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NEW YEAR ESSAY 2024] 다시, 초심(25)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간절한 마음으로 세상을 더 이롭게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모두에게 소유의 기회를’이라는 서비스 철학 아래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전, 우연히 성수동 상권에서 임대료 상승으로 임차인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만약 적은 돈을 가지고도 건물 지분을 살 수 있다면?’이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건물주, 임차인, 방문 고객이라는 모든 자본시장 주체가 상권과 건물의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소유’의 출발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창업 초기에는 사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개발자끼리만 모여 있어 사업의 이해가 부족했다. 플랫폼을 먼저 준비하다가, 규제나 법률에 대해서 뒤늦게 알게 됐다. 무작정 금융당국에 찾아가 담당자를 만나서 설명하고 또 설득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다. 회사를 설립한 지 만 5년이 넘었지만 서비스 출시는 이제 1년 반이 가까스로 지났다. 한 명의 고객을 얻기까지 3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힘들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간절했다는 이야기다.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된다’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어렵게 얻은 사업 기회이고, 정말 많은 분이 긍휼히 여겨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많았다. 돌아보니 하나하나 부딪치며 문제를 해결해온 덕분에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본질을 단단히 다질 수 있었다. ‘소유’는 2023년 금융당국에서 내놓은 ST(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 따른 첫 구조화 사례다.

‘초심’이라고 하면 극적인 순간들이 절로 떠오른다. 그중 한 에피소드다. 2020년 규제 특례 승인 분위기가 무르익어 그동안 고사하고 미뤘던 투자 유치를 결정했다. 그런데 계약서 최종 날인 직전, 승인이 안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민 끝에 모든 투자자에게 “감사하지만 투자금을 받지 않겠다”라고 연락하고 휴대폰을 꺼둔 채 주말을 보냈다. 그런데 월요일 출근하자, 단 한 명도 투자 철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투자자들이 물어 본 건 단 하나였다. “허 대표, 초심 잃지 않고 끝까지 갈 거지?” 그로부터 1년 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소유’의 원대하고 간절한 첫 마음을 알아봐 준 투자자와 고객을 섬기면서 계속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메시지를 소개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세상을 더 이롭게’. 정보와 기회의 비대칭성을 타파해 세상의 어떤 자산이라도 누구나 이용하고 소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루센트블록이 지키고자 하는 초심이다.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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