이다. 1980년대에 조선내화가 광양으로 옮겨가며 가동이 중단됐고, 그 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조선내화에서 그 땅을 지키기 위해 문화재로 기부했습니다. 이후 직접 비용을 들여 관리하고 싶어 했죠. 저희가 그 프로젝트를 맡아 5년 동안 전력을 투입했어요. 일종의 재능기부랄까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와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로 입지를 굳힌 어퍼하우스. 그 비결을 두고 박 대표는 ‘효율의 늪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럭셔리 브랜드를 만드는 장인정신을 빗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최근에 에르메스에서 만든 작은 휴지통을 봤어요. 화장대 옆에 놓을 정도로 작은 크기인데 농구 골대의 그물처럼 생겼어요. 가죽으로 만든 그물인데 끊기지 않고 64m가 연결돼 있다고 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르메스의 장인이 휴지통을 만들면서 ‘어떻게 하면 싸게,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과연 고민했을까. 그렇지 않았겠죠. 저도 그 장인정신을 본받아 효율의 늪에 갇히지 않고 럭셔리 주거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리라 다짐했습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 사진 임익순 객원기자

202306호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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