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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750S 한국 상륙 

전설을 깨부수는 새로운 강자 

이진원 기자
이름 그대로 750마력을 자랑하는 영국의 슈퍼카 맥라렌 750S가 지난 8월 13일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750S는 720S의 후속 모델로, 부품 약 30%를 교체해 경량화, 강력한 출력, 첨단 에어로다이내믹 등 맥라렌 양산 모델 중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갖췄다.

▎맥라렌 750S는 3994ccV8 트윈 터보 엔진을 미드십에 탑재해, 정지부터 100㎞/h까지 불과 2.8초 만에 가속하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 사진:MCLAREN
맥라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750S를 접하고 바로 2022년 단종된 720S의 레거시를 생각할 것이다. 스타일링, 실루엣, 비스듬히 위로 올라가는 독특한 디자인의 차 문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다만 앞면 코부분이 기존보다 날렵해졌고 뒷부분의 디자인도 변경됐다.

높이가 1196㎜밖에 되지 않는 낮은 차체, 대형 휠과 얇은 타이어의 조합은 슈퍼카로서의 존재감을 높여 당장이라도 빠르게 튀어 나갈 듯하다.

750S는 쿠페와 스파이더 두 기종으로 출시됐지만 한국에서는 스파이더를 선보였다. 쿠페와 스파이더는 중량에서 차이가 난다. 쿠페는 1389kg에 불과한데, 720S보다 30kg을 덜어낸 무게다. 경쟁 모델인 페라리 F8트리뷰토는 1435kg이다. 국내에 선보인 스파이더는 쿠페보다 리트랙터블 하드톱, 롤 오버 시스템 등을 추가해 49kg이 더 나가 1438kg이다.

맥라렌 사상 최경량이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보디, 서스펜션 시스템, 브레이크 등 모든 것의 중량을 줄였다. 자동차업계에서 경량화는 끊임없이 추구해온 꿈의 목표로, 이를 위해 첨단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750S는 탄소섬유의 적용을 확대해 괄목할 만한 경량화를 이뤄냈다. 시트를 받치는 셸에 고강도 탄소섬유를 사용해 720S보다 17.5kg 경감, 10스포크 초경량 단조 휠로 13.8kg 경감, 탄소섬유 적용 리어윙도 1.6kg가량 가볍다.


경량화와 에어로다이내믹 덕분에 주행 중 다운포스(공기저항을 이용해 차체를 바닥으로 눌러 접지력을 확보)를 강화했으며, 한층 고속성을 추구할 수 있다.

정지에서 200㎞/h까지 7.2초, 300㎞/h까지 19.8초로, 액셀을 밟으면 몸이 시트로 내리꽂히는 쾌감을 최고조로 느낄 수 있다.

맥라렌 아시아 태평양 총괄 샬롯 딕슨은 8월 13일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론칭쇼에서 “맥라렌 750S는 슈퍼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라며 “750S는 경계를 허물고 한계 너머를 추구하는 맥라렌 DNA의 결과물로서 경량화와 기술 혁신의 가치로 집약된다”고 말했다. 실제 행사장에는 750S의 슬로건을 ‘Benchmark, Beaten’으로 내걸었다. 전설의 슈퍼카 720S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준점이 750S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디자인의 진화


맥라렌은 애스턴 마틴, 부가티, 벤틀리에서 활약했던 독일계 디자이너 토비아스 슐만을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영입했다. 또 페라리 수석 엔지니어인 독일계 미샤엘 라이터스를 2022년 4월에 CEO로 영입했다. 맥라렌은 세계 굴지 슈퍼카 브랜드의 에이스들로 전열을 정비한 것이다.

하지만 750S의 디자인은 롭 멜빌 디자인 디렉터가 강조했던 ‘자연의 조형으로부터 영감’이라는 테마를 유지하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아름다움의 극단은 리어뷰다. 차체를 경량화하고 엔진 룸의 열기를 빼기 위해 펀칭된 금속판은 유기 생명체를 떠올리게 하는 곡선으로 조형돼 후면에 전폭적으로 적용됐다. 맥라렌의 심미관을 좋아하는 이라면 750S의 개성적인 후방 곡선에 반할 것이다.

오묘하고 처음 느켜보는 맥라렌의 컬러도 매우 신선하다. 맥라렌은 750S를 위해 독점 개발한 멀티 톤 도색의 스펙트럼 테마를 제시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맥라렌 운전자에게 독창적인 경험을 주기 위해 맥라렌 스페셜 비스포크 디비전 MSO(McLaren Special Operations) 소속의 세계적 도색 테크니션들이 차세대 도색 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스펙트럼 블루, 스펙트럼 오렌지, 스펙트럼 그레이 등 총 3가지 컬러이며 독특한 추가 컬러 옵션 간 조합도 가능하다. 신차 발표회장에 선보인 750S는 아이스 화이트로, 우유를 머금은 메탈릭 빙산 느낌(?)의 컬러였다.




추가로 750S에서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은 배기음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역과 고역 사운드가 섞여 품위 있는 박력을 느끼게 하는 배기음이라는 평가다. 앞서 설명한 후면의 스테인리스스틸 중앙 배출 배기 시스템은 새롭고 선명한 배기음을 만든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2차, 6차 사운드를 줄이고 4차 음향이 돋보이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맥라렌 측의 설명이다. 다양한 실험 끝에 8차 사운드를 개선해 높은 엔진 회전 수에서 더욱 웅장하고 흥분을 고조하는 음색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복잡한 설명보다 실제 들어보기를 권장한다.


맥라렌 750S의 국내 출고가는 4억원대이다.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앞서 출시한 국가들에서 2023년 분은 이미 매진되고 2024년 분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사전 예약 시기는 미정이며, 일반적으로 사전 예약 후 길게는 1년 후에 차를 전달받는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박스기사] 맥라렌의 역사


▎맥라렌 본사 전경.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미래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맥라렌은 뉴질랜드 출신의 레이서 겸 엔지니어였던 브루스 맥라렌(Bruce McLaren)이 1963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이싱팀을 설립하면서 역사를 시작했다. 브루스 맥라렌은 1970년, 서킷에서 테스트 드라이빙 도중 일어난 사고로 불과 32세 나이에 요절했지만, 그가 만든 팀은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 이후 F1을 대표하는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맥라렌 레이싱팀은 F1 월드 챔피언십에서 총 20회 우승, 각국 F1 그랑프리 대회에서 총 183회 우승, 인디애나 폴리스 500마일 레이스에서 총 3회 우승했으며 르망 24시 레이스에서는 첫 출전에 우승트로피를 거머줬다.

1960년대에 브루스 맥라렌은 맥라렌 최초의 일반 도로용 슈퍼카인 ‘맥라렌 M6GT’를 선보이고 양산 프로젝트로 250대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그의 사망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1981년 팀 엔지니어였던 론 데니스(Ron Dennis)가 팀을 인수한 후, 투자를 받아 TAG 맥라렌 그룹을 설립했고, 1985년에는 양산차 제작회사인 맥라렌 카즈(McLaren Cars)를 설립했다. 2010년 맥라렌 오토모티브(McLaren Automotive)로 재출범, MP4-12C 출시를 시작으로 이후 여러 모델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양산차 제조업체로서 자리매김했다.

맥라렌 MSO(Mclaren Special Operations)는 벤틀리의 뮬리너, 람보르기니의 에드 퍼스넘처럼 맞춤형 비스포크 방식의 부서다. 신규, 또는 기존에 제작된 차량도 다시 추가적으로 고객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으며, 모델마다 차량의 외관과 특성을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설계해준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310호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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