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투자자를 설득하는 법 

 

투자자도 사람이다. 기회가 적고 성공 사례가 아직 없는 시장이어도 창업자가 능력과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자는 회사, 사업뿐만 아니라 자신도 잘 어필할 줄 알아야 한다.
투자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내년에는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조차 없는 분위기다. 많은 스타트업이 폐업 절차에 들어갔고 내년에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할 때, 소위 분위기가 좋았던 시절엔 스타트업 대부분이 투자를 쉽게 받았다. 규모도 꽤 컸다. 유동성을 활용해 매출을 올리기 위한 광고비에 비용을 다소 무리하게 지출했고, 수천억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수백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누구나 그랬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과정을 밟은 스타트업이 꽤 많았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어떤 회사는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회사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가 속출하면 시드~시리즈 A에 있는 회사들이 피해를 입기 시작한다. 투자자들은 투자하려는 시장에서 잘나가는 기업의 사례를 참고하는데, 그런 기업이 없다면 시장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시장에 잘되는 회사가 없다는 건 시장 자체가 매력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냐는 식이다. 사실 허점 많은 주장이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선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겨내 펀딩까지 잘 마쳐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 유치를 끝낼 수 있을까? 결국 모든 시장의 균열은 창업자가 낸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를테면 금융권은 전통적인 은행들이 패권을 쥘 것 같지만 시장에 균열을 내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건 토스 같은 테크핀 스타트업이다. 또 이마트가 늘 커머스의 중심이 될 것 같았지만 쿠팡이 균열을 냈고, 넥슨이 게임업계에서 늘 선두일 것 같았지만 크래프톤이 균열을 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의 능력과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창업자를 신뢰하고 베팅하게 만들어야 한다. 논리적으로만 설득해서 우리 사업의 비전에 동의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렵다.


일단 자신감을 갖자. 논리나 사업에만 너무 매몰되지 말자. 이 산업에서 우리 사업이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기보다는 나 같은 ‘또라이’ 창업자라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고 성공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설득해보자. 최근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박진영과 방시혁편을 보며 깊이 공감한 말이 있다. “사람이 논리적으로 설득이 되냐”는 말이다. 과거 방시혁이 박진영에게 물었던 말인데, 박진영은 당시 자신의 머리를 엄청나게 크게 때리는 일이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이들의 말처럼, 사람이 논리적으로만 설득이 되던가. 그렇지 않다.

사업뿐 아니라 자신을 셀링하는 것도 투자 유치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

- 최현일 페오펫 대표

202312호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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