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NEW YEAR ESSAY 2024] 다시, 초심(24) 강성부 KCGI 대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원년이 되길 


▎강성부 KCGI 대표
삼성그룹의 3세대 경영 비전은 무엇일까? 1세대 이병철 회장 시절은 기업보국이 기치였다. 먹고사는 게 힘들던 시절, 의식주를 해결해줄 기업을 키우는 게 애국이었다. 2세대 이건희 회장 시절은 ‘초일류 삼성’이었다. 지금은 3세대 비전이 필요하다. 남들이 개발해 놓은 원천기술로 더 싸게 더 잘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 없는 그 무엇을 만드는(make something new)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위 이내의 중견그룹도 강남에 빌딩 한 채, 골프장 한 개씩 가지고 있다. 회장님 일가는 먹고살 만하다. 꿈이 없는 회사의 나머지 주주들과 직원들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부동산보다 꿈에 투자해야 한다.

그도 아니면 차라리 주주환원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 돈이 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이 더 높은 곳으로 재투자될 것 아닌가? 과도한 유보는 자산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주식시장 저평가로 결국 피해는 대주주에게 돌아간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과 같은 주주환원율이 세계 꼴찌 수준이다. 우리보다 못한 곳은 터키 정도밖에 없다.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주식을 사면 얻는 수익의 40%는 자사주 소각에서 발생했다. 배당으로 얻은 이익이 8%, 순수한 주가 상승으로 얻는 이익은 50%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부담률을 1% 올리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이 예상되지만, 연금 고갈 시기를 고작 2년밖에 늦출 수 없다. 그러나 투자수익률을 1%p만 올려도 추가적인 부담 없이 고갈 시기를 5.2년이나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는 단순히 주식투자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재정 이슈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미 있는 자사주만 소각해도 코스피는 3620포인트로 올라간다. 실제로는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4000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이다. 자본시장은 활력을 찾아 창의력의 용광로로 제 기능을 찾을 것이다.

한편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은 25%인데 상속-증여세율은 60%다. 지배주주 입장에서 온갖 수익거래(일감몰아주기)와 자본거래(지주회사전환, 분할합병, 주식연계증권 등)로 조세회피 동기를 크게 만든다. 이러면 실질 세수는 줄어든다. 배당에 대한 소득세율도 최고 50%에 이른다. 어느 지배주주가 배당을 하겠나? 지금의 상속세제는 저성과자에게 보상을 더 주는, 말도 안되는 제도이다. 상장사는 시가로만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주가를 뺄수록 세금도 덜 낸다. 경영권을 지닌 지배주주 입장에서 주가를 올리기는 어려워도 내리기는 쉽다. 상속세 세율을 30% 이내로 낮추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 미만인 경우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과세해야 한다. 그러면 세수는 줄지 않으면서 주식시장 저평가는 해소할 수 있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다 함께 크지 않으면 오래 클 수 없다. 다 함께 키워야 더 크게 키울 수 있고 결국은 대주주도 행복해진다.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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