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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 센터장의 메타버스 로드맵 짚어보기 

차세대 SNS는 소셜 VR 

단기 연수 중인 언론인들과 한 학기 동안 VR, AR, MR 등 메타버스 관련 기술과 플랫폼들을 배우면서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1월 8일 미국 조지아대에서 안선주(가장 왼쪽) 첨단 컴퓨터- 인간생태계센터(CACHE) 센터장이 미디어 기술과 혁신 프로그램 단기 연수 참가자들과 메타버스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조지아대에서 단기 연수로 미디어 기술과 혁신(Media Technology & Innovation) 프로그램을 이수 중인 현직 국내 언론인 다섯 명이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CACHE)에서 한 학기 동안 학습한 메타버스 내용을 주제로 질의응답 세션을 진행했다. 참석자는 E-TRUST 전문 법률 사무소, 조선일보, KBS, MBC, 한국방송통신위원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의 관계자다.

VR 헤드셋을 써보니까 고글을 뒤집어쓴 것 같아 답답하고 힘든데, 이게 선글라스 형태로 가벼워지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기피하지 않겠나?

이 문제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몰입감을 높이려면 헤드셋이 외부 환경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고글 형태여야 하고, 사용감을 높이려면 헤드셋이 가벼운 선글라스 형태여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웨어러블 트렌드를 볼 때 종국에는 기계가 사람의 신체 일부로 삽입되는 삽입형 웨어러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우리가 하루를 보내면서 사용하는 디지털기기들과 화면의 수가 점점 늘면서 더는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화면(핸드폰, 태블릿, 노트북, 데스크톱, 텔레비전), 모니터 여러 개를 설치해서 사용하는 직장용 화면, 취미 때문에 사용하는 화면(게임 기기)까지, 일 인당 매일 소비하는 화면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저장용 디스크나 유선형 기기들과 함께 커온 기존 세대에서는 스마트 AR 렌즈 같은 삽입형 웨어러블에 거부감이 클 수 있는 데 반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며 커서 뭔가 들고 다니는 것이 생소해진 세대에서는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시력을 교정하려고 렌즈삽입술을 받는 것을 생각해보면 삽입형 웨어러블이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사이보그 형태로 인류가 변화 혹은 진화하는 것은 수많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루어왔던 주제들이고, 결국 이런 변화가 닥쳐오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VR 기기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혼자 경험하는 콘텐트가 많던데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메타버스의 핵심은 실시간으로 여러 유저가 활동한다는 데 있고, 요즘 어린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로그인을 해봤다는 로블록스와 비슷하지만 3차원 몰입형의 형태라고 보면 된다. 현재는 이를 소셜 VR이라고 칭하는데 (과거에는 collaborative virtual environments, CVE라고 불렀다) 대표적으로는 VR Chat, Mozilla Hubs, Virbela 등이 있다. PC 환경에서는 Second Life 등이 제공되고 있고, 이를 좀 더 게임화한 RecRoom, Gorilla Tag 등 VR 공간들이 있다. 로블록스도 최근에 VR 버전을 론칭해서 실험 중이다. 메타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새로운 유저 베이스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 이런 소셜 VR 서비스들이 차세대 SNS 서비스로 진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진과 활자 위주의 메시지가 아닌, 3차원 공간에서 아바타들끼리의 상호작용을 통한 SNS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다.

아이들을 보니까 게임을 할 때도 우리 때와 달리 명확한 미션과 목적이 있는 게임을 싫어하고, 좋아하는 게임의 유형도 다른 것 같다.

메타버스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커온 아이들은 명확한 퀘스트나 미션이 있어서 점수를 따기 위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주어진 과제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게임 유형과는 좀 다른 형식의 놀이를 선호하는 것 같다. 마인크래프트처럼 메타버스 환경을 자유롭게 탐험하면서 모험을 즐기는 샌드박스 형태의 게임을 즐겨 하는데, 유희와 놀이의 개념이 좀 달라진 듯하다. 이와 더불어 화자와 청자의 역할이 고정되어 있던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콘텐트보다는 청자로서 스토리텔링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형 콘텐트를 선호하는 것 같다. 일례로 요즘 아이들은 영화관에 가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혹자는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 같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트에 익숙해져 그런 거라며 한탄하지만, 단순히 그거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는 스토리텔링의 유형과 스타일 등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아직까지 영화는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형태의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여기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온 어린 관객들의 취향에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스토리텔링, 몰입형 환경에 맞는 참여형 콘텐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게임 외의 분야에서 아이들이 메타버스를 접할 수 있는 사례가 있는가?

메타버스 관련 디지털 콘텐트를 제작할 때 대부분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하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곧 게임이라고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현재 FDA 승인을 받은 의료용 앱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아직까지 실험적이기는 하나 초중고등학교에서 수학과 과학 시간 중에 VR 헤드셋을 사용하여 커리큘럼 내용을 보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거의 30년 전인 1996년에 SnowWorld라는 몰입형 가상현실 앱을 워싱턴주립대학교 교수팀이 개발하여 화상 환자들이 재활 치료 중에 느끼는 통증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고, 이는 VR 통증 치료의 분야의 시발점이 되었다. 최근에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Rx)라는 명칭으로 다양한 디지털·메타버스 관련 솔루션들이 의료용으로 개발되어 FDA의 정식 승인을 받고 있다.

교육 분야는 상대적으로 (그리고 필요에 의해) 보수적이라 주정부나 연방정부에서 정식으로 도입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서비스는 없지만 각 학교 선생님들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학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미국의 많은 초등학생이 VR 헤드셋을 활용해 다른 주나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 있는 관광 명소들로 가상의 수학여행을 떠나고, 어린이박물관들도 VR 공간을 활용해 박물관에서 보기 힘든 별자리나 달나라 탐험 등을 정규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내놓고 있다. 또 한국의 키자니아 같은 직업 체험장을 가상 공간에 만들어 자동차 정비공, 파일럿, 소방원, 회사원 등 여러 역할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다. 메타버스 직업 체험장은 실제 건물과 땅이 없어도 되고, 콘텐트 변경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지도 않아 시대 변화에 맞춰 쉽게 바꿔나갈 수 있다.

조지아대학교 공대에서는 측량기를 이용하는 측량 수업이 필수 과목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문제는 측량기 한 대의 가격이 성능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모든 공대 학생에게 측량기를 준비해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정 상태가 불안한 더 작은 학교들은 측량기가 아예 없거나 몇 대를 전 공대생이 나눠 사용한다고 한다. 필자의 센터에 소속된 공대 교수들이 제작한 메타버스 측량기 앱을 사용하면 실제와 흡사한 가상 측량기를 직접 보고 만지고 조작하며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다.

※ 안선주 - 조지아대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Center for Advanced Computer-Human ecosystems) 센터장이며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초 TED talks에서 ‘일상생활에 가상현실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202312호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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