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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한 관광산업, 화두는 ESG 

 

신윤애 기자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이 더는 당연하지 않게 되고, 익숙했던 일이 낯설게 느껴졌던 팬데믹 기간. 3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큰 상처를 입힌 동시에 기본기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가령 모든 일의 근간이 되는 안전, 보건, 건강 같은 것들 말이다.

이때 부상한 개념이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다. 정부 기관과 기업들은 비재무적인 요소, 즉 친환경적(E)이고 사회적인 책임(S)을 다하며 지배구조(G)를 더 낫게 만들어야 위기의 순간에도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시름했던 이도, 오히려 특수효과를 누렸던 이도 예외는 없었다.

관광업계도 이에 동참했다. 관광업은 팬데믹으로 타격을 크게 입었던 산업인데, 위기를 트리거 삼아 변화를 모색하고 탈출구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 시작점은 환경보호, 여행자의 안전 등 오랫동안 논의해온 과제들이었다. 참고로 비행기, 선박, 자동차 등 이동수단에서 발생하는 관광산업 탄소배출량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8%에 이르고, 여행객들의 무책임한 태도로 자연이 훼손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산호 등이 훼손돼 3년 넘게 폐쇄됐던 태국 남부의 유명 관광지 마야베이가 재개방한 지 반년 만에 다시 문을 닫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우선 글로벌 업계 동향을 살펴보면 항공, 숙박, F&B, 레저 등 관광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그간 축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ESG를 적극 실천하는 분위기다. 부킹닷컴은 2017년부터 지속가능한 여행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부킹 부스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매해 10개 스타트업에 25억원가량을 지원하고, 델타항공은 2020년 10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항공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도 2019년 일회용 어매니티를 대용량 용기에 담아 쓰는 디스펜서식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2007년 400여 개에 이르는 정부, 기관, 여행산업 관련 회사들이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에 멤버로 가입하고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관광공사를 필두로 지속가능한 관광을 설계하기 위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2022년 1월 한국관광공사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역관광협회, 8개 관광 업종별 협회는 미래 관광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인 관광 분야 ESG를 함께 추진하고, 업계 전반의 실천과 확산을 위하여 협력하기로 했다. 더불어 미래 관광산업을 이끌 주인공인 관광 ESG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여행하며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감소’하고, ‘대안 관광지를 찾아 여행자를 분산’하며 ‘여행 약자의 안전한 여행’을 돕는 관광 ESG 스타트업이 다수 탄생했고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올려 주목받고 있다.

바야흐로 엔데믹 시대. 닫혔던 하늘길과 국경이 활짝 열렸고 관광업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외래관광객은 765만 명으로 19년 동기 대비 60% 수준으로 회복됐고,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1년 남짓이 남았다고 한다. 긴 암흑 끝에 찾아온 새로운 기회. 한국 관광업계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한국관광공사, MYSC의 인터뷰, 관광 ESG 스타트업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박스기사]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스탠더드

2008년 UN재단, UN환경계획, 세계관광기구 등의 전략적 연합으로 창립된 GSTC는 지속가능한 여행과 관광에 대한 국제 표준인 GSTC 기준(GSTC Criteria)을 제정, 관리하고 지속가능한 관광 부문의 인증기관을 인정(accreditation)하는 국제기관이다. GSTC는 이 기준을 바탕으로 여행산업에서 환경, 사회, 문화적 자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 기관, 여행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수원특례시와 제주시가 GSTC 멤버로 가입했으며, 국제적으로도 많은 정부 단체와 기관들이 GSTC와 협력을 맺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진행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2022년에 튀르키예 관광진흥개발청(TGA)과 함께 자국 환경에 최적화된 지속가능한 여행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GSTC 인증 프레임워크 기반의 국가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 중이고, 싱가포르도 GSTC와 협력하여 자국 내 모든 숙박시설의 지속가능성을 인증하는 싱가포르 호텔 지속가능성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여행산업의 추세는 정부와 기관이 주도하여 구체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은 그 특성상 이익을 추구하려는 민간의 이해관계와 자주 상충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지속가능성을 촉진하는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도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민간 부문,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국제적인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정부와 민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쌓아온 경험과 이해를 한데 모아 국내 상황을 고려한 고유한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 지금까지 국내의 ESG 관련 트렌드는 주로 환경적 측면을 강조해왔는데 이를 넘어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에서 ESG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 글 손준식 GSTC 글로벌 보증프로그램 기획담당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312호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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