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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라마스와미의 정치 ROI는? 

 

화려한 약속과 세일즈맨 역량을 십분 활용해 자신을 홍보한 비벡 라마스와미는 38세 나이에 억만장자가 됐다. 그런 그가 동일한 공식으로 대선에 뛰어들며 선거운동 초반부터 급부상 궤도를 그리고 있다. 2024년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그는 계획대로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손에 넣을 것이다.

▎ 사진:PHOTOGRAPHY BY JAMEL TOPPIN FOR FORBES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더운 8월 중에서도 가장 더웠던 어느 아침,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는 선거운동 버스 안에 놓인 푹신한 가죽 소파에 침착하게 앉아서 사과를 베어 물었다. 그의 모습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넘쳤다. 38세 정치 초보는 36시간 전 2024년 경선을 위해 진행된 공화당 첫 대선 토론회에서 신진 스타로 급부상했다. “후보로 지명되겠다,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이기겠다는 감이 왔습니다”라고 말한 그가 곧 이유를 덧붙였다. “지금의 트럼프보다 제가 2015년의 트럼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아웃사이더는 최초로 한 번만 할 수 있으니까요.”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 좀 더 진실에 가까운 말일 것이다. 8년 전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정치의 모든 고정관념을 뒤집어놓았다. 정치 이력 하나 없는 기업인으로 나타난 그는 웬만한 정치인들은 나가떨어지기 충분한 스캔들 속에서도 살아남아 대선에 뛰어들었고, 현실적인 공약을 내거는 대신 온갖 불만을 표출하고 이상한 메시지로 이목을 끄는 감각을 활용해 백악관 입성이라는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라마스와미의 선거운동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덩치만 큰 트럼프의 선거 아닌 선거운동이 지금 확실히 보여주는 것처럼, 지난번 트럼프의 대선 운동은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공식이 되었음이 입증됐다. 현재 공화당 경선에서 가장 뜨거운 후보는 플로리다 주지사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심지어 전 부통령도 아니다. 종종 부정확하고, 논란을 부추기기 위해 정교하게 조직한 발언으로 언론에 회자되는 걸 즐기는 또 다른 억만장자 기업인이다. 억만장자 타이틀은 올해 초 새롭게 얻은 이력이다.

정치 석학들은 기존의 분석틀로 라마스와미가 급부상한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그의 비즈니스 커리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손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라마스와미는 2015년 포브스 표지 기사를 위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의 바이오테크 기업 IPO에 대해 “제약산업에서 진행된 어떤 결정보다 높은 ROI를 거둘 수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가 ‘30세 미만 30대 기업인’에 안착하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진행한 IPO는 바이오테크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여기서 키워드는 ROI(Return On Investment), 바로 투자수익이다. 라마스와미의 세상에서 ROI는 학교 선택부터 우정, 사업 운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이 개념은 그가 자산을 일군 지주사 로이반트 사이언스(Roivant Sciences) 이름에도 들어가 있다. ROI는 그가 대선에 뛰어든 이유이며, 그가 정치 운동을 하는 방식, 새로 얻은 명성과 영향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도 결정한다.

ROI는 투자자 관점으로 보는 세상이다. ROI를 위해서는 투자한 달러의 가치가 얼마나 증가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 미션은 그 과정에서 달성되는 부산물일 뿐이다.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수익을 부산물로 보는 창업가나 운영자의 시각과 다르다. 정치로 바꿔 생각해보면, ROI를 위해서는 투입 비용당 최대한 많은 표를 뽑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는 최고의 통치 원칙을 찾아내기 위해 집중하는 것과 다르다. 라마스와미는 트럼프라는 시험에서 찾아낸 현실적 정치 공식을 숙달했다. 그래서 FBI와 교육부를 폐지하겠다, 연방 공무원의 75%를 해고하겠다, 우크라이나가 계속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다 해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끊겠다는 약속을 뱉고 있는 것이다. 라마스와미가 제 입으로 말했듯이, 그는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 같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가 이런 솔깃한 말을 늘어놓을 때마다 그의 지지율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ROI를 창출하는 방법은 하나 더 있다. 대선에 출마해서 프로필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다. 허먼 케인, 메리앤 윌리엄슨부터 벤 카슨,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상관없는 기회주의자, 나르시시스트, 장사꾼을 비롯하여 정치 스펙트럼 양극단에 있는 온갖 사람이 나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라마스와미는 이 분야에서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투자사 스트라이브 애셋 매니지먼트(Strive Asset Management)를 설립해서 항상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소위 ‘깨어 있는 민주주의(woke)’에 저항하는 투자 원칙을 세우고 이에 따라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결국은 승리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길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바이오테크 기업 중 최고의 상장 가격을 기록


▎성조기 휘날리며 라마스와미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있는 자신의 200만 달러짜리 저택 근방의 낡은 창고에 선거 본부를 차리고 그곳에서 개인 전용기를 타고 선거 행사장으로 이동한다. 그는 “우리 아들 둘을 비롯한 자식 세대에서는 아메리칸드림이 사라지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 사진:VIVEK RAMSWAMY BY JAMEL TOPPIN FOR FORBES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수익을 내야 한다’는 라마스와미의 원칙은 그의 어린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도 브라만 계급에 속하고 매우 훌륭한 학력과 자격 요건을 갖춘 그의 부모님은 모든 것을 버리고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는 제너럴일렉트릭에서 일자리를 구했고,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였던 어머니는 머크(Merck)에서 일했다. 가족은 오하이오에 터를 잡았고, 부부는 장남 비벡을 신시내티 교외에 있는 예수회 사립학교 세인트 자비어(St. Xavier)로 진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인생에서 도약대가 될 수 있는 엘리트 사립학교였기 때문에 아들이 적극적 힌두교도라는 점은 상관하지 않았다.

하버드로 진학한 그는 ‘인간이 아니’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화제의 인물이었다. 젊고 잘생기고 매력이 넘쳤으며, 끝없는 야먕과 이에 걸맞은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학생정치 회장이었고,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해 대회에 나갔으며, 자유의지론자 래퍼 ‘다 벡(Da Vek)’으로서 공연을 했고, 명망 있는 줄기세포 과학자 더글라스 멜튼 밑에서 일했으며, 학생 기업가를 위한 투자 플랫폼을 공동 창업했다. 식욕에도 한계가 없었다. “그처럼 많이 먹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라마스와미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훗날 스트라이브의 창업을 도운 앤슨 프레릭스가 한 말이다. “같이 식사를 할 때면 그는 혼자서 3~4인분을 시켜 먹었어요.”

여름휴가 때면 아버지 고향인 인도 남부의 마을에 가곤 했는데, 이때 그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어떻게 기회를 제한하는지 몸소 목격했다. 이는 미국 경제체제에 대한 그의 믿음을 공고히 했다. “미국 자본주의에 대해 너무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청중으로 가득 찬 뉴햄프셔 밀포드의 한 식당에서 연설할 때 한 말이다. “자본주의에 대해 더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하버드를 졸업하고 그가 선택한 길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나 나이키의 필 나이트처럼 자본주의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맨해튼의 헤지펀드 QVT였다. 효율성과 알파를 추구하는 투자 거래를 택한 것이다.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그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라는 대학 시절 명성에 걸맞게 예일대 로스쿨 수업을 병행하며 졸업까지 무사히 마쳤다. 라마스와미가 지분을 매수했던 파마셋(Pharmasset) 등 다수의 바이오테크 기업을 창업한 레이먼드 시나지는 그를 “천재”라고 부른다. 해당 거래를 하면서 젊은 애널리스트 라마스와미와 친해진 시나지는 “그에게서 투자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라마스와미 입장에서 미션과 원칙,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수익이다. 시나지가 라마스와미에게 자신이 투자했던 인히비텍스(Inhibitex)와 회사에서 개발 중이었던 C형 간염 치료약의 전망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시나지가 이 약물을 “쓰레기”로 불렀을 때 라마스와미는 이렇게 답변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주가가 오를 거라는 인식이 있으니까요. 회사 자체는 부실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어쨌든 투자는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이죠.” 라마스와미는 이렇게 말한 걸 부인하며 파마셋이 인히비텍스와 경쟁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인히비텍스가 부실 회사라는 점은 결국 나중에 드러났다. 브리스톨 마이어스-스큅은 이 회사를 2011년 20억 달러가 넘는 가격에 인수했다가 임상시험이 처참하게 실패한 후 빠르게 상각해버렸다.

28살이 됐을 때 라마스와미는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고용주와 다른 이들에게 투자금 1억 달러를 받아 창업하고 회사 이름을 로이반트 사이언스로지었다. 로이반트의 ‘로이’는 말 그대로 ROI다. 거대 제약사 포트폴리오에는 집중 투자하기만 하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약물 후보가 많은데 이들 중 상당수가 그냥 버려져 있다는 가정하에 만든 회사다. 사업의 핵심을 보면 무언가 창조한다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것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듄다.

“일이 끝나면 거의 매일 CEO나 다른 중요한 누군가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고 로이반트 고위직 직원이 말했다. “비벡은 제약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가지고 판을 움직이는 이해관계자가 극소수임을 깨달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대화를 하고도 많은 돈을 움직이고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던 셈이죠.”

라마스와미는 누구보다 많이 일하기도 했다. “로이반트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일했던 10년간 그는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했습니다. 정상이 아니죠.” 그를 알고 있는 헬스케어 기업가 자낙 조시가 한 말이다.

로이반트 창업 1년 후인 2015년에 결혼한 29살 라마스와미는 로이반트에서 분사한 기업 중 하나인 액소반트(Axovant)의 IPO를 축하하기 위해 신혼여행을 취소하고 대신 뉴욕증권거래소로 아내를 데려와 종을 울리게 했다. 액소반트가 자랑스레 내세운 자산은 바로 알츠하이머 치료약 후보군이었다. 4번이나 임상시험에 실패했던 이 약물은 과대광고돼 있었고, 라마스와미는 이 약물 후보 물질을 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바이오테크기업 중 최고의 상장 가격을 기록한 액소반트는 거래 첫날 마감 시점에 기업가치가 30억 달러로 상승했다.

2년 뒤 라마스와미는 소프트뱅크가 나선 투자 라운드에서 11억 달러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새로운 자회사 데이터반트(Datavant)를 통해 마법과도 같은 기술과 인공지능을 임상시험에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달 뒤 액소반트의 알츠하이머 약물은 5번째 임상시험에서 실패했고, 주가는 폭락했다(지금은 기업가치가 3000만 달러 미만으로 떨어졌고,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로이반트의 가치 상승이 바로 전략”이라고 로이반트 기술부서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직원이 말했다. “약물은 이를 위한 한 방편이었던 셈이죠.” 2019년 일본의 재벌기업 수미토모에서 로이반트의 자회사 중 5개사와 함께 로이반트 약물 발견 기술에 대한 접근권, 기업가치 90억 달러 기준 로이반트의 지분 11%를 얻기 위해 30억 달러를 지불했다. 이렇게 일부를 현금화한 라마스와미는 세후 수익 1억4000만 달러를 챙겼다. 이 거래 이후 남은 로이반트의 지분은 지금도 그의 순재산 중 대다수를 차지한다.

라마스와미가 경영직에 있는 동안 FDA는 로이반트의 약물 중 5개를 승인해줬고, 그는 선거운동에서 연설할 때면 항상 이 사실을 내세운다. 그러나 로이반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수익을 올린 적이 없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6100만 달러에 10억 달러 손실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는 사업을 운영했던 방식대로 선거 본부를 움직였다. 진실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단순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했고, 이미지에 광적으로 집착했고, 자기 돈이 얼마나 많든 상관없이 항상 다른 사람의 돈을 먼저 썼다.

비벡 라마스와미도 자신의 사업 방식대로 선거운동을 하는 중이다. 우선, 그만의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 그는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쉼없이 유권자와 만나고, 투자자에게 했듯이 이들에게 구애를 펼친다. 빌 클린턴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비벡은 상대의 말에 신경쓰며 진심을 다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수년간 라마스와미 밑에서 일했던 로이반트의 전 직원이 말했다. “존재감을 발산하면서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데 아주 탁월합니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말할 때가 아니면 그는 선거운동 버스나 개인 전용기에 함께 탄 언론인들과 논쟁을 하거나 케이블 뉴스에 출연해 진행자와 토론을 펼친다. 혹시라도 시간이 남으면 팟캐스트에 출연하거나 자신의 팟캐스트 [더 비벡 쇼]의 에피소드를 녹음하거나 엑스(옛 트위터)에 도발적인 게시물을 올리거나 혼잣말을 하거나 자문가들과 모여 앉아 다음 행보를 논의한다.

1940년대에 태어난 노인 2명 사이에서 정면 대결로 가는 듯 보이는 대선에서 라마스와미는 청년다운 빠른 보폭을 보여준다. 여기에 에미넴의 ‘루즈 유어셀프’를 따라 랩을 하거나 SNS 인플루언서 제이크 폴과 테니스를 치는 등 젊은 스타일을 더했다. “우리 세대가 어떤 마음인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밀레니얼 세대, 그보다 어린 세대들의 생각이죠.” 포크 카운티의 디모인 외곽에서 열린 공화당 여름 선거모금 행사에서 그가 한 말이다. 대다수가 백인인 아이오와 공화당 거물들이 치즈버거를 먹고 있는 앞에서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인도계 미국인이 연설을 한 것이다. “우리 세대는 목적의식에 목말라 있습니다. 소명을 갈구하는 상태죠.”

이런 에너지는 결국 정치 ROI로 전환된다. 미디어에 나타나고 동영상이 재생되고 입소문이 돌고 노출이 이루어질 때마다 라마스와미의 정치 자본이 늘어난다. 구글 검색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고 SNS 팔로워가 한 명 증가할 때마다 라마스와미의 ROI 비율은 올라가는 셈이다. 데이터 추적 사이트 소셜블레이드(Social Blade)에 따르면, 엑스에서 그의 팔로워는 130만 명에 도달했다. 지난 2월 그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후 5배나 상승한 것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64만 명으로, 무려 25배나 증가했다.

라마스와미는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관심을 끈다는 걸 잘 안다. 뉴햄프셔 앰허스트의 목재 주택 뒷마당 현관에 오른 그는 불법 노동자와 관련하여 단지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한 후 “더 나아간 조치를 원한다”며 미국 시민이 되려면 반드시 시민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투표권도 그 후에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발적이고 위헌 논란도 일으킬 수 있는 제안이다. 유권자들로 꽉 찬 아이오와 뉴튼의 한 뷔페 식당에서는 “최근 일론 머스크를 잘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있었다. 그가 정말 흥미로운 자문가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후 머스크가 트위터 직원 75%를 정리해고한 점을 높이 산다며 그를 칭찬했다. 그러자 온라인에서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틀 뒤 머스크는 부통령 자리에 나설 수 있다며 라마스와미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라마스와미가 2024년 대선에 뛰어들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라마스와미조차 이를 예상치 못했다. “유기동물 관리 담당자나 대통령, 상원의원, 뭐든 공무직이 되기 위해 나서는 일은 없다고 확언한다”고 그는 지난 10월 포브스/슉 톱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스 서밋(Shook Top Financial Advisors Summit)에 참여해 말했다. 전직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와 나란히 앉은 무대에서 폼페이오가 출마 가능성을 암시하자 그는 “반가운 말이군요”라고 응수했을 뿐이다.

그는 2020년에서야 정치에 발을 들였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로이반트에서 역풍을 맞았던 그는 이후 사회정의 어젠다를 내세우는 CEO나 1월 6일 폭동 이후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글을 검열하기 시작한 빅테크 기업을 비판하는 글을 월스트리트저널 사설란에 기고하기 시작했다. TV 출연도 자연스럽게 잘 해서 폭스뉴스에서는 정기 패널로 나서기도 했다. “그때부터 관심 분야가 천천히, 조금씩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그는 포브스에 말했다.

이때 말했던 생각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저서 『워크 주식회사(Woke Inc.)』와 2개의 속편, 그의 정견을 형성하는 주제가 됐다. 로이반트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수개월도 안 되어 나온 책에서 그는 미국 기업의 위선을 낱낱이 파헤쳤다. 기업과 ‘경영진’이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환경과 사회정의에 신경 쓰는 척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돌린다는 비판이었다. 라마스와미는 모든 기업이 밀튼 프리드먼의 원칙으로 돌아가 수익과 주주를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어젠다는 사기”

스트라이브에서 그는 자신의 사업과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잘 결합했다. 2022년 1월 설립된 투자사 스트라이브는 ETF 펀드를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스트라이브는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ESG 원칙을 버려야 ROI를 올릴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스트라이브의 시각에서 엑손모빌은 훌륭하고, 디즈니는 형편없으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사는 최악이 된다. “자산관리사 스트라이브는 ESG 카르텔에 맞서 블랙록과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가드 등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라마스와미가 아이오와 뷔페 식당에서 한 말이다.

“비벡은 결국 세일즈맨”이라고 로이반트의 한 전직 직원이 말했다. 유권자들도 이에 동의한다. “당신을 보면 힘이 나요.” 61세 식당 사업가 케이스가 라마스와미를 향해 말이다. “세일즈맨이군요!”

모든 것을 ROI 잣대로 보면 생기는 단점도 물론 있다. 정치에서 청중이 원하는 것만 들려주다 보면 자신이 대표해왔던 신념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라마스와미는 케네디 대통령이 저서 『용기 있는 사람들(Profiles in Courage)』에서 설명한 신념 있는 정치인 목록에 들어갈 일은 없어 보인다.

2020년 6월로 돌아가보자. 팬데믹이 시작되어 사회가 요동치고 조지 플로이드의 살해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로이반트 CEO였던 그는 텍사스주 흑인들의 노예해방 기념일을 매년 회사가 쉬는 날로 지정하고 이날이 미국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 나선 후 그는 이날이 “쓸모없다”고 말하며 다시 한번 헤드라인에 이름을 올렸다.

로이반트에서 그는 미 식품의약국(FDA)과 업무상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했을 때는 FDA 공무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로이반트가 개발 중이던 치료법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로이반트의 규제 총괄이었던 데이비드 미첼이 말했다. 그러나 아이오와에서 유세 도중 그는 제약사들이 “부패한 재난”과 같으며 FDA 또한 “부패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라마스와미 선거 본부 대변인 트리시아 맥글로클린은 “비벡은 영리한 사업가이므로 자신을 규제하는 기관을 적으로 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워크 자본주의』에서 자신을 “환경주의자”로 규정하며 “사람들이 숨 쉬는 공기의 질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고 적었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서 유세를 할 때면 석탄의 미덕을 찬양하고 “기후변화 어젠다는 사기”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아이비리그에서 많은 사람에게 천재라고 칭송받았던 그가 9.11 테러를 미국 내부 소행으로 보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극우단체 큐아논(QAnon)의 음모론 진창에 휘말리는 모양새까지 보였다. (이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 발언에 대한 녹음본이 공개됐다.) 뉴햄프셔에서 한 여성이 “우리 아이들을 강간하는 변태와 아동성애자들이 날뛰는 상황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아동 인신매매를 다룬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에 감사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인신매매범을 소탕하는 영화지만, 큐아논이 대놓고 지지에 나서며 본의 아니게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영화였다. 그가 이 영화를 언급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주변에서 터져나오기도 했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비벡은 지금 공인으로 나선 비벡과 다르다”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감독하고 2년 넘게 로이반트 자문위원회에 소속되어 일했던 도널드 버윅이 말했다. “우리는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행동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많습니다. 그가 자신의 생각을 바꾼 게 아니라면, 항상 가지고 있던 생각을 이제서야 표현하는 거겠죠.”

트럼프와 달리, 라마스와미는 자신의 선거운동 자금을 직접 지불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가 쏟아부은 돈은 1600만 달러다. 대부분이 선거 본부에 대한 대출금 형태로 지출되었지만, 그가 사업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상황이라 해도 사업 마케팅 비용으로 볼 수 있는 돈이고, 그렇다면 아주 잘 사용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가 포브스 서밋 무대에 앉아서 어떤 공직에도 출마할 의지가 없다고 말하고 1년간 로이반트 주가는 2배 이상 상승했다. 스트라이브 운용자산 또한 2배 증가하여 10억 달러를 넘겼고, 소형 펀드 중 미국에서 성장률이 매우 높은 펀드 중 하나가 됐다.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서 출마했겠죠.” 미 정부윤리청 법무담당관이었던 돈 폭스가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브랜드나 스트라이브 기업가치에 손해는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을 겁니다.” 대변인 맥글로클린은 이런 인식이 “멍청한 생각”이라고 말하지만, 스트라이브 공동 창업자 프레릭스는 대선에 출마해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좀 더 현실적인 발언을 했다.

한편, 라마스와미 회사의 지지자 다수는 그의 대선운동도 지지한다. “스트라이브는 정말 비범했고, 비벡을 지지하고 싶다”고 투자자이기도 한 시나지가 말했다. “제 입장에서는 우정 때문이죠. 이게 과연 좋은 투자인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벡과 함께 일한다면 돈을 잃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껏 잃은 적도 없고요.”

적어도 이 경주에서 확실한 승자는 라마스와미뿐이다. 트럼프가 기권하지 않는 한, 라마스와미가 내년에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그는 4년 후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한 인물로 정계에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영향력 차원에서도 그는 매우 유명해졌다. 결국 더 많은 연설과 수상을 하게 되고, 책을 내고 TV에 출연할 것이다. 스트라이브가 있기 때문에 수익과 명성을 함께 올릴 방법을 손에 쥐고 있기도 하다. ROI는 이제 확실히 보장됐다. 덤으로 수많은 선택권까지 주어진 셈이다.

- JOHN HYATT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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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호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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