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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용 AI 받아쓰기 앱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전 

 

스파크 캐피털이 주도한 시리즈 B 투자 라운드는 설립 5년 만에 의사 사용자 5000명을 유치한 어브리지를 2억 달러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88억 달러에 인수한 뉘앙스와 경쟁해야 한다. 뉘앙스는 의사 50만 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다.

▎어브리지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시브 라오. / 사진:ABRIDGE
소아과 전문의 교육을 받던 앨리스터 어스킨은 다양한 의료 기록, 법적 요구사항, 청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모든 방문 환자의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과정을 항상 두려워했다. “문서 작성이 의과대학에 진학한 이후로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는 에스킨은 현재 에모리 헬스케어의 최고정보디지털책임자다.

경력을 쌓는 동안 몇 가지 발전도 있었다. 예를 들면 마이크를 통해 음성으로 말하면 문서를 생성할 수 있는 받아쓰기 소프트웨어가 그렇다. 하지만 정확하게 문서를 작성하려면 ‘쉼표’, ‘마침표’ 등 문장부호와 ‘다음 줄’ 같은 지시 사항을 잊지 말고 따로 말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어스킨은 환자와 이야기하는 동안 자신이 말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읽을 수 있는 메모로 편집해주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 비서 스타트업 어브리지의 앱을 사용하는 덕분에 시간을 절약하고 고민도 덜었다. 어스킨은 포브스에 “이 앱은 내가 말하는 내용을 잘 받아쓸 뿐만 아니라 메모할 시간이 없거나 잊어버린 내용들도 잘 담아낸다”고 말했다. 어스킨은 7월에 어브리지와 계약을 체결하여 에모리에서 일하는 의사 수천 명에게 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했다.

어브리지의 앱을 통한 의사와 환자 간 대화 처리에는 오직 기계만 개입한다. 핵심은 ‘트랜스포머’를 활용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트랜스포머는 최근 화제인 챗 GPT의 T에 해당한다. 지금은 의사들이 자신의 휴대폰에서 어브리지 앱을 실행하고 환자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다. 환자가 방문하면 몇 초에서 몇 분 이내에 메모가 생성되며 의사는 메모를 환자의 전자 건강 기록으로 전송하는 옵션을 볼 수 있다.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2019년부터 환자 50만 명이 사용하는 무료 앱으로 시작하면서 의사의 진료 내용을 기록하고 주요 용어에 대한 기본 설명이 포함된 받아쓰기를 생성했다. 어브리지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시브 라오는 의사들이 번거로운 의료 기록 입력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돕는 버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는 훨씬 복잡한 기술적 과제였다고 포브스에 말했다.

의사들이 번거로운 의료 기록 입력을 빠르게 처리


▎에모리 헬스케어의 최고정보디지털담당자인 앨리스터 어스킨. / 사진:EMORY HEALTHCARE
최근 어브리지는 3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공개했다. 이 투자는 다른 생성형 AI 대기업인 앤스로픽의 4억5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C와 어뎁트의 3억5000만 달러 시리즈 B를 후원한 스파크 캐피털이 주도했다. 이러한 투자 액수는 의사의 행정 부담을 덜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려는 의료업계의 시도에 대한 투자자와 고개의 관심을 반영한다. 라오는 “순풍은 아닌 것 같다”며 “마치 태풍이 불어닥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에 마감된 라운드는 10월에 발표됐으며 어브리지의 가치는 2억 달러로 평가됐다. 어브리지는 2018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625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라운드에 참여한 다른 투자자로는 베세버 벤처 파트너스, CVS 헬스 벤처스, 카이저 퍼머넌트 벤처스, 마요 클리닉, UC(캘리포니아대) 인베스트먼츠 등이 있다.

일반적인 생성형 AI 스타트업들의 막대한 투자 유치 규모에 비하면 어브리지의 조달 자금과 평가 액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어브리지의 가치는 상장된 경쟁사 중 하나와 비슷해졌다. 오그메딕스는 병원에 인공지능 노트 작성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로, 2021년에 상장됐으며 시가총액은 10월 말 기준 1억9000만 달러 선이다.

이 좁은 분야에서 경쟁하는 모든 회사에는 공통의 적이 하나 있다.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이다.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가 188억 달러에 인수한 이 회사의 받아쓰기 소프트웨어는 이미 50만 명에 달하는 의사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뉘앙스가 자사 받아쓰기 소프트웨어의 보급률 측면에서는 경쟁업체들보다 앞서고 있지만, 인간의 개입 없이도 정확성이 보장되는 완전 자동화된 의료 기록 기술을 발표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다. 즉, AI 의료 받아쓰기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경쟁에서 승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에는 의사가 100만 명가량 있으므로, 대단히 큰 시장이다. 가트너의 의료 분석가인 샤론 헤이키니스는 미래의 병원에서는 로봇 의료 비서가 환자 검진 내용을 청취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키니스는 “주변 업체들을 보면 의사용 속기사가 이제 기본적인 기능이 돼가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헤이키니스는 의사들의 편의를 더해주는 기능을 더 많이 구축하는 회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알맞은 청구 코드 자동 작성, 영상 촬영 주문, 처방전 준비 등이 포함된다.

라오는 현재 피츠버그의과대와 캔자스대 소속 의사 등 약 5000명이 어브리지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뉘앙스의 부사장 켄 하퍼는 “의사 수천 명”이 뉘앙스의 완전 자동화된 받아쓰기 소프트웨어 DAX 코파일럿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주된 고객은 미시간대 의료 서비스 그룹과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애트리움 헬스 등이다.

뉘앙스를 이기기 위해 어브리지가 준비한 비장의 카드는 미국 전역에서 약 2700개 병원이 사용하는 최대 규모의 전자 건강 기록 업체 에픽이다. 두 회사는 여기서 정면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 8월 에픽은 ‘파트너와 친구’라는 새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에 에픽의 소프트웨어와 더 높은 수준의 통합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경쟁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우위를 점할 기회다.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에픽은 첫 번째 ‘파트너’로 뉘앙스를, ‘친구’로 어브리지를 선택했다. 뉘앙스는 대기업, 어브리지는 작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픽은 앞으로 더 많은 회사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에픽은 이 파트너십의 금전적 조건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에픽과 파트너십을 맺은 덕분에 곧 에픽 앱 내에서 어브리지 앱을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의사들은 어브리지 앱을 별도로 실행할 필요가 없다. 의사들은 긴 시간 동안 일하며 환자 수십 명을 진료하므로 앱을 하나 덜 여는 것만으로도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퍼는 뉘앙스가 이미 에픽 앱 내에서 DAX 코파일럿을 사용하는 고객을 다수 보유했다고 말했다.

스파크 캐피털의 파트너인 윌 리드는 어브리지가 뉘앙스뿐 아니라 다른 스타트업들과 경쟁하는 데도 에픽관계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드는 어브리지를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는 요소가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대형 언어 모델이 꾸며낸 것을 사실처럼 진술하는 현상인 ‘환각’을 완화하기 위한 기술 스택의 핵심 기능이다. 리드는 어브리지가 중요한 ‘감사 가능성’ 기능을 제공한다며 이 기능은 “노트에서 특정 항목이 대화의 어느 부분에서 나왔는지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당뇨병’ 같은 단어를 클릭하면 어브리지는 해당 단어가 언급된 부분의 대본을 보여주고 그 부분의 녹음을 재생할 수도 있다. 하퍼에 따르면, 뉘앙스는 텍스트 기록을 제공하지만 녹음 재생은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투명성은 어브리지가 의사들에게 자사 모델이 무작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신뢰를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리드는 앞으로 의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의 기반이 되는 어브리지의 받아쓰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 기록은 코딩과 창구 업무부터 임상적 결정에 이르기까지 의료 분야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서 가장 근본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장 빨리 어브리지를 채택한 곳은 조지아에 있는 에모리 헬스케어로, 2022년 매출이 50억 달러인 병원 그룹이다. 에모리 헬스케어가 7월에 계약을 체결한 뒤 500명에 가까운 의사들이 어브리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자 환자 정보 기록에 소요되는 평균 시간(약 5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어스킨은 에모리 병원 의사들이 이 앱을 사용하고 싶어서 “내 사무실 문 앞에 줄을 서서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스킨은 병원이 상세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수집하여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일부러 천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스킨은 12월까지 사용자가 1000명이 되고 다음 해 7월까지 2000~3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어스킨은 “어브리지는 골디락스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스킨은 자신의 시스템 요구 사항에 맞춰주지 않을 너무 큰 AI 회사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 없는 너무 작은 회사와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어브리지의 제품이 에모리의 의사 3450명에게 뉘앙스를 제공하는 비용 1000만 달러 이상에 비해 훨씬 저렴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어스킨은 뉘앙스에서 제안한 개인당 라이선스가 아닌, 병원 그룹 전체에 대한 라이선스를 얻을 수 있었다. 어스킨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된 분야는 1차 의료, 비뇨기과, 정형외과와 함께 놀랍게도 삶의 마지막을 돌보는 임종의료였다고 말했다. 해당 전문 분야의 한 의사는 어브리지를 좋아하는 이유로 나중에 진료 내용을 문서화할 때 “사망한 환자와 유가족 간의 몇 시간에 걸친 슬픈 이야기를 되새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꼽았다.

어스킨은 “이 기술은 의사들에게도 좋지만,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는 물론, 이런 종류의 기술을 접할 기회가 없던 사람들에게는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오는 어브리지가 앞으로 의사 이외의 직원들을 위한 도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뉘앙스도 그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어스킨은 의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응급실 환경에서 어브리지의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자 한다. 라오는 어브리지에 사용자가 대화를 ‘일시 중지’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응급실 같은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는 또한 다른 언어에 대해서도 작업하고 있다. 현재 스페인어는 일반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의사나 환자가 진료 중에 스페인어로 대화하면 영어로 된 받아쓰기를 생성한다. 라오는 어브리지가 약 50개 언어에 대해 작업 중이며, 에모리와 같은 일부 초기 고객들이 이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 받아쓰기가 의사들에게 당연한 기술로 자리 잡음에 따라 어브리지 같은 기업은 장기적으로 에픽 같은 전자 건강 기록 회사들이 계속 협력을 원할지 아니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할지 판단해야 한다. 가트너의 헤이키니스는 오라클 헬스(구 서너)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디지털 비서에 통합하여 어브리지나 뉘앙스 같은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회사는 의사의 의학 기록을 가져와서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의 독자용 버전으로 만드는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는 현재 앱에서 환자들이 받는 간단한 설명서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제공할 것이며,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도 있을 것이다.

- KATIE JENNINGS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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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호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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