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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선정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 3인 좌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 

장진원 기자
다보스포럼은 해마다 기술 기반 혁신 창업가 100명을 선정한다. 지구적 관점에서 사회적 기여가 가능한 유망주를 뽑아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는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가 3명이 한꺼번에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젊은 창업가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공유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한국의 테크 파이오니어 3인과 배양숙 글로벌인사이트포럼 대표가 자리를 함께했다. 왼쪽부터 성기광 닷 대표, 김대훈 누비랩 대표, 배양숙 글로벌인사이트포럼 대표, 서상덕 S2W 대표.
해마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는 글로벌 경제·기업·학계·언론을 이끄는 리더들이 참석한다. 순수한 민간 회의기구이지만 ‘세계 경제올림픽’으로 불릴 만큼 국제 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행사가 열리는 지역명을 따 ‘다보스포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매년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이하 테크 파이오니어)’를 따로 선정해 발표한다.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젊은 기업가들이 대상이다. 세계 경제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주 중에서 100명을 뽑는데, 올해는 한국의 스타트업 CEO가 3명이나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지속가능성, 기후변화, 헬스케어 등의 분야가 심사 및 선정 기준이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향하는 테크 파이오니어 CEO 3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상덕 S2W 대표, 김대훈 누비랩 대표, 성기광 닷(Dot) 대표다. 배양숙 글로벌인사이트포럼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배 대표는 인문학 강연을 중심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젊은 리더들, 벤처·스타트업 기업가들을 한데 모아 이들을 육성하고 지원해 스타트업 업계 ‘대모’로 불린다.

테크 파이오니어란 무엇이고, 어떻게 선정되나?

서상덕: 처음 알게 된 건 투자사를 통해서였다. 한번 지원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였다. 선정되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증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공익에 기여하는 회사라는 인증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열심히 준비해서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2년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안 됐구나 했는데 올해 연락을 받아 굉장히 놀라고 기뻤다.

김대훈: 선정 후에 보니 기술력뿐 아니라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모토에 기여할 만한 자질이 있는 기업을 뽑는다고 하더라. 매년 전 세계에서 딱 100개 기업만 선정된다.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한가, 세상에 없는 기술인가, 세계 경제·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가가 주요한 선정 기준이다. 또 누적투자 300억원 미만의 스타트업이 대상이다. 철저하게 미래 가능성을 본다는 뜻이다.

배양숙 대표님은 이번 테크 파이오니어 선정에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배양숙: 다보스포럼의 테크 파이오니어 담당자로부터 한국의 창업가들을 소개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글로벌인사이트포럼에서 자체적으로 15명을 1차 선정했고, 최종 7명을 추천했다. 창업가를 직접 모셔 IR을 듣고 엄선해 후보군을 추렸다. 추천 조건으로 한국에서 무조건 3명 이상을 뽑아달라고 했는데, 정말 올해 3명이 선정돼 놀랐다. 내가 추천한 창업가 중에선 성기광 대표가 이끄는 닷(Dot)이 선정됐다. 내년에는 다보스에 우리 창업가 100명 이상을 데려갈 계획이다. ‘한국창업가의 밤’을 열려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이 엄청 쏠리고 있다. 다보스는 그 자리에서 바로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곳이다. 우리 젊은 기업가들에게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고 싶다.

각자 기업 소개를 부탁한다.

김대훈: 2018년 11월에 창업했다. 경험에만 의존하는 음식 산업의 한계와 문제들을 데이터로 풀어가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량 예측, 식단 구성, 조리방식 최적화·자동화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3D와 AI로 음식의 양과 종류를 스캔한다. 구내식당 등 1000명이 넘는 대형 급식시설의 퇴식구 컨베이어벨트에서 남은 음식을 스캔해내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음식, 영양, 가격 등을 데이터로 분석해낼 수 있다. 음식 소비의 최적화다. 쓰고 남은 식재료나 음식 쓰레기도 실시간 스캔해 어떤 식재료를 얼마나 절감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버려지는 음식을 최소화하고, 식당에선 식재료 주문을 최적화할 수 있다. 비용 절감과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한 구조다. 유치원이나 학교 급식 등은 아이들의 식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편식 습관이나 영양 밸런스를 잡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개인 맞춤형 식단 제공이 가능하다.

기술 개발에 나선 계기가 궁금하다.

김대훈: 현대자동차에서 8년간 선행기술연구원으로 일했다. 흔히 말하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율주행은 주변을 빠르게 인식(스캔)해서 판단해야 한다. 현재 누비랩의 기술과 90% 이상 일치한다. 운동을 좋아하는데 점심 먹을 때마다 잔반이 너무 많이 나오더라. 자동차는 연비 0.1%를 줄이기 위해 오만가지 데이터를 동원하는데, 음식은 영양사 1~2명의 경험치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 세계 음식 산업이 얼마나 규모가 큰가. 이런 시장이 개인 경험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 생각했다. 직접 음식을 스캔해서 데이터를 뽑아 식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더니 너무 좋아했다. 결국 창업에 나섰다. 마침 운 좋게도 2019년 국방부에서 우리 솔루션을 채용해주었다. 그 후 싱가포르 국방부에서도 수주를 받았다. 현재는 100여 곳에 우리 솔루션이 보급돼 있다.

S2W는 사이버보안 업체다. 소개 부탁한다.

서상덕: 2018년 9월에 창업한 5년 차 스타트업이다. 카이스트 네트워크 보안연구소에서 다크웹 수집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했다. 현재 카이스트 교수 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인 신승원 교수가 공동창업자다. 둘 다 카이스트 전자과 출신이다. 이후 나는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전략기획과 경영학 학위를 받았고, 신 교수는 미국에서 보안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부임했다. 각자 컨설팅 기업과 대기업에서 8년 정도 일하다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섰다.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다크웹이나 가상자산 분야의 취약점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 초기에는 자연스럽게 군(軍)이나 금융 등 기관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다크웹 등의 사이버보안 기술을 갖추면서 B2B 사업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기업 등도 우리를 많이 찾는다. 2018년에는 인터폴 공식 파트너 기업으로 선정돼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용 패드를 개발한 닷도 인상적이다.

성기광: 2015년 4월에 창업해 현재 김주윤 공동대표와 함께 운영하는 체제다. 우리의 비전은 ‘Making the world accessible Dot by Dot’이다. 점과 점을 연결해 세상을 더욱더 접근 가능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시각장애인은 디지털 그래픽 정보를 습득하는 게 매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각장애인이 촉각으로 그래픽을 만져 인지할 수 있는 ‘닷 패드’를 개발했다. 촉각 디스플레이 디바이스다. 또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개발해 교통시설, 박물관, 정부 청사 등에 설치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공공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보급하려 한다. 지금은 시각장애인용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닷이 모든 장애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을 포함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혁신 제품, 기술을 개발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들도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무대를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세 분은 어떤가?

김대훈: 사실 국내 스타트업 중 올해 CES에 가장 큰 부스를 마련한 곳이 누비랩이다.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면에서 음식물 쓰레기에 관심을 두는 기업이 많다. 특히 대형 급식업체들의 관심이 크다. 글로벌은 아예 스케일이 다르다.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한 회사가 운영하는 사업장만 3만 개가 넘어설 정도다. 현재 미국 대형 기업과 사업 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급식시장만 해도 16조원에 달한다.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솔루션을 제공하는 곳들도 있는데, 주로 쓰레기통에 저울을 달아 데이터를 얻는 방식이다. 우리는 기술적 차별성이 크다고 자부한다.

서상덕: S2W의 1호 고객이 인터폴이다. 국제 해킹이나 범죄 조직에 대한 제보, 활동 등을 분석했다.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 대한 분석도 같이 제공한다.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범죄가 많은 나라들이 대상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정부 기관과 20억원이 넘는 수출 계약을 맺었다. 대만, 싱가포르, 일본,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파트너사들과 총판을 협의 중이다. 다크웹 수집과 분석에서 우리가 훨씬 앞서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다크웹을 학습한 언어모델인 ‘다크버트’를 ACL(Association for Computational Linguistics, 전산언어학학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ACL은 세계 3대 자연어처리(NLP) 학회 중 하나다. 여러 AI 언어모델이 있지만, 다크웹 전용 언어모델은 우리가 처음이다. AI와 보안 분야 양쪽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AI가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보안이다. 현재 유엔, 인터폴 등과 함께 다크버트를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세계 여러 기관에서 다크버트 기술과 솔루션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성기광: 닷은 창업 초기부터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에게 우리 제품과 비전을 전달하려 노력해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시각장애인 수는 약 2억85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살고 있는 나라에 관계없이 대부분 디지털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디지털 그래픽 정보는 접근에 더 많은 어려움과 제약이 따른다. 닷은 각국 정부 및 시각장애인 단체들과 협력하며 디지털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전 세계 모든 시각장애인에게 우리 제품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이다.

배양숙 대표님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대모로 꼽힌다. 젊은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배양숙: 글로벌인사이트포럼 멤버 구성 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인성이다. 인성이 제대로 갖춰져야만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가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출과 수익도 중요하지만, 오늘 세 분처럼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고 비전을 세우는 기업이 많아지면 좋겠다. 현실적인 조언도 더하고 싶다. 스타트업 창업 후 성공한 사업가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분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설때 ‘100% 투자받을 수 있다’고 전제하지 않는다고 한다. 창업 후 실제로 투자받는 스타트업은 전체의 10%도 안된다. 특히 요즘처럼 투자가 얼어붙을 때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두는 쪽이 유리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A라는 기술을 실현하는 데 올인하기보다, 현실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대안을 따로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자들도 이런 기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 후에는 기업의 경영 상황과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걸 추천한다. 문제를 감추는 데 급급하다가 더 큰 낭패를 보는 사례가 많다.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 서로 예측 가능한 상황이라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젊은 창업가들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세 분은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나?

김대훈: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지’ 스스로 정의하려 노력한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오면서 ‘돈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의 기술이 세상에 줄 임팩트가 얼마나 클지 생각하니 가슴이 마구 뛰었다. 실제로 기업경영에 나서 보니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더라. 푸드 시장은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크면서도 디지털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분야다. 그만큼 우리 기술의 효과와 임팩트가 크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선하고 지속가능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

서상덕: 사이버보안은 사회적 공기(公器)의 성격이 크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보안 이슈는 돈을 낸 고객들에게만 알려줄 수도 없다.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분야가 바로 사이버보안이다. 거창하지만 우리 기술로 사회정의가 구현되고 범죄자를 단죄하거나 줄일 수 있다면, 그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사이버 세계라는, 조금 더 접근하기 어렵고 새롭게 등장한 위협을 잘 다루는 기업이 되겠다. 현실적으로는 사내 구성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 스케일업이 될수록 ‘이들이 직장을 잃게 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는 맘이 더 커진다. 어떻게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커가야 한다.

성기광: 창업 초기부터 유지해온 닷의 비전은 ‘Making the world accessible Dot by Dot’이다. 점과 점을 연결해 더 가까운 세상을 만들 듯, 스타트업은 세상에 있는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혁신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각장애인 정보 접근성 분야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김상선 기자

202311호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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