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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은 요크 대표 

세상을 돕는 혁신 

노유선 기자
‘솔라페이퍼’와 ‘솔라카우’, ‘솔라밀크’ 등 태양광 충전 제품으로 CES에서 거듭 혁신상을 받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 요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아얀투라는 커피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다소 ‘쌩뚱맞다’는 반응을 낳았다.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장성은 요크 대표가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에 혜택을 제공하는 ‘솔라카우’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대중과 프로젝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커피라는 매개체를 택했다”고 말했다. 솔라카우 프로젝트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봤다

▎요크의 ‘솔라카우’는 아프리카의 초등학교 약 30곳에 설치돼 있다.
2018년 7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직원 다섯 명이 소 조형물을 일일이 분해했다. 각자 캐리어를 열어 조형물의 다리 네 개와 몸통을 넣고서 비행기에 올랐다.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었다. 태양광 충전 패널이 탑재된, 귀하디 귀한 조형물을 이끌고 이들은 아프리카 케냐로 향했다. ‘솔라카우(Solar Cow)’라 불리는 태양광 충전 스테이션과 ‘솔라밀크(Solar Milk)’라는 배터리를 케냐 포콧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보급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현지답사조차 없었다. 이들의 리더인 장성은(40) 요크(YOLK) 대표에게도 아프리카는 초행길이었다. 장 대표는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2012년 설립된 요크는 디자인과 기술을 융합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이다. YOLK가 한국어로 노른자를 뜻하듯이,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해결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국제가전제품박람회)의 단골 수상자이기도 하다. 2017년 얇고 가벼운 태양광 충전기 ‘솔라페이퍼(Solar Paper)’로 혁신상을 수상한 이후 2019년 ‘솔라카우’로, 2022년 ‘솔라카우 시스템-라디오 버전’으로 혁신상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아얀투(AYANTU)’라는 커피 브랜드를 론칭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솔라페이퍼는 가방에 부착할 수 있는 휴대용 태양광 충전기다. 일본 얼리어답터들이 지진 대비 장비로 선호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노른자’는 솔라페이퍼보다는 ‘솔라카우’ 프로젝트다. 250개 가정의 하루치 전기량을 충전할 수 있는 태양광 충전 스테이션 솔라카우는 현재 아프리카 3개국(케냐·탄자니아·콩고민주공화국)의 초등학교 약 30곳에 설치돼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 동안 충전이 끝난 휴대용 모듈형 배터리 ‘솔라밀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으로 세상을 이롭게


4월 17일 경기도 의왕시 인덕원에 있는 요크 사무실에서 만난 장 대표에게 ‘어쩔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물었다. 무엇이 그를 아프리카로 향하게 했을까. 그는 “태양광처럼 누구나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소형 기기에 담고 싶었고 그 결과물이 솔라페이퍼였다”며 “그런데 정작 수요는 국가적으로 전력 공급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다큐멘터리 한 편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개도국의 현실을 대략적으로 알게 됐다면 인터넷 서칭으로 더욱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게 됐다.

“‘태양광 충전기를 이용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텐데?’라는 물음과 함께 솔라카우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개도국에선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전기료가 상당히 비싼 편이죠. 두 가지 문제를 연결하면 해결책이 나오겠다 싶었어요. ‘전기’라는 값비싼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개도국의 빈곤층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노동 착취’라고 비난하고 출석을 강제할 수는 없었다. 마을이나 부족마다 통용되는 관습과 문화가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마사이족의 경우 첫째 아들은 그들에게 소중한 소를 돌보는 것이 전통이다. 장 대표는 각 부족이 반발심을 일으키지 않도록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설득했다.

“물론 전기 대신 등유(케로신)를 쓸 수도 있죠. 하지만 등유는 집 안 천장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로 인체에 유해한 탄소가 방출돼요. 호흡기질환, 더 나아가 암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글로벌 기후변화에도 악영향을 주고요. 심지어 가격대도 아프리카 지역에선 높습니다. 백해무익하다고 볼 수 있죠.”

커피 한 잔이 한 가정의 빛이 된다면

아프리카 지역에서 한 가정의 수입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0%에 달한다. 아프리카 부모들은 장 대표의 제안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게 설거지를 시키는 대신 학교에 보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학교는 케냐 서부 포콧에 있는 체모릴(Chemoril) 초등학교였다. 한 비정부기구(NGO)가 수도에서 먼 곳에 자리해 전력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소개해줬다고 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프리카 지역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출석 학생 수는 매 학기 100명가량 줄어들지만 솔라카우가 설치된 초등학교에서는 오히려 출석 학생이 늘고 출석률도 10%대 초반가량 증가했다. 특히 솔라카우 프로젝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빛을 발했다.

요크는 솔라밀크에 라디오·MP3 기능을 탑재해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해도 학습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추수 기간 일손이 부족한 가정의 학생은 집안일을 돕느라 학교에 가지 못해도 라디오를 들으며 수업을 뒤따라 갈 수 있었다고 한다. SD카드에 저장한 교육 콘텐트를 반복 재생해 복습도 가능하다. 등유를 태양광 랜턴으로 대체하면 하루 탄소배출량을 5g가량 줄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시카고예술대학(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SAIC)에서 ‘Design object’를 전공한 장 대표는 디자이너 대신 창업가의 길을 택했다. 그는 “자유롭게 뭐든 시도할 수 있는 직업을 꿈꾸다가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크의 선한 영향력과 혁신성은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2018년 벨기에의 인도주의 콘퍼런스인 AidEx에서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독일 디자인 어워드인 iF에서 소셜 임팩트상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는 ‘이달의 산업기술상’에서 사업화기술부문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2019년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파트너로 선정됐다. P4G는 녹색경제 관련 5대 중점 분야(식량·농업,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에서 민관협력을 촉진하는 국제 협력체로,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남아프리카, 네덜란드, 베트남 등 12개 국가가 속해 있다. 장 대표에게 솔라카우 프로젝트의 첫 시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당시를 회상하며 “돌이켜보면 현지답사도 해보지 않은 채 어떻게 그랬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 궁극적으로 개도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워낙 컸다”며 “이국적이라 두려운 게 아니라 오히려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자신을 일컬어 ‘경주마 스타일’이라고 했다.

“저는 뭐에 꽂히면 그냥 하는 편이에요. 아이디어가 실현될 때까지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합니다. 성사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아요. 한 번은 아프리카 숙소에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잠들어 있는 셰프를 깨운 적이 있어요. 숙소에서 초등학교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에 조식을 먹을 시간이 부족해서 런치 박스를 부탁했죠. 그만큼 간절함이 컸습니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커피 브랜드 아얀투를 론칭했다. 아얀투는 에티오피아에서 흔한 여자아이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솔라카우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알릴 방법으로 커피를 택했다”며 “한국에는 길거리마다 카페가 많지 않나. 커피를 이용해 솔라카우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면 공감을 얻을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아얀투는 솔라카우 프로젝트의 외연을 확장하는 수단인 셈이다.

“아얀투 커피를 마시면 매출의 10%를 솔라카우 설치 및 운영에 사용합니다. 다시 말해, 아얀투 커피 한 잔은 한 가정의 하루치 빛이고 아이들을 학교로 가게 하는 매개체인 것이죠. 아얀투 커피를 365일 마시면 한 가정의 1년치 불을 켜주는 셈이에요. 요즘 착한소비 및 환경보호 트렌드가 퍼지면서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늘었는데, 텀블러 외에도 개도국 빈곤층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아얀투 커피를 마시는 겁니다.”

아얀투 커피 원두는 에티오피아 현지 농장에서 수입한다. 장 대표는 농장주를 직접 만나 ‘솔라카우를 설치해줄 테니 최고의 원두를 판매해달라’고 설득했다. 아얀투는 ‘에티오피아 CoE(Cup of Excellence)’라는 커피 대회에서 상위 30위권에 든 원두만 취급한다. 드립백, 콜드브루, 캡슐 등으로 제품화된다. 장 대표는 “한국에서 시판 중인 대부분의 커피는 1kg당 3000~5000원 수준이고 스페셜티는 1~2만원가량이다”라며 “그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의 원두를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크의 올해 목표는 아프리카에 10마리 이상의 솔라카우를 설치해 2500개 가정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GCF(녹색기후기금)나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스케일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장 대표는 “지속가능한 솔루션으로 혁신을 거듭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사진 최기웅 기자

202305호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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