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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혜 포들리 대표 

진정한 펫 프렌들리 서비스를 위하여 

신윤애 기자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펫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큰 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시도는 많지만 정작 큰 성공을 거뒀다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신혜 포들리 대표는 누구나 겪는 문제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부터 접근해 한 발짝씩 성장하고 있다.

▎이신혜 포들리 대표와 반려견 사랑이. 이 대표와 사랑이는 항상 함께 출근한다.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동물을 인간과 삶을 함께하는 귀한 존재, 한 발 더 나아가 인간과 같은 대상으로 여긴다는 신조어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불리게 된 배경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는 ‘반려동물 산업에 돈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펫 시장의 급부상과 급성장을 견인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펫 시장은 2010년부터 매년 2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27년에는 6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돌아보면 펫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기 불황에도, 코로나19에도 끄떡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성장했다.

블루오션이던 이 시장은 어느새 발 디딜 틈이 없게 됐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서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앞다투어 펫 산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루는 영역도 푸드, 의류, 헬스케어, 금융, 모빌리티 등 매우 다양하다.

수년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무한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다소 늦은 시기인 2019년 펫 산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전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와 전문가를 이어주는 중개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포들리’가 주인공이다. 현재는 미용업체와 반려동물 보호자를 이어주고 소통을 돕는 역할을 주로 하는데, 펫 팸족(Pet-Fam)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진정으로 동물을 위하는 서비스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신혜 포들리 대표의 창업 동기는 명확했다. 어린시절부터 늘 동물을 길렀고 지금도 강아지 4마리와 고양이 1마리를 기르고 있다는 그는 이전에 비해 반려동물 관련 용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졌지만, 정작 ‘동물’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반려동물과 계획에 없던 외식을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펫 프렌들리 카페나 음식점을 찾아가야 하니까 사전조사를 해야 해요. 우리나라는 이제 동물을 반려 파트너로 여기는 문화에 접어들었는데 동물이 마음 편히 가게에 드나들고 환영받는 분위기까지는 아직 아닌 거죠. ‘이런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선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할까’를 계속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중개 플랫폼을 기획한 건 아니었다. 이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고 한창 시장조사를 하던 2019년은 데이팅 앱과 당근마켓 등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한창 주목받는 시기였다.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지역민들의 커뮤니티를 조성해보자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시간을 맞춰 함께 산책을 시키고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꿈꾸며 B2C, C2C 앱을 야심 차게 론칭했다. 메신저 단톡방이나 카페에 산재한 각종 모임을 모아 연결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닥쳤다. 대면 만남이 불가능한 시기에 커뮤니티라니, 그 어떤 계획도 무용지물이었다.

구매력 높은 유저 찾아 타깃팅

다시 기획과정으로 돌아갔다. ‘동물 중심’이라는 초기 목표에 다시금 집중했다. 이 대표는 “동물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서는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면서 “펫 미용사, 펫 유치원 교사, 수의사 등 펫 전문가들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이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계속 활동하도록 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청취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시장의 가능성, 수익성 등을 검토했다. 예원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 보스턴과 하와이 소재 대학에서 경제학과 데이터사이언스를 공부한 이 대표는 일련의 일들을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직접 해나갔다. 우선 국내외 데이터를 검토했을 때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합격점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에 쓰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었고 미국을 필두로 이 규모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였다. 지금까지 펫 산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도 살펴봤다. 이 대표는 “논페이 유저, 즉 돈을 적게 들이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곳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그는 “1+1식의 이벤트 등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데, 이들은 결국 일정 금액 이상의 돈은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큰 수익을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내린 결론은 돈을 지불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유저를 찾아 그 시장을 타깃팅하자는 것이었다. 그건 바로 ‘미용’ 영역이었다.

“반려동물 미용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에요. 집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꽤 많은 비용을 들여 전문가에게 미용을 맡긴다는 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돈을 지불할 능력과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죠. 흥미롭게도 미용 영역에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다 공감하겠지만, 말 못 하는 강아지가 미용 중 괴롭힘을 당하진 않을까, 혹시 상처가 나지는 않을까 하는 등의 걱정이 많아요. 반대로 미용사들은 가해자로 몰리는 억울한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하죠. 이 외에도 별별 문제가 발생한답니다. 이들을 중개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호자와 전문가의 중재·중개 역할

이렇게 포들리의 새로운 서비스가 구상됐고 점점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화로 이뤄지던 예약을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고, 예약 후 방문하지 않는 ‘노쇼’ 문제를 해결하고자 알림 서비스를 실시했다. 예약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카카오톡으로 알림을 해주는 서비스다. 또 미용한 모습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결제를 거부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곤 하는데, 이런 식의 불편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예약금을 사전 결제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더불어 업장의 매출을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매출관리 기능까지 갖추어 경영 측면에서도 손을 보태고 있다.

보호자들이 걱정거리를 줄이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도 있다. 사전에 강아지에 대한 안전 문진표와 이용 동의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문진표를 작성하면 강아지가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수술을 받았다는 등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조심해달라는 등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서 “문진표와 같이 제공하는 이용 동의서는 조만간 법적인 효력까지 가질 수 있도록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강아지가 미용 중 매너가 어땠는지, 다치지는 않았는지, 어떤 모습으로 미용이 됐는지도 공유하고 있다고 이 대표가 덧붙였다.

지난 4월 웹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는 긍정적인 평가에 힘입어 10월 초 앱도 론칭했다. 이 대표는 “웹 유저는 3만여 명으로 총 3억3000만원 정도의 결제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포들리는 결제가 일어날 때마다 수수료를 얻는 구조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물 중심’ 서비스를 하겠다는 이 대표와 포들리의 포부에 맞게 동물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미용을 받을 수 있도록 미용사를 대상으로 교육 세미나를 진행한다.

“동물행동 전문가나 건강 관련 전문가 등이 강연자가 되어 미용인들에게 전문지식을 공유합니다. 미용을 할 때 강아지의 몸짓, 소리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으면 강아지가 어떤 기분, 어떤 상태인지 파악는 데 도움이 되죠. 또 피부병이 있거나 탈모가 진행된 강아지는 어떻게 미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피벗팅을 거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이 대표는 벌써 넥스트 스텝을 구상 중이다. 사업 확장과 해외 진출이다.

“펫 산업계 야놀자가 되고 싶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먹고, 놀고, 즐길 수 있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중개하는 거죠. 콘텐트는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거나 개발해서 소개하는 모델은 아니고 사용자들이 후기를 올리고 추천하는 식으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대신 우리 앱에서 소개하고 추천한 곳에는 ‘포들리 마크’를 붙여 인증을 해주려고 합니다. 카페와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포들리 스팟’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초부터 시작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포들리 페이’, 즉 자체결제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 중에 하나는 포들리를 원하는 시장이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보다 펫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큰 미국과 일본에서도 포들리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없더라고요. 이런 니즈를 알았으니 선제적으로 대응해보고자 합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_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311호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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